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겸직·더블카운팅 통해 은행·증권간 벽 허물어
-
- 이미지 크게보기
- 이동환 신한은행 CIB그룹장 부행장
신한금융그룹이 은행과 증권의 통합 기업투자금융(CIB)그룹을 운영한 지 3년이 지났다. 이동환 신한은행 부행장은 사외이사였던 CIB그룹 출범 당시부터 부사장을 맡고 있는 지금까지 CIB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
2012년 출범 당시를 떠올리며 이 부행장은 "나는 은행출신이지만 M&A(인수합병) 등 투자은행(IB) 업무가 낯설지는 않았다"고 소회했다. 이 부행장은 신한은행 자본시장본부장, 신한금융지주 IR부장을 지내며 굿모닝증권·조흥은행 등 주요 M&A 딜(Deal)을 경험했다.
신한금융 CIB의 방향성에 대한 이 부행장의 고민은 ‘리그테이블 순위가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약 6조7000억원어치 회사채를 주선하며 채권자본시장(DCM) 리그테이블 3위에 올랐다. 올해 들어 신한금융투자는 리그테이블 각 부문에서 전반적으로 부진하다.
전통적인 IB사업이 핵심사업으로 남을 지에 대한 의문은 대우증권 인수에 대한 입장에서도 잘 나타났다. 이 부행장은 “향후 IB사업이 회사채발행·기업공개(IPO)·M&A 등을 위주로 계속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IB사업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대우증권과 같은 거대한 조직을 인수하는 것은 큰 모험"이라고 덧붙였다.
은행·증권사간 벽을 허무는 '시스템' 구축이 신한금융 CIB그룹의 강점이라고 평가받는다. 증권사·지주사 임원직 겸직, 실적 '더블 카운팅(Double Counting)' 등을 통해 은행·증권사간 화학적 결합·시너지 창출을 시도하고 있다. 이 부행장은 업계 최초의 금융지주사·은행·증권사 임원 겸직 사례다. 이 부행장은 “직원들의 겸직도 허용된다면 CIB는 더욱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그룹은 ‘더블 카운팅’을 통해 은행지점과 신한금융투자간 협업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더블 카운팅은 하나의 딜을 은행·증권사가 각각 실적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올해 제도화된 이후 협업사례는 100건이 넘었고, 그 중 종결된 딜도 30여 건에 이른다.
계열사간 화학적 결합을 위한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는 자평이다. 이 부행장은 "은행·증권사 출신이 모인 CIB그룹을 하나의 가족이라 하긴 힘들어도 사돈지간까지는 발전했다"고 말했다.
실질적 투자에서도 은행과 증권사의 협업이 긴밀하게 이뤄지는 게 신한금융그룹이 추구하는 CIB모델이다. 이 부행장은 “신한금융투자가 영업을 하고 신한은행이 앵커출자자(Anchor LP;주축출자자)로 나서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은 보수적이다'는 지적을 인정하면서도 신용정책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이 부행장은 “대체투자를 빨리 찾아야한다”며 “증권사가 조언 수수료(fee)를 받는 데 그치지 말고 은행과 협업을 통해 실제 투자를 진행하며 지속적 이익창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년간 신한금융 CIB그룹의 성장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이제 대기업 비즈니스의 확대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이 부행장의 판단이다. 대체투자와 함께 신한금융 CIB그룹이 집중해야 할 분야로 중소중견기업, 해외투자 등이 꼽혔다.
신한금융그룹은 최근 ‘신한 창조금융플라자’ 3호점을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 개점하는 등 중소중견 기업 CIB 영업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1·2호점은 판교테크노벨리와 시화중앙센터에서 각각 개점했다.
이 부행장은 “해당 지역 부품·제조·정보통신(IT) 업체들에서 유상증자, 전환사채(CB)·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의 니즈(needs)가 있는 곳이 많다”며 “앞으로 CIB사업은 중견중소 기업 위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이동환 부행장과의 인터뷰 전문
-부행장, 부사장 어떤 직함이 더 편한가.
부행장이 편하다. 오세일 부행장이 CIB그룹장을 맡은 2012년2월부터 저는 CIB그룹 운용체계상의 사외이사였다. 법적으로 제가 CIB그룹을 총괄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와 유사한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당시에는 공식적으로 신한금융투자 직원의 보고를 받을 수 없었고, 서류 결재권도 없었다. 올해 5월 부사장에 임명된 이후부터는 서류 결재를 할 수 있게 됐고, 이에 법적인 책임을 진다.
-IB업무를 3년간 해보니 어떤가.
신한은행에선 자본시장본부장을 지냈고, 신한금융지주회사에선 IR부장을 맡았다. IR은 투자자입장에서 보면 자본시장 참여자와 소통하는 일이다. IR부장 시절 굿모닝증권 조흥은행 M&A가 진행됐다. 이를 통해 IB 업무를 간접적으로 경험했기에 CIB그룹의 업무가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CIB그룹 출범 이후 지금까지의 성적표를 스스로 평가하자면?
은행의 IB분야 중 인수금융은 CIB출범 당시 신한은행이 마켓리더였다. SOC시장은 KB국민은행이 리더였다. CIB그룹 도입 이후 각 은행의 IB사업 격차는 많이 줄었다. 은행간 상품·네트워크 등이 균일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권사의 격차는 단기간에 따라잡는 것이 쉽지 않다. CIB 그룹 출범후 DCM 리그테이블 순위는 작년 3~4위까지 올랐다. ABS 순위는 1~2위로 올랐다. 하지만 더 이상 격차를 줄이는 건 힘든 상황이다.
올해는 신한금융투자의 DCM 리그테이블 순위가 5위로 떨어졌다. 여기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올해부터 계열사 물량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실적은 감소했고 시장점유율도 떨어졌다. 그룹사의 도움이 없더라도 톱(Top) 5 증권사에 드는 건 큰 무리가 없을 거라고 보고 있다.
올해의 중점 사업으로 생각한 분야는 IPO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부끄럽게도 이렇다할 사례가 많지는 않다.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최초의 디벨로퍼(developer) 상장인 SK D&D를 주관했다. 하반기에는 몇몇 중국 기업체들 상장도 주선하려 하고 있다. IPO부문은올해 톱 6 진입이 목표인데, 그 정도는 달성할 수 있을 거라 보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이 증권부문을 키우려는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대우증권 매각은 어떻게 보나.
신한금융그룹에 부족한 부분이 IB인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대우증권이란 거대 조직을 인수하는 것은 모험이라고 본다. 향후 증권사의 IB 비즈니스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 증권사의 IB사업이 지금처럼 회사채 발행, IPO, 유상증자, M&A 위주로 계속 흘러갈까? 아닐 수도 있다. 증권사들의 수익 구조에서 사모부채펀드(PDF)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전통적 리그테이블 순위는 겉치레일 뿐이다.
물론 대우증권은 시장에서 '마지막 대형 매물'로 꼽히고,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 있는 변동성은 있다. 하지만 투자규모가 지나치게 크다. 향후 IB사업의 진화 방향성을 고려하면 신한금융 입장에선 대우증권을 필연적인 인수 대상이라고 판단하기엔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은행과 증권사 직원들이 서로 다른 DNA를 가진 것 같은데 이 부분이 어렵지 않나.
궁극적으로 같다. 흔히 말하는 평가와 보상체계가 다르지만 더블카운팅 제도가 있다. 은행 지점의 RM(기업금융전담역)이 증권 IPO부에 특정 기업을 소개시켜줘서 IPO가 성사되면 실적을 각각 인정해 준다. 증권이 인센티브를 받는 대신 은행 지점들은 그 대상이 아니어서 지점 간 경쟁을 유도하는, 합리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신한창조플라자의 4월말 협업건수는 100건이 넘고 클로징이 30건 정도다. 그 정도면 작년 신한금융투자의 중소기업 대상 영업건수를 이미 넘어선 수준이다. 작년까지는 더블카운팅이 제도화 안 됐었다.
-직원들 화학적 결합 변화 느껴지나.
7월에 신한금융투자-은행 간 직원 인사교류를 대폭했다. 은행 직원과 증권사 직원 각 6명씩 12명 스와프(교환)하는 인사다. 은행 IB와 증권사 IB 직원들이 '하나의 가족'이라고 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사돈지간까지는 된 것 같다.
-다른 계열사와의 교류는.
계열 자산운용사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과 업무 교류가 있다. 일본 태양광 펀드를 형성할 때 신한은행이 전반적인 시장을 조성했고,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 GP결성을 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인력이 부족할 경우 신한은행이 직원을 파견하기도 한다.
-바젤3 도입으로 인한 우려가 있는 것 같다.
바젤 3 도입으로 지분투자는 400%, 일반 대출은 100%의 위험가중치가 더해진다. 2019년부터 기본자본비율을 15%로 유지해야 한다. 지분투자, LP 투자를 할 수있냐는 우려가 나오는데 저도 고민을 하고 있다.
다만 은행 대출이 150조~200조원에서 지분투자는 1조원이 안 된다. PEF가 보유한 에쿼티(Equity)는 6000억원 정도다. 1조원 정도 지분투자는 걸림돌이 크게 되지 않을 것 같다. 또 하나 다행스러운 점은 지분투자에서 지분투자 수익률만 보는 것이 아니라 부수적인 IB 거래들, 그에 따른 주선 자문 수수료 등 포괄적으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게 있다는 점이다.
-SOC 외에 대체투자, 해외투자는 어떤 게 있는지
앞으로 대형 딜도 많아보이지 않는다. 원론적인 방향성의 원칙을 가질 수도 없다.
SOC는 빠짐없이 경쟁입찰(bidding) 과정이 있고 내부에서도 심사 과정에서 거쳐야 할 관문들이 많다. 신한은 수수료를 보고 들어간다. 작년에 6000억원 규모의 시니어론펀드를 출시했다. 올해말 80%가 소진됐고 2호 펀드를 다시 준비한다. 펀드도 주식 기반에서 부채(Debt)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해외 쪽으로도 넓히고 있다. 앞으로는 미국이나 유럽에 투자하는 펀드의 투자자로 참여하려고 한다. 신한금융투자는 ECM, DCM 말고 투자금융부를 확대해서 트랙레코드를 확보할 계획이다. GP(운용사) 역할도 많이 하려고 한다. 한편으로는 외국 GP들이 국내에서 투자자를 모집할 때 에이전시 역할을 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대(對)대기업 시장에 대해선 어떻게 전망하나.
물론 CIB 모델이 3년 성공한 것은 대기업 덕분이 컸다.지난 2년 반 동안 대기업의 회사채 발행 주선으로 리그테이블 순위도 끌어올렸다. 하지만 더 이상 커질 시장은 아닌 것 같다. 대기업 M&A나 IPO는 외국 증권사들이 여전히 독식한다.
대기업은 여신도 안 늘고 수익도 줄어든다. 예전엔 대출 지급이나 여신이 늘어야 수익이 늘어난다고 생각됐는데 이제는 리밸런싱(rebalancing)이 화두다. 차입금으로 안 잡히는 일반차입금으로 전환하는 식이다.
결국 중견·중소기업이 해답이다. 창조금융플라자 전진배치, 인센티브 더블카운팅으로 성공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중견 중소의 경우 편차도 심할 것 같다.
창조금융플라자 시화중앙센터는 부품 제조업, 판교테크노벨리센터는 바이오와 IT 중심이다. 판교 쪽은 신한금융투자가 처음 진출한 곳은 아니다. 증권회사끼리 경쟁이 있는 곳이다. 반면 시화중앙은 경쟁 증권사가 한 번도 오지 않은 시장이다. 상장회사도 있고 유상증자 니즈(Needs)도 있는 곳이다. 최근엔 3호점 을 구로디지털단지에 오픈했다.
-중소기업, 중견기업의 경우 리스크는 없는가.
리스크는 없다. IPO는 3~4개월 만에 끝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유상증자가 제일 많다. 이들은 대부분 신한은행의 고객이다. 이미 은행이 검증한 기업들이라 어느 정도의 신용 리스크는 해소된 셈이다. 전환사채(CB)나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요구도 있다.
-마지막으로 신한 IB가 지향하는 점은?
2002년 굿모닝증권 인수했을 때 IR 팀장 겸직했다. 그 때 백이면 백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은행이 증권사를 인수해서 성공한 적이 없다고 했다. 여러 가지 함의가 있는 말이다. 2년 반 하다보니 은행과 증권의 신용 정책이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신한은 남들이 하지 않는 것, 또는 우리가 비교 우위에 있는 것을 찾으려고 한다. DCM, ECM에선 경쟁사들을 따라 잡을 수 가 없어 마냥 매달릴 수만은 없다. 대체투자를 빨리 찾아가야한다. 과거 자문(Advisory)을 통한 수수료(Fee)를 받는 개념이 아닌, 실제로 투자를 하고 경험을 쌓아 지속적인 이익을 거두는 활동을 지향하려고 한다.
신한금융투자가 영업을 하면 신한은행이 앵커출자자로 손을 드는 모습이 좋다. 그게 CIB 모델이 지향하는 모델이다. 그래서 여전히 '신한'의 신용정책이 중요하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09월 14일 15:4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