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百에 비슷한 보고서 낸 CLSA·토러스證…토러스만 항의 받은 까닭은
입력 2015.07.01 08:07|수정 2015.07.22 13:59
    [Invest Chosun]
    현대百 현직 임원, 토러스證 '면세점 신규사업자 선정 전망 낮아' 보고서에 항의
    외국계證 CLSA도 2주 전 비슷한 보고서 게재
    CLSA 보고서 "비교적 명확한 근거 제시" 평가
    • [06월29일 18:33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지난 24일, 토러스투자증권(이하 토러스)은 현대백화점 장호진 기획조정본부 부본부장(부사장)으로부터 지난 15일 게재한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관련 보고서 삭제를 요구 받았다. 토러스는 보고서를 통해 7곳의 대기업 후보업체 중 현대백화점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태현 연구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부사장이 보고서의 삭제·인용된 언론기사 삭제·사과문 게재 등을 요구했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소송을 진행하는 등의 협박을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외국계 증권사 CLSA는 시내면세점 선정업체 전망과 관련해 토러스 보고서와 유사한 보고서를 냈다. 현대백화점은 총 7곳의 업체 중 이랜드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백화점은 CLSA에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두 보고서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던 것일까?

      ◇ 7곳 대기업 후보군에 개별 점수…평가항목에 대한 근거 CLSA가 '명확'


      CLSA는 지난달 29일 신규 면세점 사업자 선정 전망의 내용을 담은 'Who will be the winners?'의 제목의 보고서를 게재했다. 총 4편으로 이뤄진 보고서 중 두 번째다. 약 40페이지 분량의 두번째 보고서엔 각 후보에 대한 세부평가와 평가 근거에 대한 내용만이 담겼다. 지난달 22일 발간한 첫번째 보고서엔 한국면세시장 전반에 대한 내용이 실린 바 있다.

      토러스는 지난 15일 '유통업! 왜 면세점에 열광하는가?'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약 4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는 면세점 테마주에 대한 추천, 한국 면세시장의 성장 잠재력, 신규 면세사업자 선정 전망 등의 내용이 모두 담겼다. 각 후보에 대한 평가 및 점수 산정은 5페이지였다.

      토러스와 CLSA는 보고서를 통해 7곳의 대기업 후보군(SK네트웍스·신세계·호텔신라·한화·이랜드·롯데호텔·현대백화점)을 대상으로 점수를 매겼다. ▲관리능력(Administrative capability) ▲운영능력(Management capability) ▲관광인프라 및 주변 환경요소(Tourism infrastructure and other environmental factor) ▲중소기업 지원 및 사회공헌(SME support and social contributions) ▲사회환원 및 상생협력(Donation and mutual cooperation) 등 5가지 항목을 정부의 심사표에 대입했다. 정부의 평가는 각 항목별 비중에 차등을 두고 1000점만점으로 점수를 매긴다.

      토러스는 자체적으로 점수를 산정한 결과 7곳의 후보 중 SK네트웍스가 949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을 예상했다. 신세계(833점), 호텔신라(798점)가 뒤이을 것으로 내다봤다. 토러스는 평가에 앞서 언론상 오픈 된 정보를 기준으로 점수를 산정했다고 밝혔다. 각 후보 별 세부항목에 대한 코멘트 수준의 근거를 담았다.

      CLSA는 호텔신라가 928점을 받아 가장 유럭한 후보라고 전망했다. 신세계는 839점, SK네트웍스는 838점을 예상했다. 롯데호텔은 910점을 예상했지만, 정부가 이제껏 롯데에 대한 많은 특혜를 부여했던 점을 고려해 선정 전망을 높게 보지 않았다. 향후 롯데가 신규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정부와 롯데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견지할 것을 예고했다.

    • CLSA는 각 후보에 대한 평가에 앞서 평가항목에 대한 세부적 근거를 제시했다. 약 5페이지는 각 후보들이 가진 강점에 대해 명시했고, 17페이지는 각 항목에 대한 근거와 평가점수를 매겼다. 후보에 대한 평가 및 근거에 대해 토러스보다 명확했다는 평가다.

      CLSA는 관리능력에 항목에선 기존 면세점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후보들이 높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백화점 사업과 면세점 사업이 비슷하다는 시장의 의견에 대해서 잘못된 이해라고 강조했다. 현재 면세점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롯데호텔(250점)과 호텔신라(225점) 등이 다른 후보들을 앞설 것으로 예상했다. 토러스는 호텔신라와 롯데호텔(245점)이 가장 높은 점수를, SK네트웍스와 신세계, 한화 등이 같은 점수(219점)로 뒤를 이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LSA는 가장 배점이 높은 운영능력에서도 기존 면세 사업자들이 높은 점수를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각 후보별 신용등급·재무현황·면세점 입지의 면적 등을 종합해, 각 항목별 점수의 평균을 산정해 운영능력의 부문 점수를 매겼다. 그 결과 호텔신라(280점)와 롯데(270점), 신세계(270점) 등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가장 낮은 점수로는 이랜드(222점)을 꼽았다. 토러스는 SK네트웍스·신세계·신라호텔이 각각 295점으로 최고점을, 현대백화점이 125점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관광인프라 및 주변 환경요소 부분에서 CLSA는 면세점 입지의 접근성, 교통의 편리성, 주차가능시설 등의 각각 항목에 점수를 매겨 평균을 냈다. 호텔신라, 한화, 롯데호텔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랜드, 현대백화점, 신세계 등은 하위권을 예상했다. 토러스는 SK네트웍스, 신세계가 높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롯데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75점으로 만점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CLSA는 중소기업 지원 및 사회공헌 부문에선 중소기업 지원과 사회공헌의 두 분야로 나눠 점수를 산정했다. CLSA는 중소기업지원분야에선 모두 만점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사회공헌 측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 것으로 봤지만, 격차가 크지는 않았다. 토러스의 보고서에는 1위 145점(SK네트웍스, 호텔신라)와 최하위 75점(롯데호텔, 현대백화점)간의 점수차가 70점 수준으로 전망했다.

      상생협력 부분에서 CLSA는 현대백화점이 가장 높은 점수를, 롯데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두 회사의 차이는 3점에 불과했다. 토러스도 현대백화점과 SK네트웍스가 가장 높은 점수를, 호텔신라와 롯데호텔이 낮음 점수를 받을 것으로 봤다. 격차는 100점 이상이다.

      ◇ 현대백화점 재무상태·SME 지원에 대한 평가 엇갈려

      현대백화점의 운영능력 평가에서 CLSA와 토러스는 큰 차이를 나타냈다. CLSA는 263점을 예상한 반면, 토러스는 150점을 예상했다.

      양사가 현대백화점의 이자보상비율을 다르게 책정한 점이 이유가 됐다. CLSA는 72.7배를, 토러스는 188.7배를 기준으로 점수를 산정했다. CLSA는 각 기업에 대해 지난해 말 연결기준을 토러스는 개별기준을 적용했다. 각 후보 중 현대백화점이 차이가 가장 컸다.

    • 중소기업 지원 및 사회공헌 부문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CLSA가 150점을 부여한 반면, 토러스는 이에 절반수준에 그쳤다. CLSA는 모든 후보들에게 중소기업지원 부문에선 만점을 예상했다. 사회공헌부분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모든 업체를 135~150점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현대백화점에 대해선 현대백화점이 모두투어, 한무쇼핑을 비롯한 중소기업과 함께 입찰에 뛰어든 점을 높게 평가했다.

      토러스는 이에 합작법인(현대DF)의 지분에 70% 이상을 현대백화점그룹이 보유하고 있고, 중소기업의 지분이 1~2%에 그치는 점은 마이너스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 현대백화점 "정당한 이의제기" vs 애널리스트 "지나쳤다"


      현대백화점 측은 토러스에 항의한 것을 두고 '정당한 이의제기'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토러스의 평가근거가 불분명하고, 시장에 오해할만한 여지를 남겼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피해도 크다고 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CLSA에는 공식 항의가 없었다고 전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토러스의 보고서는 현대백화점보다 경영지표가 낮은 업체들이 훨씬 더 높은 점수를 받는 등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며 "회사측은 정당한 요구를 한 것이며, 향후 업무 방해 및 공정입찰 방해 등에 대한 법리 검토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회사에서 애널리스트에게 항의를 했다는 것을 넘어 근거가 부족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시장에 영향을 미쳐 회사에 피해를 입히는 등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반면 현직 애널리스트 사이에선 기업의 지나친 간섭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는 객관적인 자료를 기반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만큼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직 한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는 그 전문성과 독립성을 인정받아야 하지만, 현대백화점 임원의 이번 처사는 애널리스트에 대한 통제와 지나친 간섭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