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심사강화에 거래소 '곤혹'…"상장심사 강화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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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당국의 기업인수목적회사(이하 스팩; SPAC)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스팩 합병기업이 금융감독원의 제동으로 합병을 철회하는 사례가 등장하면서 거래소 또한 심사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 거래소는 'OK', 금감원은 '제동'
현재 코넥스 시장에 상장돼 있는 판도라TV는 하나머스트3호 스팩과 합병을 추진했지만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철회했다. 회사는 거래소의 합병심사를 통과했지만 금감원의 평가는 통과하지 못했다.
회사는 공시를 통해 "2014년 재무제표가 재무상태를 적정하게 반영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의문이 제기돼 감독강국에서 감리를 진행하고 있다"며 "합병의 실현가능성이 불투명하고, 합병비율 산정기준 시점부터 이미 7개월이 초과해 합병비율이 현재 시점의 존속 및 소멸회사의 주식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합병 철회 배경을 밝혔다.
금감원은 이번 판도라TV를 심사 과정에서 무형자산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판도라TV의 지난해 총 자산 약 216억원 중 절반이 넘는 118억원이 무형자산이 차지했다.
거래소에서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에 대해 금감원이 문제 삼는 일은 흔치 않은 사례다.
스팩과 합병을 추진하는 기업은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다. 이후 거래소에서 상장예비심사가 통과하면 금감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다. 이 과정에서 거래소는 주로 회사가 상장요건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평가하고, 금감원은 투자자보호 차원에서 투자 위험요소를 판단한다.
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은 금감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에 기재가 미흡한 부분에 대해 지적 받은 내용을 수정·보완한다. 대부분의 경우가 증권신고서 보완 등에서 마무리 되지만 회사의 재무상황 등이 문제가 돼 상장이 무산되는 경우는 드물다는 설명이다.
국내 증권사 한 스팩담당 관계자는 "이번 판도라TV의 합병철회의 경우 거래소에서 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이 금감원에서 제동을 건 첫 사례다"고 말했다.
◇ 난감한 거래소…IPO 심사 강화한다
금감원의 이 같은 움직임에 거래소는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거래소 또한 향후 스팩을 비롯한 기업공개(IPO) 심사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판도라TV에 대해 문제를 삼아 거래소 심사 담당자들은 굉장히 곤혹스러워 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거래소에서 국내 IPO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향후 상장 심사를 강화할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 스팩담당 한 관계자 또한 "판도라TV의 경우 코넥스 상장업체이기 때문에 거래소에서 합병을 통한 이전상장에 대해 심사를 꼼꼼하게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사건을 계기로 향후 거래소를 비롯한 금융당국의 감독 및 평가가 더 깐깐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고 말했다.
◇ 펄펄 날던 스팩…한풀 꺾인 투자매력
지난해부터 달아오른 스팩시장은 올해 잇따른 합병 철회를 비롯해 금융당국의 심사가 강화함에 따라 투자매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들어 하나머스트3호스팩(판도라TV합병 추진), LIG2호스팩(엔지스테크널러지 합병 추진), 대우2호스팩(선바이오 합병 추진) 등이 합병을 철회했다.
여기에 지정감사인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기존 스팩의 빠른 합병과 상장에 대한 이점이 사라졌다.
현재 스팩과 합병을 추진하는 기업의 경우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지정감사인을 지정 받아야 하지만 지난 3월까진 회사가 외부평가기관을 자유롭게 선정할 수 있었다. 지정감사인 제도가 도입 될 경우 최소 반기 이상의 재무제표를 평가 받아야 하는 탓에 4월 이전 스팩의 합병은 줄을 이었다. 판도라TV도 이 경우에 해당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판도라TV의 합병심사 과정에서 무형자산의 비중이 과도한 것을 지적했다"며 "당초 지정감사를 받았더라면 판도라TV를 비롯해 합병철회와 같은 상황이 수 차례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올해 초 무리한 합병 시도가 잇따른 데 따른 부작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팩의 수가 지나치게 많아지고 있는 점도 스팩이 합병 기업을 물색하는 데 걸림돌로 지적된다.
국내 스팩시장 한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이 높은 수익률만을 따지고 스팩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한 경향이 있다"며 "현재 결성돼 있는 스팩이 모두 합병에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며 자칫 1기 스팩과 비슷한 상황이 반복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관투자자들도 스팩시장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 한 담당자는 "현재 스팩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돼 있어 합병기업을 물색하기 어렵다는 점, 지정감사인제도로 인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과 최근 감독당국의 심사강화 움직임이 맞물리면서 향후 시장에 대해 지금까지와 같이 긍정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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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09월 20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