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인력 구조조정 '양날의 검'
입력 2015.09.23 07:00|수정 2015.09.24 10:42
    빅3 조선사,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실시
    중국 조선업계, 국내 인력 ‘러브콜’…기술유출 우려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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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조선업종 노조연대 공동파업 선언 기자회견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사 빅3가 인력 감축에 나섰다. 장기불황 속 실적악화에 맞서 구조조정 중 가장 효과가 확실한 인건비 절감을 선택했다.

      문제는 일자리를 잃은 '베테랑'들에게 중국 조선사들이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업계에선 인력 구조조정이 중국의 추격에 불을 붙이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빅3 중 가장 먼저 칼을 빼든 건 현대중공업이다. 지난해 대규모 ‘어닝쇼크’를 기록한 이후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섰다. 임원의 30%를 줄였고, 과장급 이상 사무직과 고졸·전문대 출신의 고참급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인력 감축에 돌입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분기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이후 임원 30%를 줄이고, 부장급 이상 간부 40%를 교체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부장급 이상 13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인력감축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박대영 사장이 퇴직 대상 임원들에게 해당 사실을 통보하면서 인력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쐈다. 업계에선 임원 중 20~30%가 회사를 떠날 것으로 보고 있다.

    • 조선업은 인건비 비중이 큰 대표적인 산업이다. 조선사 매출액의 10% 정도가 인건비다. 사람을 줄이면 그 효과가 실적에서 분명히 나타나다 보니, 조선사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가장 먼저 선택하는 것이 인력감축이다. 대상은 주로 임원급 간부며, 현장의 숙련공보다는 사무직이 많다.

      노동조합과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현대중공업 등 국내 9개 조선소 노조로 구성된 조선업종 노조연대는 공동파업을 선언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회사가 구조조정에 나설 경우 강력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혔다. 노조연대 관계자는 “희망퇴직 명목으로 정리해고를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에 웃는 쪽은 중국 조선업계다. 중국 조선사는 국내 조선업계에 오랜 기간 몸을 담았던 인력들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퇴사하자, 이들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들이 쌓아온 노하우(Know-how)를 습득하기 위해서다. 임금도 국내 조선소보다 2~4배가량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조정 대상자들이 40~50대가 주를 이루다 보니 이들의 제안을 거절하긴 쉽지 않다. 빅3 조선사에서 퇴직한 임원급 인력들의 경우 다른 국내 조선사로 가기도 마땅치 않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사 중에서 그나마 상황이 나은 곳이 빅3 조선사인데 여기서 퇴직해서 다른 조선사에서 일자리를 찾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사들은 숙련공보다는 일반 사무직이 대상이기 때문에 기술유출에 대한 우려는 작다고 말한다. 그러나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사무직이라도 이들이 영업, 기획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쌓은 경험도 핵심 기술이라고 반박한다.

      업계에선 인력 유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중국과의 기술력 격차가 급격하게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2010년 12차 5개년 계획(2011~2015년)을 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대형조선소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과거 우리나라 조선사가 일본 조선업 인력들을 데려와 기술을 배웠는데, 이와 똑같은 일이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인력유출이 국내 조선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