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조선사 살리기에 빅3 조선사 경쟁력은 '뒷걸음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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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세계 1위를 자부했던 국내 조선업계가 위기에 빠지는 데는 채 몇 년이 걸리지 않았다.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살 깎아먹기'식의 수주경쟁으로 내몰린 결과다. 관련업계에선 이번 위기를 반면교사 삼아 조선산업에 대한 재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베스트조선은 국내외 조선업 전반, 그리고 개별 기업들의 현황과 과제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해봤다.
구조조정이 한창인 조선업계에서 정부 역할을 놓고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쟁력을 잃은 중소형 조선사에 정부의 지원이 계속되면서 업계 구조조정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다. 정부 정책이 중소형 조선사뿐만 아니라 빅3까지 포함한 업계 전반에 대한 이해와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소형 조선사에서 시작된 조선업 구조조정이 빅3까지 전이됐다. 현대중공업을 시작으로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대규모의 인원감축 및 자산매각 계획을 밝혔다. 다운사이징(down-sizing) 없이는 불황의 파고를 넘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조선업계 전체가 힘들어지자 정부 역할론이 대두하고 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견해다. 정부의 행보는 이런 기대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정부가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중소형 조선사 구조조정이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우리은행은 각각 STX조선해양, SPP조선, 성동조선의 채권단으로 이들의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STX조선해양은 대우조선해양에 위탁경영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우조선해양이 반대하는 상황이다. SPP조선은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매각의사를 밝혔으며, 수출입은행은 삼성중공업과 성동조선 경영협력협약을 맺었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중소형 조선사를 살려 조선업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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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입장이 오히려 조선업 구조조정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가 공급과잉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경쟁력을 잃은 중소형 조선사 중심의 지원이 업계 구조조정을 더디게 한다는 비판이다.
정부가 중소형 조선사 지원을 끊지 못하는 이유는 이들이 지역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삼성중공업과 성동조선 경영협력을 알리는 자리에서 “성동조선은 통영 수출의 91%를 차지하고 고용규모 2만4000명에 달한다”라며 성동조선에 대한 추가 자금지원 의지를 밝혔다. 수출입은행이 그간 적자의 늪에 빠진 성동조선 정상화를 위해 투입한 자금은 2조6000억원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조선사가 지역경제 고용에 차지하는 비중이 커 함부로 문을 닫을 수도 없다”며 “조선업 경쟁력보다는 정치논리가 우선시 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빅3 조선사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중소형 조선사를 떠안고 있다. 국책은행의 도움 없이 수주에 나서기 힘들어, 정부의 제안을 거절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조선업계에선 빅3 모두 수익성 하락으로 구조조정에 돌입한 시점에서 중소형 조선사마저 떠안는 것은 한국 조선업 경쟁력을 저해하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력이 없는 회사는 도태돼야 하는데, 이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계속되면서 빅3 마저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며 “정부의 조선업 정책이 중소형 조선사 살리기보단 빅3 조선사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빅3 조선사 지원방안으로는 국책은행을 통한 자금지원이 거론된다. 실적 부진에 신용등급 하락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빅3 조선사에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여신 확대가 필요하단 견해다.
한 국내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정부가 직접 나서 빅3 조선사의 구조조정에 간섭하는 것은 지난 2002년 EU가 우리 정부를 WTO에 제소한 사례처럼 무역분쟁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며 “정부의 재무적 지원 확대가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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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09월 07일 08:3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