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비주력 사업 모두 부진
"롯데는 한국 기업" 천명
투자자 시선 냉정해질 듯
당분간 M&A 힘들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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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그룹 지배구조 개편으로 이어지며 롯데그룹이 대변혁을 맞이할 전망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와 그룹내 순환출자 전면 해소 및 지주회사 체제 도입을 선언했다. 현재 롯데그룹내 순환출자고리만 400여개가 넘고, 그룹 스스로 추산한 비용이 7조원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작업들이다.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재원 상당량을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그룹내 일정부분 현금부담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더 큰 고민은 향후 롯데그룹의 성장세다. 이미 롯데는 최근 경기부진으로 성장세가 점점 꺾이는 모양새다. 여기에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동시에 맡게 되면서 그룹의 외형확장은 사실상 ‘올스톱’ 상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유통ㆍ식음료 등 그룹 전체적으로 실적 하향세
그룹 매출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롯데쇼핑은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상반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4694억원, 2111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8.0%, 46.3% 하락했다. 국내외 사업분야가 모두 부진했다. 해외사업은 해가 갈수록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다. 롯데쇼핑의 백화점·대형마트 해외법인은 2011년 5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더니, 작년에는 손실액이 2500억원으로 커졌다.
따져보면 신동주 전(前)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반격의 빌미를 제공한 것도 이 같은 유통부문 실적부진으로 평가된다. 신동주 부회장은 백화점과 면세점 등 유통부문의 실적 하락을 언급하며 신격호 총괄회장의 마음을 돌린 것으로 전해진다.
안정적 캐시카우로 평가받았던 석유화학 부문도 실적변동성이 커졌다. 2011년 1조원이 넘었던 롯데케미칼의 순이익은 이후 업황 불황으로 급감했다. 2010년 인수한 말레이시아 법인 타이탄의 경우 2012년 260억원 적자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까지 적자행진이 이어졌다. 롯데케미칼은 올 들어 수급상황 개선에 힘입어 전년 대비 483% 증가한 58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지속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레저부문은 중국 관광객 증가로 면세점 사업에서 홀로 선방했다. 지난해 매출액 4조7165억원, 영업익 4073억원을 기록하며 평균 매출성장률 19%를 보였다. 올 1분기에도 114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전년 대비 52% 성장했다.하지만 엔저 장기화로 중국 관광객을 일본에 뺏기고 있고, 악화된 국민정서 때문에 올해 말 면세점 특허권 재입찰에서 선정되는 것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룹의 모태인 식음료부문도 수익성 하락세가 뚜렷하다. 수익성지표인 'EBITDA마진율(상각전영업이익/매출액)'은 2011년 12.6%에서 2014년 8.9% 한 자리대로 떨어졌다. 금융 3사는 '롯데'란 간판이 무색하다. 수년째 그룹 내 매출 비중이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지배구조 개편 속 자본조달 및 M&A 전략 변화 예상
재계에선 일본계 자본을 앞세워 사세를 키워 온 롯데그룹이 경영전략의 한계를 맞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 롯데는 외환위기(IMF) 시절 엔화 자본을 근간으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이후 유통업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사업분야를 넓혔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내수 기업으로서 한계에 직면했다.
자본시장에서의 롯데그룹 위상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과거처럼 사모사채를 통한 일본자금에 기대기 쉽지 않아졌다.
일단 한국 롯데의 지주사격인 호텔롯데의 상장 추진은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은 한국 기업”임을 천명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곧 롯데그룹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도 보다 냉정해질 것임을 암시한다.
그간 롯데그룹은 비상장사들은 물론 상장사인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까지 일본계 은행의 크레딧 라인을 적극 활용,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왔다. 호텔롯데는 공시 의무가 없는 사모사채 위주로 자금을 조달해 회사 내부 사정이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게다가 당장 호텔롯데 상장 과정에서 회사의 기업가치를 놓고 투자자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것이란 예상이다. 신 회장의 순환출자고리 해소 발표 이후 롯데 계열사들이 국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줄줄이 기업설명회(IR)를 여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국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IR을 하는 것은 매우 이레적인 일”이라며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앞서 주주친화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외형성장의 핵심이었던 M&A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지금 매물로 나와있는 동부익스프레스, 코웨이의 인수후보로도 거론되는 등 국내 대형 M&A에서 끊임없이 거론되는 M&A 시장 단골이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을 기점으로 당분간 M&A 시장에 얼굴을 내밀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다른 IB 관계자는 “재무여력이 과거보다 떨어진데다 지배구조 작업에 필요한 자금 소요까지 감안하면 M&A에 나서는 것은 무리”라며 “거기에 기업 이미지가 떨어진 상태에서 M&A를 추진할 경우 여론 악화를 불러올 수 있는 것도 부담”이라고 전했다.
재계에선 롯데그룹의 승계 이후를 내다보고 있다. 누가 경영권을 쥐더라도 실추된 그룹 이미지 회복, 지배구조 개편에 수익성 개선까지 산적해 있는 과제들을 풀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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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08월 19일 10: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