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 일지 공개…"삼성물산 이사회, 선관의무 위반"
"2020년 매출 60조원 비현실적"
합병 자문 딜로이트·김앤장 독립성에도 문제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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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월26일 09:23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앨리엇)이 "삼성물산 이사회를 믿을 수 없다"며 다시 한번 날을 세웠다. 엘리엇의 주장에 대해 삼성물산이 지난 19일 반박자료를 내자, 이를 재차 반박하는 자료를 내놨다.엘리엇은 26일 공개한 자료를 통해 "삼성물산의 프리젠테이션에 대한 철저한 검토를 거친 결과 우려하는 바가 더 심화됐다"며 "독자적인 자문이나 분석없이 지나치게 조속히 발표됐다는 점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이사회에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독립적인 분석이나 자문을 구하지 않고 서둘러 결정했다며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지난 2월부터 삼성물산과의 접촉한 일지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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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은 "법규와 정관상 이사회는 충실의무·수임인의 선관의무·이사의 선관주의 의무를 가지고 선량한 관리자로 위임사무를 처리해야 한다"며 "지금의 이사회는 합병비율 산정을 규정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요건만을 내세우며 그 뒤에 숨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합병 시점에 대한 의문을 다시 제기했다. 이사회가 ▲삼성물산 보유 상장지분의 가치를 무시하고 있으며 ▲가장 최근의 (부정적인) 재무결과로만 사업을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행령에 규정된 합병비율 공식에 대해서는 '최근 주가 실적에 가치가 적절하게 반영되지 않은 시점에서는 합병을 단행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라는 새로운 해석을 내놨다.
엘리엇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2020년 추정 실적 수치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이 공개한 수치(삼성물산 성장률 1.8%, 제일모직 13.3%)에 근거하더라도 2020년 기준 합병법인의 매출액은 40조원, 영업수익은 1조3000억원에 그친다고 봤다. 삼성물산 이사회의 주장(2020년 매출액 60조원, 영업이익 4조원)은 '비현실적이며 낙관적인 예측'이라고 평가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에 자료 공개를 촉구했다. 주주로서 ▲진행 중인 사업전망과 이사회가 검토한 대안적 기회에 대한 평가 ▲제일모직에 대한 역 기업실사 자료 ▲삼성물산 이사회가 제안한 계약 조건을 발표하라는 것이다.
엘리엇은 "합병의 회계자문을 맡은 딜로이트안진이 1999년부터 지난해말까지 제일모직의 회계감사를 맡았고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해 제일모직 상장의 자문을 제공했다"며 "자문의 독립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은 "해외 헤지펀드의 근거없는 주장과 무분별한 의혹 제기, 여론전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며 "삼성물산은 미래와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정당하고 적법하게 합병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