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판교점 오픈, 재무부담 덜고 공격적 M&A 나선다
입력 2015.10.12 07:00|수정 2015.10.12 07:00
    현대백화점그룹①
    2010년, 비전2020 선언 후 백화점 증점·M&A 투트랙 전략 본격화
    한섬·리바트 인수 후 M&A 자신감 커져…현대백화점 내 안착 성공
    M&A 본격화 이후 지배구조 윤곽 명확해져
    부채비율 50%, 현금여력 2조원…동부익스프레스·코웨이 인수 후보로 부각
    • [편집자주] 기업 인수·합병(M&A)은 기업의 성장과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자리 잡았다. M&A를 위한 상시 전략 조직을 갖추고 있고 투자은행(IB)들과 협업 체제도 구축하고 있다. 사실 국내 기업의 역사를 돌아보면 M&A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A에 성공한 기업 혹은 실패를 반면 교사로 삼은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뒷걸음질 쳤다. 인베스트조선은 주요 국내 대기업의 M&A 사례와 전략, 통합 과정, 향후 전략과 과제 등을 종합적으로 짚어봤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인수합병(M&A)시장에서 다크호스(Dark Horse)로 떠 올랐다. 지난해 동양매직, 위니아만도에 이어 올해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에 참여하며 주요 M&A에 단골 유력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리바트, 한섬을 인수해 안착시킨 이후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다.

      그동안 대형 딜(Deal)에 참여하지 않았던 현대백화점그룹이 적극적으로 M&A 시장에 참여하게 된 데에는 현대백화점의 부진이 주 이유로 꼽힌다. 2000년대 현대백화점은 경쟁사와 차별화 전략으로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고급화를 택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현대백화점의 시장점유율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20% 초반에 그치고 있다.

      롯데그룹이나 신세계 그룹처럼 편의점이나 대형마트로의 확장도 시도하지 않아 현대백화점그룹은 ‘백화점’과 ‘홈쇼핑’의 단조로운 유통채널만을 보유하며 ‘성장이 정체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현대백화점에 정통한 관계자 말에 따르면 “명품이미지로 포지셔닝한 탓에 경쟁사처럼 성장을 하지 못했다는 압박감이 그룹 내부에서 작용하고 있다”면서 “최근 아웃렛이나 판교점 등 줄줄이 매장을 확장하는 것도 이런 부담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 현대백화점이 M&A 시장에 이름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0년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이 ‘비전2020’을 발표한 이후부터다. 정 회장은 비전 선포식을 통해 백화점뿐 아니라 M&A를 통해 환경, 금융, 건설 등 분야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20년 그룹 매출 목표는 약 20조원, 경상이익은 2조원, 현금성 자산은 8조원으로 제시했다.

      현대리바트와 한섬은 ‘비전2020’의 첫 주인공이 됐다. 인수 후 실적도 개선되자 자신감을 얻은 현대백화점그룹이 공격적으로 M&A 전략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섬과 리바트가 낸 성과를 보고 현대백화점그룹이 M&A에서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현대리바트는 정 회장이 주도한 첫 M&A다. 현대백화점으로 인수된 이후 2년 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 보였지만, 2014년부터 영업이익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인수 당시 32억원 수준이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341억원을 기록했다.

      한섬은 현대백화점에 인수된 이후 매출액은 260억원 감소한 470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액은 5200억원을 기록해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해 M&A 실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섬의 브랜드가 올해 오픈하는 현대백화점 판교점 등에 입점하는 만큼 매출액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부터 보폭을 넓히고 있다. 동양매직, 위니아만도 등 주요 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동양매직 인수 당시 현대백화점은 100% 지분 투자를 제시한 유일한 전략적투자자(SI)였다. 가격 경쟁에 밀려 인수에 실패했지만 그룹의 인수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생활가전사업과 렌탈 사업 확장을 위해 시도했던 위니아만도 인수는 거래 성립 직전 불발됐다. 당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그린푸드는 CVC(시티벤처캐피털)가 소유한 지분100% 양수도를 위한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한 상태였다. 인수 가격에서 의견이 맞지 않았고, 노조와의 갈등도 이어져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하반기 M&A시장의 대어로 꼽히는 동부익스프레스 매각에도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현대백화점이 꼽히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CIMB증권을 자문사로 선정, 동부익스프레스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동부익스프레스의 물류 부문은 유통을 모태로 하는 현대백화점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방차, 크레인 등 특장차 제조업체인 에버다임에 대한 실사도 마쳤다. 현대백화점그룹에 속해 있는 단체급식업체 현대그린푸드는 이달 말까지 에버다임에 대한 인수를 마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M&A를 통해 현대백화점의 지배구조가 명확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백화점을 골자로 한 유통채널과 현대그린푸드가 앞으로 키워나갈 B2B 분야로 계열 정리가 구체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통 전문 애널리스트는 “정지선 ·정교선 형제가 각각 유통채널과 B2B 계열사를 담당하는 지배구조가 마련됐다”면서 “아직 두 형제가 젊어 경영분리를 말하긴 시기상조이지만, 지배구조를 보면 승계작업은 원만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M&A는 내년에는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형딜에 참여할 수 있는 자금력이 내년부터 뒷받침될 것으로 보인다. 1조원 가까이 투입된 판교점과 아웃렛이 올해 개점하면 현대백화점그룹은 재무적인 부담을 덜게 된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 현대그린푸드 등 그룹 전체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 여력은 최소 2조원가량"이라면서도 "현대백화점 그룹의 부채비율도 50%전후로 낮은 상황이라 레버리지를 일으킬 여유도 있다"고 언급했다.

      현대홈쇼핑과 현대그린푸드는 현재 알려진 인수주진 건 외에 현재 추가 M&A를 검토하고 있다. 현대홈쇼핑과 현대그린푸드는 현대백화점그룹에서 현금 여력이 높은 계열사로 꼽힌다.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의사결정권은 현대백화점에 있지만, 인수주체는 자금력이 좋은 현대홈쇼핑과 현대그린푸드가 될 확률이 높다”며 “내년부터 두 기업이 참여하는 M&A 움직임이 가시화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그룹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에 우선적으로 M&A를 검토·추진할 예정이며, 그외 새로운 신규사업 진출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