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다음 타자는…IPO 적격 계열사 50곳
입력 2015.08.28 07:00|수정 2015.08.28 07:00
    비상장 국내 계열사 72곳 중 유가증권시장 적격만 25곳
    합자회사 등 제외해도 10여곳 물망
    계열사 상장→호텔롯데 가치 상승→신동빈 혜택 구조
    •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는 '단발성 거래'가 아닐 수 있다는 점에서 증권가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상장에 적격한 규모의 비상장 계열사를 50곳이나 거느리고 있는 롯데가 '투명한 지배구조'를 선언하며 후속 거래가 잇따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사업구조상 모회사와 분리가 어려운 완전자회사와 합자회사 등 상장이 어려운 계열사를 제하더라도 당장 상장 예심청구 절차를 밟을 수 있는 기업만 10여곳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 ◇ 매출 1조 넘는 비상장사만 4곳…롯데리아·대홍기획도 주목

      그간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에 따라 주식 시장을 멀리했던 롯데그룹은 당장 상장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알짜 비상장회사를 상당수 거느리고 있다. 롯데그룹의 국내 계열사 81곳 중 상장사는 8곳이다. 이 중 2곳은 이미 상장된 회사를 롯데그룹이 사들인 사례다. 마지막 상장사가 2006년 유가증권시장에 이름을 올린 롯데쇼핑이다.

      롯데그룹의 비상장계열사 73곳 중 실적과 기업가치 등 양적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 요건(최근 매출액 1000억원 이상·순이익 시현 등)을 충족하는 기업은 25곳에 달한다. 대형법인 특례요건(최근 매출액 2000억원·시가총액 4000억원 이상)을 포함한 수치다.

      롯데건설·코리아세븐·롯데로지스틱스·롯데카드 등 4곳은 매출액이 1조원을 훌쩍 넘는 대형 계열사다. 2010년 이후 푸드스타·롯데케이케이디(크리스피크림)·롯데나뚜루 등 식음료 계열사를 흡수통합한 롯데리아도 덩치와 수익성 면에서 상장에 적합한 계열사로 꼽힌다. 현대차그룹 계열 이노션이 올해 상장하며 광고대행업계 4위 회사인 대홍기획의 상장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올해 롯데 계열사로 편입된 롯데렌탈은 렌터카 업계 1위 업체로 2013년 상장을 추진했던 바 있다.

      시야를 코스닥시장 상장요건(당기순이익 20억원 혹은 매출액 100억원 이상)을 충족하는 회사로 넓히면 상장이 가능한 계열사 수는 50곳으로 늘어난다. 경기도 지역 교통카드 사업을 담당하는 이비카드, 2010년 인수한 패션기업 엔씨에프 등이 대표적이다.

      ◇ 합자회사·사업연관성 큰 자회사는 상장 가능성 작아

      물론 실제 빠른 시일 내에 상장이 가능한 계열사를 추려보면 그 수는 10여곳으로 줄어든다.

      올해 매출액 1조원 돌파가 예상되는 유니클로(법인명 FRL코리아)의 경우 몇 차례 상장설이 제기됐지만,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일본유니클로와의 합자회사라 사업 파트너의 동의가 필수적인 까닭이다. 롯데엠알시(합자사 미츠비시레이온)·롯데네슬레·캐논코리아 등도 마찬가지다.

      합자회사는 아니지만 2대 주주 태광과의 불편한 동거를 계속해온 롯데홈쇼핑(법인명 우리홈쇼핑)은 2012년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를 통한 우회상장을 추진하다 포기했다.

      사업 구조상 모회사에 종속돼있어 단독 상장을 예상하기 어려운 계열사도 있다.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의 100% 자회사인 바이더웨이가 대표적이다. 인천공항면세점을 담당하는 롯데디에프글로벌과 시내면세점을 담당하는 롯데디에프리테일도 호텔롯데와의 연관성 때문에 개별 상장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다. 롯데쇼핑과 별도 법인으로 분리돼있는 롯데백화점 마산점도 마찬가지다.

      ◇ 계열사 상장해 호텔롯데 가치 오르면 신동빈에게도 유리

      증권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호텔롯데 상장 이후 순차적으로 주요 계열사 상장을 이어나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계열사를 상장하면 장부가가 시장가로 바뀌며 지주사인 호텔롯데의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는 까닭이다.

      호텔롯데 가치 상승의 혜택은 그룹 대주주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로 돌아간다. 호텔롯데의 자산 가치가 늘어나면 그만큼 재무적 여력이 커져 사업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나는 까닭이다. 호텔롯데의 대주주인 일본롯데홀딩스도 마찬가지다. 일본롯데홀딩스는 현재 신 회장이 장악하고 있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밸류에이션(가치산정) 욕심이 많은 롯데그룹은 '제 값'을 받을 수 있는 계열사부터 선별해 우선적으로 상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상장주관사를 선정해두고 있는 롯데건설이나 롯데정보통신은 현재 실적으론 좋은 평가를 받기가 어려워 오히려 상장이 미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