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SK C&C 합병 반대 논리, 삼성물산-제일모직에 적용 가능
합병 찬성하면 '삼성그룹 눈치'…반대하면 '해외 투기자본 동조'
-
[06월24일 17:39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국민연금이 SK㈜와 SK C&C 합병에 반대하며 비슷한 구조의 합병을 추진 중인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엔 어떤 태도를 취할 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SK㈜와 SK C&C의 합병을 반대한 논리대로라면 국민연금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도 반대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병에 찬성한다면 삼성그룹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반대한다면 해외 투기자본에 힘을 보탰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위원장 김성민 한양대학교 교수)는 24일 SK㈜와 SK C&C의 합병을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위원회는 "합병비율과 자사주 소각시점을 고려할 때 SK㈜의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
이번 결정은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 주주총회에 국민연금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예상의 단초를 제공한다는 분석이다. 두 합병의 구조와 배경이 비슷한 까닭이다.
SK㈜의 순자산 규모는 6조4000억원(별도기준)으로 SK C&C의 1조1000억원에 비해 크다. 주가추이에 따른 합병비율은 SK C&C가 1, SK㈜가 0.73으로 SK C&C 주주에 더 유리하다. 이로 인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SK㈜ 주주들이 불리한 합병비율을 감수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민연금은 이 같은 비판에 동의하는 결정을 내렸다.
삼성물산의 주당 순자산가치는 8만4000원대로 제일모직의 3만9000원에 비해 크다. 그러나 주가추이에 따른 합병가액은 삼성물산 5만5000원, 제일모직 15만9000원으로 제일모직 주주가 더 유리하다. 제일모직 최대주주인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합병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SK㈜와 SK C&C의 합병에 반대한 논리를 대입하면 국민연금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도 반대해야 한다. 합병비율을 고려할 때 삼성물산의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까닭이다.
다만 국민연금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예단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삼성물산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격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은 해외자본이 연관된 거래에서는 보수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2012년 비스테온이 한라공조 지분 95%를 매입해 상장폐지를 추진할 때, 국부유출을 우려해 이에 응하지 않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삼성의 편을 들어줄 경우 SK㈜-SK C&C 합병과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의 차이가 무엇인지, SK㈜와는 달리 삼성물산 주주들의 주주가치는 훼손되지 않는 건지 시장에 설명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국민연금은 말을 아끼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며 "투자위원회에서 검토 중이며 필요하다면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의 자문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