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 버겁다는 롯데…들여다보니 재무여력 ‘충분’
입력 2015.08.27 07:00|수정 2015.08.27 11:32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 비용 7조원 예상
    2조 규모 공모금과 차입으로 충당 가능해
    7조원 대부분은 그룹 내에서 순환…외부 유출비용은 세금 뿐
    •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선 7조원에 가까운 재원이 필요하다. 롯데그룹 전 계열사의 2~3년치 순이익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주사 전환에 필요한 금액 7조원을 롯데그룹 전 계열사의 순이익과 비교하며, 대규모 자금이 투입될 것임을 강조했다. 동시에 7조원이나 드는 이번 개혁안이 그룹 차원에서 시간을 두고 진행해야 하는 사안임을 설득했다.

      그러나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할 현금과, 일부 차입을 통해 7조원의 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련된 7조원도 그룹 내부에서 순환될 금액이라 실제 롯데그룹에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 지주사 전환 4.4조, 순환출자해소 1.3조…세금 합산하면 7조 산출

      롯데그룹이 예측한 7조원이라는 금액은 순환출자고리를 끊는 비용과 지주회사 전환에 발생하는 비용을 합한 금액이다.

      호텔롯데가 지주사 요건에 충족하기 위해선 자회사의 최소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자회사가 상장사일 경우 20%, 비상장사일 경우 4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해야 하는데 호텔롯데의 경우 출자한 계열사 중 이 기준에 부합하는 곳은 소수에 불과했다. 호텔롯데가 지주사로 인정받으려면 대부분의 계열사에 대해 추가적인 지분을 확보하거나, 갖고 있던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 호텔롯데가 출자한 주요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지주사 전환요건에 맞는 최소지분율까지 늘린다고 가정했을 때 최소 4조4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롯데제과, 롯데쇼핑을 포함한 상장사 6곳 지분 확보에 2조6000억원, 롯데리아와 롯데정보통신 등 주요 비상장사 지분 확보에 1조8000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호텔롯데가 보유하고 있는 주요 상장 계열사는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가 있다. 이들  세 그룹은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 호텔롯데가 반드시 취득해야 할 지분이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롯데정보통신, 대홍기획 등 6개 계열사가 보유한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의 지분은 2조6000억원 규모다.

    • 순환출자 해소 비용도 롯데그룹이 안고 있는 고민거리다. 그룹내 얽힌 416개의 순환출자고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조 단위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된다. 인베스트조선이 롯데그룹 순환출자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핵심고리 역할을 하는 롯데쇼핑과 한국후지필름, 롯데제과의 지분 관계만 정리해도 대부분의 순환출자고리가 해소된다. 전체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데 발생하는 비용은 1조3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주사 전환 비용 4조5000억원과 순환출자 해소비용 1조3000억원을 합산하면 롯데그룹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6조원가량의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지분정리를 위해 발생하는 양도소득세는 1조2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롯데그룹 측이 주장한 7조원은 이 같은 비용을 합산해 추정한 금액인 것으로 분석된다.

      ◇ IPO로 공모금 조달 예정…부채비율도 낮아 레버리지 가능

      7조원 마련도 호텔롯데의 재무상황을 고려하면 자금조달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기준 호텔롯데의 자본금은 10조원, 부채는 6조원에 이른다. 자본 대비 부채 비율이 50%를 조금 넘는 수준이라 추가적인 부채가 발생해도 큰 부담이 없다는 평가다.

      호텔롯데의 IPO와 지주사 전환이 시너지를 내면 확보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은 늘어난다.

      호텔롯데가 지배구조 개선에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 2조원을 신주 발행을 통해 공모한다고 가정할 경우, 자본금은 12조원으로 늘어난다. 지주사로 전환되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부채비율을 200%미만까지 확보할 수 있다. 채권 발행이나 차입 등을 통해 24조원 수준까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다고 해도 내부에서 순환될 것으로 보여 그룹차원에서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계열사의 주요주주는 또 다른 롯데 계열사인 경우가 많아 지배구조를 정리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대부분 그룹 안에서 돈이 돌게 된다. 지주사 체제 전환 등으로 발생하는 세금 1조원내외가 외부로 유출되는 유일한 비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