합병 반대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 및 논리 첫 공개
"합병 이후 순환출자 형성…공정거래법 위반"
"제일모직, 사실상 금융지주회사…잠재적인 규제 위험 노출"
"삼성물산 저평가-제일모직 고평가로 합병비율 공정하지 않아"
"시너지 제한적…사업다각화 효과에도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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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월18일 09:26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이의를 제기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앨리엇)이 그 배경과 이유를 조목조목 밝혔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주가가 저평가 돼 있고 합병 시너지도 낮으며, 특히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구조 형성은 법으로 금지된 부분이라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압박했다.엘리엇은 18일 합병과 관련한 정보 제공을 위한 웹사이트(http://www.fairdealforsct.com)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함께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이를 지지하지만 그에 수반되는 계획이나 절차는 기업지배구조 기준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며 "합병안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심각하게 불공정하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엘리엇은 이 웹사이트에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엘리엇의 관점'이라는 27장 분량의 프리젠테이션을 게시했다. 이 프리젠테이션엔 기존의 입장이 구체적인 수치와 함께 담겨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합병가액은 순자산가치 대비 40%나 저평가돼있으며 ▲제일모직의 합병가액은 지나치게 고평가돼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제일모직의 합병가액은 주가순이익비율(PER) 기준 131배, 기업가치 대비 상각전 이익(EV/EBITDA) 기준 58배에 달하며, 이는 코스피 평균(각각 11배, 7배) 대비 높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제일모직 상장 이후 지난달 말까지 삼성물산 주가는 11% 떨어졌다. 엘리엇은 이에 대해 제일모직이 펀더멘탈과 관계없이 208% 오른 것은 물론, 대우건설·현대건설 등 주요 건설사 주가가 최대 27% 오른 것과도 대조된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연초 1대 0.44 수준이던 합병비율이 합병 결의 당시 1대 0.35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시너지도 확실치 않다고 봤다. 고부가가치 인프라·플랜트 건설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삼성물산과 평범한 빌딩 건설·리모델링을 맡아온 제일모직 건설부문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엘리엇은 경영진이 주장하는 '사업다각화에 따른 이득'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주주들이 이를 위해 저평가된 가치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으며, 놀이공원·패션 등과의 시너지에 상업적인 타당성도 없다는 입장이다. 합병 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가 된다는 점도 적자와 추가출자 가능성 등으로 매력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병으로 인해 합병법인→삼성생명→삼성화재→합병법인 등 5개의 신규 순환출자 고리가 생기며, 이는 법으로 금지돼있다고 강조했다. 제일모직은 사실상 금융지주회사(보험지주회사)이며 이는 잠재적인 규제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예상했다.
엘리엇은 KCC에 대한 자사주 매각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자사주 매각이 투표권과 주식 가치를 희석해 삼성물산 주주 권리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또 7명의 이사가 전원 자사주 매각에 찬성했다는 건 삼성물산 이사회가 독립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결론을 통해 "이번 합병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시장가치가 공정하게 평가되지 않았으며 적절한 가치평가에 기반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