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인 맞는 홈플러스 넘어야 할 산 많다
입력 2015.09.17 07:00|수정 2015.09.17 07:00
    판 커진 온라인쇼핑 시장 '강세'
    대형마트 3사 중 대응 가장 느려
    사모펀드 인수로 인력 감축 우려
    MBK "인위적 구조조정 안 한다"
    유능한 상품 MD 늘리는 게 우선
    새 수요처 마련ㆍ고객군 늘리기 등
    차별화된 전략으로 주도권 잡아야
    • 16년간 영국 테스코(Tesco) 산하에 움츠려있던 홈플러스가 새 주인을 맞이한다. 사모펀드(PEF)가 주인이 되면 홈플러스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다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결국 승부수는 매출과 영업이익률, 그리고 시장점유율 확대에 있다. 그러나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다. 시장변화 속도는 너무 빠르다. 발빠른 이마트는 홈플러스를 경쟁사로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듯한 태도다.

      ◇여전히 구름 낀 대형마트 영업환경

      지난 4년간 대형마트들은 '재래시장 활성화'등의 정치적 구호에 휩쓸려 펀더멘털 악화를 겪었다.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변경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나오는 등 먹구름이 이제야 겨우 줄어드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빠른 배송ㆍ낮은 가격을 앞세운 쿠팡 등 모바일커머스의 강세는 매출저하를 유도할 정도로 '위협'수준에 달했다.

      한때 7%대였던 영업이익률은 매년 6%에서  5%대 초반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를 커버하기 위해 '쳇바퀴 굴리듯'  신규출점을 늘려 매출과 점유율 확대를 노리던  전략도 정부 규제로 무용지물이 된지 오래다.

      홈플러스는 이마트와 롯데마트보다 이런 도전과제에 대한 대응이 늦었다. 풀어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인력감축? 오히려 늘려야 할 상황

      '구조조정'의 대명사로 불리는 사모펀드가 인수하다보니 홈플러스 인력감축 여부가 논란이 됐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쥐어짰다'고 할 정도로 테스코가 이미 경영효율화를 이뤄놓았다고 보고 있다.  추가 인력 감축과 이에 따른 비용 축소 여지가 크지 않다는 뜻이다. "인력의 효율적 운용을 위한 내부시스템 만큼은 업계 최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에서 소수 인원이 근무하는 방식은 타사가 배워야 할 수준"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수치상으로도 작년 홈플러스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9.1%다. 업계 평균(7~10%)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마트(8.7%)와도 별반 차이가 없다. 게다가 구조조정은 노동조합의 강력한 반발도 불러 일으킨다. 그러니 '실익'도 크지 않은 카드를 지금 꺼낼 이유가 없어 보인다. MBK파트너스도는 "임직원 전원을 고용승계하고 인위적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오히려 유능한 상품기획자(MD)를 더 늘려야 할 상황이다. 이마트는 복합쇼핑몰 ' 이마트타운' 을 개장하며 MD 등 600여 명을 신규채용했다.  반면 오랫동안 매각설에 오르내린 홈플러스는 유능한 MD 상당수를 잃었다고 평가받는다. MD는 대형마트의 '꽃'으로 불리는데, 글로벌 기업인 '월마트' '까르푸'가 유독 한국에서 실패한 것도 MD들이 국내 소비자 취향을 못 읽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온라인 대전'에 어떻게 대비할까

      지금 국내 소매시장은 '온라인'에 휘둘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현재 성장 추세대로면 온라인 쇼핑의 소매시장 비중은 2018년 '백화점+대형마트'보다 더 커지고 2020년에는 30%에 이를것" (한국투자증권 여영상ㆍ윤희도ㆍ최고운 애널리스트 '후끈 달아오른 배송전쟁 승자는 누구?')이란 분석이 나올 정도다.  온라인은 결국 '배송'이다보니 유통업계에서는 '배송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업계 톱인 이마트는 발빠르게 준비했다.  온라인 이마트몰의 성장률은 전년 대비 30%를 상회한다. "전용 물류센터가 원동력이고 올해 말 규모가 두 배 더 큰 전용물류센터가 들어서면 경쟁력이 더 커진다"고 평가받는다. 대구, 경기도 여주ㆍ광주ㆍ이천ㆍ시흥ㆍ용인ㆍ김포 등에 골고류 물류센터를 갖췄다. 그중 일부는 아예 온라인몰 전용 센터로 운영중이다. MD경쟁력이 뛰어난 식품 부문이 온라인 부문 성장의 축이 되고 있다.

      MBK파트너스도 홈플러스 인수와 동시에 내세운 투자처가 '온라인 채널강화'였다. 하지만 아직  경쟁 무대에 뛰어들만한 준비를 못 했다. 홈플러스는 현재 안성의 신선식품 및 공산품 물류센터 등 몇 곳을 갖춘 정도다. 온라인 전용 물류창고도 갖추지 못했다. 창고 하나를 짓는 비용은 2500억~3000억원 정도다.

      온라인 확대를 '만병통치약'으로만 보기도 어렵다. 온라인 점유율 증가는 때로는 동일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증가율 하락을 부채질하기도 한다. 전체 수요가 더 커지지 않는 한 '제 살 깎아먹기(Cannibalism)'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 ◇플러스 'α'는 무엇?

      유통환경 변화속에서 대형마트가 앞으로도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차별화된 플러스 알파(α)가 요구된다. 새로운 수요처를 만들든지, 고객군을 대거 늘리든지 해서 파이를 키우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마트는 여러 부문에서 대비를 해왔다. '창고형 할인매장' (이마트 트레이더스) '가공식품 PB브랜드 점유율 확대' (Peacock) '복합 쇼핑몰타운 조성'(일산 이마트타운) 등을 내세웠다. "수천만원대 보트까지 전시해 놓았다"며 화제가 되기도 한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올해 이마트 전체 매출 비중 가운데 7%를 차지할 정도. 가공식품 브랜드 '피콕' 부문은 연간 매출이 2배 이상 급증하는 추세다.

      MBK파트너스도 홈플러스에서 신선식품ㆍ간편식 상품 대응과 마트 내 편의시설 강화 등에 힘쓰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업계 1위가 증명해 놓은 성과를 수용하겠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달리 말하면 현재로서는 '1위 업체 따라하기'를 제외한 구체적인 전략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할인마트 부문의 성장둔화를 방어하려면 유통업계를 놀래킬만한 '아이템' 한두 개는 내놓아야 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금융업자들은 유통을 몰라"vs"유통혁신 이뤄낼지도"

      유통업은 흔히 "원가절감을 통해 1원을 남기는 장사"라고 말한다. 그래서 금융전문가들이 진출해본들 성공이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이른바 '꾼들의 논리'가 다르다는 의미다.

      하지만 단정하기도 이르다. 해외에서는 PEF가 기존 유통업의 판을 깬 사례들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KKR과 베인캐피탈이 2000년 인수한 '쇼퍼스드러그마트'(Shoppers Drug Mart)가 한 예다. 17억달러를 주고 인수를 단행하자마자 대규모 개·보수를 통해 매장을 넓히고 현대적인 디자인을 더했다. 주력상품도 의약품에서 코스메틱 제품으로 바꿨다. 업계 최초로 뷰티-부티크(Beauty-Boutique) 매장을 열어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

      이런 변화가 회사를 성장가도에 올렸다. 인수 당시 3억5000만달러 였던 상각전이익(EBITDA)이 2010년 이후 12억달러 규모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작년 캐나다 최대 유통업체인 로블로(Loblaw)가 쇼퍼스드러그마트를 사갔는데 인수가격이 124억달러에 달했다. 몸값이 7배 비싸진 셈이다.

      KKR과 CD&R(Clayton, Dublier&Rice.Inc)이 사들인 미국 식자재업체인 US푸드(US Foods) 사례도 있다. 2007년 무려 71억달러를 주고 회사를 사들였다. 적정가격이 51억~57억달러로 거론된터라 고가인수 논란이 나왔다.

      이후 US푸드는 고객밀착형 소프트웨어 및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을 도입해 온라인 및 모바일로 채널을 다변화했다. 영업이익의 변화는 크지 않았으나 평판과 위상이 달라졌다. 결국 2013년 시스코가 82억달러에 회사를 사겠다고 나섰다. 인수목적은 '온라인과 모바일 시너지'였다. 반독점법 때문에 매각은 무산됐지만 채널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례가 됐다.

      물론 실패 사례도 있다. 2003년 헤지펀드인 ESL인베스트먼트가 미국 대형마트인 K마트를 인수한 경우다. 인력 감축으로 비용을 절감하면서 공구전문 유통업체인 시어스(Sears)를 인수해 시너지 창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월마트 등 경쟁사 대비 경영전략 차별화에 실패했다. 회사 실적은 매년 악화했다. 작년 손손실만 18억달러. K마트 경영을 맡은 에드워드 람퍼트(Edward Lampert) ESL인베스트먼트 대표는 2014년 포브스에서 ‘올해 최악의 경영인’에 선정됐다.

      취재=기업금융팀 양선우·김진성·박하늘·차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