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많지만 현실성 제로
중소형 조선사 구조조정 시급
정부가 컨트롤타워 역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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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세계 1위를 자부했던 국내 조선업계가 위기에 빠지는 데는 채 몇 년이 걸리지 않았다.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살 깎아먹기'식의 수주경쟁으로 내몰린 결과다. 관련업계에선 이번 위기를 반면교사 삼아 조선산업에 대한 재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베스트조선은 국내외 조선업 전반, 그리고 개별 기업들의 현황과 과제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해봤다.
세계 1위를 자부해 온 국내 조선업계는 현재 고강도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에 이어 올해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까지 대형 조선3사 모두가 체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관련업계에선 개별 기업의 구조조정과 더불어 조선산업 차원의 규모축소, 이른바 다운사이징(down-sizing)이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와 같은 양적 경쟁으로는 적자구조에서 탈피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글로벌 발주량 급감 추세에 맞춰 선택과 집중을 통한 질적 경쟁으로 수주의 '질(質)'을 높여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각사별로 중복되는 사업부나 인력을 조정해 고정비를 줄이고, 산업 내 자정작용이 일어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시장에서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문제다.
◇ '빅3 공동수주' 등…실현 가능성↓
최근 언급되는 다운사이징 방안 중 하나는 조선 빅3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를 공동수주하는 것이다. 국내 건설사들의 경우 종종 해외 육상플랜트 프로젝트를 공동수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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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선업계 전문가들은 현재의 경쟁구조상 하나의 프로젝트를 여러 공정으로 나눠 수익을 분배하는 것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각사 조선소가 따로 떨어져 있는데다 발주사와 계약을 맺을 때 어느 조선소에서 선박을 제작할지 정해두는 조선업 특성상 공동작업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공동작업을 할 여력도 없다. 빅3는 현재 수주해 놓은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들을 제대로 완료하는 것이 급선무다. 해양플랜트 전문인력이 적다보니 신규수주에 투입할 인력조차 턱없이 부족하다.
공동수주가 성사되더라도 인력교류 및 설계 프로그램·재무구조 일원화라는 벽에 부딪힌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조선사들이 과거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기술·인력교류를 시도해봤지만 합의가 잘 안 됐다"며 "서로 다른 설계프로그램을 통일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공동수주보다는 각 조선사가 특화된 능력을 살리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사업이 중복되는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을 합병해 조선 빅3를 빅2로 재편하자는 시나리오도 그 일환이다.
다만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고 가정했을 때, 대우조선해양의 잠재부실이 걸림돌이다. 삼성중공업 자체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 위험부담이 크다. 방위사업과 화학사업을 떼어내고 전자와 금융 중심으로 재편 중인 삼성그룹이 조선업 재편에 얼마나 공을 들일지도 불확실하다.
대우조선해양의 분리매각 가능성도 언급된다. 해외매각이 사실상 어려운 방산부문을 떼어내 국내 업체에 매각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 지 오래다. 이 또한 실현 가능성을 놓고 갑론을박이다. 잠수함을 포함한 방산 관련 선박이 다른 일반 선박들과 함께 거제 조선소에서 건조되고 있는 점이 사업 자체의 물리적 분할을 어렵게 한다. 또 회사 매출에서 많아야 10% 정도인 방산부문을 분리해도, 매각가격을 줄이는데 크게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 중소형 조선사 구조조정이 더 '시급'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형 조선사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시급하고, 더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평가다.
STX조선해양·성동조선·SPP조선·대한조선·대선조선 등 중소형 조선사 상당수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겪었다. 하지만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이들의 주력인 상선 부문의 다운사이징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몇 년간의 불황 속에 시장 수요는 줄었으나 공급 측면에선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시장에선 일본이나 중국처럼 버틸 여력이 부족한 곳들은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 회계법인 구조조정 전문가는 "주력 선종에 특화된 조선소끼리 통합시키는 등 물적·인적 구조조정을 통해 원가경쟁력을 극대화해야 한다"며 "정부·채권단·노조 등 이해관계자들의 협의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과 '경영협력협약'을 맺었지만,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두 조선사의 주력 선종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운사이징과 관련해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많지만 회사가 선택할만한 현실적인 방안은 많지 않다. 금융당국 등 정부 차원에서 조선업 구조조정의 방향키를 잡아야 한다는 얘기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앞서 유럽·일본·중국 등의 대형조선사 구조조정 사례를 토대로 적용할 부분이 없는지를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조선업 다운사이징을 위해 금융당국·채권단·각 회사 모두의 역할과 결단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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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08월 31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