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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매각 작업이 한창이다. 홈플러스 인수전의 첫 관문 통과자들은 사모투자펀드(PEF)들로만 짜였다. 유력 후보로 꼽혔던 현대백화점, 농협, 오리온 등 전략적투자자(SI)들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관심이다.
홈플러스 매각은 국내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 딜(Deal)로 지난해부터 화제의 중심에 서있었다. 문제는 실제 매각 절차가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수후보군들은 비밀유지확약서(NDA)를 체결했는데 그 어느 때보다도 입 단속이 심했다는 후문이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을 포함한 임직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인수후보군은 PEF 일색으로 꾸려졌다. PEF가 단기적 투자수익을 추구한다는 인식이 강한 만큼 구조조정에 대한 직원들의 불안감은 크다.
노조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홈플러스가 매각 주관사 선정 이후 예비실사를 진행하는 상황에서도 회사와 테스코는 사실관계 확인 요청에 '사실무근'과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노조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회사 측에 공개서한을 전달하려고 했지만 건물 입구를 봉쇄하고 노조원들의 출입을 막는 소동이 벌어졌다.
홈플러스는 테스코가 공식입장을 밝히기 전까지는 홈플러스가 단독으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밝힌다. 지난 1월 테스코가 기업설명회(IR)에서 해외자산 매각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게 공식입장인 만큼 그 외에 알려줄 것은 없다는 얘기다. 주관사의 예비실사가 끝나고 인수후보군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도 말이다.
노조뿐만 아니라 임원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는 나오고 있다. 사내에서 경영진 몇몇을 제외하면 매각절차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후문이다. 자연스레 시선은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에 쏠린다. 도 사장을 포함한 극소수의 경영진이 매각 이후에도 자리를 보전받거나 그에 상응하는 금전적 보상을 받기로 돼 있어 본사의 지침을 따르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본의를 떠나 이런 얘기까지 나오는 것만으로도 도 사장은 최고 경영자로서 의무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셈이다.
입 다물고 있는 테스코 본사의 조치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한국 홈플러스는 전 세계 테스코 해외법인 중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그런 기업의 임직원들이 매각 사실을 본사로부터 일언반구도 듣지 못하고 언론의 기사를 통해 접하고 있다. 본사 사정만 생각하고 매각금만 챙기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글로벌 선두그룹이 아닌, '먹튀'와 다를 바 없다.
국내 대형마트 2위인 홈플러스는 직원수만 약 2만5000명에 협력업체만 2000개가 넘는다. 홈플러스를 포함한 대형마트 업계는 가뜩이나 경기 불황 속에서 규제에 발목이 잡히면서 성장세는 꺾였고, 메르스 사태까지 겹치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대형마트에 비정규직 이슈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홈플러스테스코 직원들은 '까르푸→이랜드→홈플러스'로 주인이 바뀌는 부침을 겪기도 했다.
여론은 물론 정치권까지 지켜보고 있는데도 홈플러스는 본사의 입장을 핑계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M&A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매각의 상세한 진행 과정까지 모두 공개하기는 쉽지 않다. 설사 그렇더라도 매각사실 자체와 고용보장에 대한 부분에 대한 큰 틀에서의 입장 표명은 그동안 일해온 직원들에 대한 예의다. 먹튀의 대명사가 된 론스타조차도 당시 외환은행의 매각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홈플러스의 시계 추는 연초 본사의 '매각계획 없다'에서 멈춰있다.
"개인정보를 불법 유출한 것에 더해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고객에게 통지하지 않고 제3자에게 제공까지 한 홈플러스가 매각과 그 절차에 대해 얘길하겠냐"는 비아냥까지 나올 정도다.
시장에선 매각금액 '7조~8조원'이 거론되며 국내 M&A시장의 '최고'의 딜이라고 시끄럽다. 하지만 장막을 친 채 2만5000명의 직원들을 철저히 배제한 측면에선 국내 '최악'의 딜로 기록될 수도 있다. 대형마트 비정규직 직원들의 고충을 그린 영화 '카트(Cart)'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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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07월03일 11:08 게재]
입력 2015.07.20 11:38|수정 2015.07.23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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