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합병 추진 계획 없음 공시
투자자 “CEO 합병 추진 발언, 시장에 혼란만 준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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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중공업 건조한 플랫폼 야경(자료=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두 회사의 주가가 요동쳤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과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양 회사간 합병 재추진 가능성을 언급한 게 발단이 됐다. 회사는 서둘러 합병 추진 계획이 없다고 밝히며 일축했다.
이번 일은 결국 시장에 혼란만 준 해프닝이 됐다. 증권가에선 두 회사의 합병 필요성은 더 커졌지만, 여건이 악화한만큼 당장 재추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삼성그룹 내에서 조선-플랜트 사업의 비중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가 더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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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사진)은 15일 열린 ‘조선해양의 날’ 행사에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장기적으로 보면 한 회사가 되는 게 맞다”며 지난해 무산된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 재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도 여기에 가세했다. 박 사장은 16일 기자와 만나 “지난해 유가 하락 등 여건이 좋지 않아 합병이 무산됐지만, 다시금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사실상 합병 재추진 의사로 받아들였다.
두 사장의 발언 직후 양사 주가는 급등했다. 삼성중공업은 15일 1만2000원 하던 주가가 16일에는 11.25% 상승한 1만3350원에 마감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도 16일 전날 대비 18.6% 상승했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던 두 회사에 합병 소식이 호재로 받아들여진 결과다.
이런 흐름은 하루 만에 반전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16일 공시를 통해 양사의 합병 추진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전일 대비 각각 1.87%, 7.99% 하락했다. 18일 양사 주가가 다시 상승하긴 했지만 주주들 사이에서는 사장이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불만이 나왔다.
한 기관투자자는 “사장들의 발언이 합병 추진의사로 받아들여지면서, 시장에 혼란만 일으킨 꼴이 됐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양사의 합병이 당장은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악화한 실적과 우울한 전망이 걸림돌이란 분석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분기 362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이후 정상적인 이익을 기록하며 실적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2분기 1조5000억원이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삼성엔지니어링도 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66% 감소한 365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보수적인 수주 영향이라고 밝혔지만, 신규수주가 부진해 앞으로 개선 여부도 불투명하다. 올해 상반기까지 삼성엔지니어링의 신규수주는 2조2000억원으로 연간 목표치 대비 31%에 불과하다. 수주잔고는 11조5000억원으로 연 매출 기준으로 1년 반 정도의 수주 잔고만을 유지하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두 회사 모두 내부적으로 내실을 다질 때라서 합병을 추진하기엔 부담스러워 보인다”며 “유가가 올라주지 않으면 단기적으로 합병 시너지를 기대하기 힘든데다, 합병 비용도 걸림돌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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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기업 내부에서도 "두 사장의 발언은 중장기적으로는 그렇게 돼야 하지 않겠냐는 원론적인 수준"이라며 큰 기대감을 보이진 않고 있다.
중장기적으론 합병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대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합병이 발표된 직후 양사의 주가가 하락했다. 합병 시너지가 불분명하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 두 회사의 부진이 장기화하자 합병에 대한 견해도 달라지고 있다. 육상과 해상플랜트 분야를 하나로 합치는 게 나을 수 있단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두 회사의 부진이 예상했던 것보다 심각하자 합병을 통해서라도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라며 “사장들의 발언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계와 시장에선 두 회사의 그룹 내 입지 약화 가능성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자부문 계열사들의 교통정리, 통합 삼성물산 출범 등 삼성그룹의 사업재편 및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불필요한 사업은 정리하고 핵심사업에 집중하는 흐름에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그룹 내 입지가 예전만 못한 게 현실이다. 두 회사의 매각설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두 회사의 주어진 과제는 합병보다는 업계 내, 그리고 그룹 내 생존이다”라며 “그룹 내에서 약해진 위상을 어떻게 회복하느냐가 당장 눈앞에 닥친 과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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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09월 20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