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 대주주인 삼양옵틱스, 캐프 상장적격심사 진행 중
추후 감독원 심사 지켜봐야...거래소 '문제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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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가 대주주가 사모펀드(PEF)인 기업의 코스닥 상장을 적극 독려하고 있어 주목된다. 2~3년전만해도 사모펀드가 소유한 기업에 대해 엄격한 잣대로 심사한 것과는 대조되는 분위기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는 증권사 IB 담당자를 대상으로 코스닥 상장 관련 설명회를 주최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거래소는 PEF가 대주주인 기업의 상장과 관련, 심사 방향을 업계 관계자들과 공유했다.
거래소가 이 같은 설명회를 주최한 것은 최근 PEF 소유 기업 상장에 대한 주관사들의 문의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증권사 문의가 많아서 개별적으로 알려주는 것보다 관계자들을 모아 심사 기준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에 PEF가 소유하고 있는 기업의 상장을 독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PEF의 입장에서 기업 상장(IPO)은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투자회수 방식이라 실제 사례로 이어진 적은 없다.
IPO를 진행할 경우 신주 발행 등으로 대주주의 지분이 낮아질 수 있고, 향후 지분 매각시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주가 안정성을 고려해 대주주 지분에 대한 보호예수 기간도 길어질 수 있어 투자회수를 해야하는 PEF입장에선 부담이 되는 요소다.
유가증권에 국한됐던 사모펀드 소유 기업의 상장 이슈가 코스닥 시장에도 번진 건 올해 들어서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PEF가 대주주인 기업의 코스닥 상장에 대해) 거래소와 증권사 간의 사전적인 교감은 올 초부터 있었다"면서 "최근 들어 거래소가 증권사 관계자를 대상으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언급했다.
거래소 측은 설명회에서 경영안정성과 관련한 지침을 강조했다. PEF가 대주주일 경우 분산매각 등 경영안정성을 해치는 지분 매각은 하지 않겠다는 추가적인 확약을 받을 예정이다. 또 PEF가 다른 PEF에 경영권을 매각할 경우 상장 시 확약한 내용을 승계해야 한다는 조건도 포함해야 한다.
대주주 지분에 대한 보호예수기간을 늘리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각 회사의 지분 상황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이 거래소의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의 최근 입장 변화에 대해 "주관사가 경영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구조를 구상하면 상장에는 문제 없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거래소 측도 "PEF를 포함한 벤처금융 대주주의 지분 유지가 보장된다면 상장을 적극적으로 도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거래소의 적극적인 행보로 PEF가 경영하고 있는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달 초 IMM프라이빗에쿼티(이하 IMM PE)가 소유하고 있는 차량용 와이퍼 제조업체 캐프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 합병을 결정했다. 합병에 성공할 경우 사모펀드가 스팩을 통해 투자회수를 하는 최초의 사례가 된다. 캐프는 올 초 일반 상장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스팩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을 추진했다.
코스닥 시장에선 PEF 소유 기업이 최근 상장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보고펀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카메라 제조업체 삼양옵틱스도 현재 상장 심사 진행 중이다. 과거 상장사였던 삼양옵틱스는 2013년 보고펀드가 지분을 인수하면서 상장폐지를 결정한 바 있다.
주요 증권사들도 최근 PEF가 소유한 기업에 적극적으로 영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형 증권사 뿐 아니라 최근 대형 증권사도 사모펀드와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며 상장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PEF 소유 기업의 상장을 준비하는 증권사 관계자도 "앞선 사례들이 심사를 잘 통과할 경우 IPO업계에 새로운 흐름이 형성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이와 별도로 금융감독원의 심사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스팩과 합병하려 했던 판도라TV는 금감원의 합병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상장을 철회했다. 거래소와 금감원의 심사 기준이 다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PEF가 경영하는 기업의 상장 사례가 없어서 금융감독원의 평가를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거래소는 이에 대해 "(거래소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적격심사를 하고 있어 (금감원 심사 통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 "금감원과 심사 방향에 대한 기준을 공유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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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09월 24일 14:5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