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의지 필요한 사업…2세 물려줄 자산확보 평가도
-
미래에셋그룹의 국내 및 해외 호텔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시장 일각에선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박현주 회장의 강력한 호텔 사업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국내에선 지난해 4월부터 '코트야드판교'를 운영 중이고, 다음달 1일에는 6성급인 '포시즌스 광화문' 호텔도 개관한다. 해외에서도 2013년 호주 '포시즌스시드니' 호텔 인수, 올 5월엔 미국 하와이 '페어몬트오키드' 호텔을 인수하는 등 투자가 활발하다. 또 최근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페어몬트 샌프란시스코' 지분 인수도 추진 중이다.
-
미래에셋그룹이 미래에셋자산운용을 통해 호텔에 투자한 금액만 1조3300억원 이상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국내외 부동산 자산 설정 금액이 약 8조500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비중이다.
◇ "호텔투자, 변동성·운영 리스크 크다"
이 같은 미래에셋의 투자 기조와 달리 다른 국내 기관투자가에 있어 호텔은 섣불리 투자하기 어려운 자산으로 평가 받고 있다. 다수의 국내 보험사·공제회·연기금 등은 미래에셋으로부터 해외 호텔 투자 제안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투자결정은 어려웠다고 이야기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포시즌스 서울 같은 국내 호텔건 투자만 해도 미래에셋 계열사가 전부 지분 투자하고, 차주가 미래에셋으로 돼 있기 때문에 뒷배경을 믿고 인수금융에 투자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일단 호텔은 호황과 불황에 따른 경기 변동, 여행자 수급 등 다양한 변동 상황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매각 시기에 따라 투자회수도 난항을 겪을 수 있다.
동시에 '호스피탈러티(환대·서비스사업;hospitality business)' 사업이기 때문에 위탁경영을 맡는 호텔 브랜드, 즉 운영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임대로 수익을 얻는 오피스 투자와 달리, 호텔은 매출의 일정 부분을 포시즌스와 같은 운영사에 위탁운용료·브랜드 사용료·마케팅 비용 등으로 지불하고 난 뒤 매출을 인식한다. 결국 투자시 운영을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꼽힌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하와이쪽 호텔 투자를 검토해 봤지만 이미 중국 관광객 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있어서 호텔 가격이 높아졌다"며 "지금이 여행업계 호황기인데 하와이 페어몬트 호텔을 그 가격에 사면 향후 높은 수익률을 내기 힘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력한 오너 의지 반영…상속자산 확보 평가도
이런 평가들에도 불구, 미래에셋이 과감한 호텔 투자를 진행하는데는 박현주 회장 일가의 강한 호텔 사업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과거 오너가 확실한 대기업들이 그룹 차원에서의 세미나, 컨벤션 등을 이유로 호텔사업을 편입해 왔는데 미래에셋도 그 수순을 밟고 있다는 평가다.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과거 대기업 재벌가 오너들이 호텔을 사업군에 편입했듯 미래에셋도 마찬가지"라며 "다만 부동산 펀드라는 금융 기법을 활용해서 레버리지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호텔 사업에 나섰다 는 것이 다른 점"이라고 평가했다.
또다른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호텔은 가치가 높게 평가될 수는 있지만 매출이 안 나오면 나중에 매각이 어려운데, 반얀트리나 콘래드 호텔 매물 사례만 봐도 그렇다"며 "박현주 회장이 2세들에게 물려줄 자산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단기간에 매각이 어려운 호텔 자산을 인수한다는 이야기도 시장에서는 한번씩 언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 투자는 리스크 계산한 것…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
미래에셋은 이 같은 시장의 '시각'을 받아들이지 않는 모양새다. 최근의 호텔 투자는 부동산 대체자산 투자 폴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이라고 설명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는 중에 오피스, 물류 등 다양한 자산들을 리스크 분석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데 호텔 자산도 이런 분석을 거쳐 투자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각도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장기적인 투자 계산 없이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내려다 보이는 포시즌스 호텔 투자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즉 투자 수익 이외에 글로벌 주요 도시의 핵심 자산을 사들이고 여기에 '미래에셋'이 라는 브랜드를 홍보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는 것.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다른 자산운용사였다면 투자하기 어려운 전략이었을 수 있지만, 오너의 추진력이 있다면 미래에셋과 같은 운용사는 장기적인 투자가 가능했을 것"이라며 "주요 도시의 최고급 호텔 자산을 '미래에셋'이라는 브랜드가 인수했다는 마케팅 측면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09월 29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