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참하는 우승후보' 한국타이어의 신중한 M&A
입력 2015.10.13 07:00|수정 2015.10.13 07:00
    한국타이어 그룹 ①
    KT렌탈, 한온공조 참여 이력... M&A 다크호스로 부상
    컨소시엄 구성해 안정적 지위 확보
    추가 인수 의지 확고..."타이어와의 시너지에 집중하겠다"
    • [편집자주] 기업 인수·합병(M&A)은 기업의 성장과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자리 잡았다. M&A를 위한 상시 전략 조직을 갖추고 있고 투자은행(IB)들과 협업 체제도 구축하고 있다. 사실 국내 기업의 역사를 돌아보면 M&A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A에 성공한 기업 혹은 실패를 반면 교사로 삼은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뒷걸음질 쳤다. 인베스트조선은 주요 국내 대기업의 M&A 사례와 전략, 통합 과정, 향후 전략과 과제 등을 종합적으로 짚어봤다.

      대형 거래가 많았던 인수합병(M&A)시장에서 한국타이어그룹이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지난해 KT렌탈 인수전에서 시장에 깊은 인상을 남긴 이후, 대형 거래가 있을 때마다 한국타이어가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한국타이어그룹(이하 한국타이어)이 올해 참여한 입찰은 단 한 건도 없다.

      ◇KT렌탈 최종 후보... 이후 다크호스로 부상

      한국타이어의 이름이 대형 M&A 인수전에서 거론되기 시작한 건 얼마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타이어는 오릭스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KT렌탈(현 롯데렌탈) 본입찰까지 참여했다. 추가협상(프로그레시브비딩) 방식으로 진행된 1조원 규모의 인수전에서 한국타이어는 롯데그룹,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와 함께 마지막까지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인수에 실패하긴 했지만 한국타이어가 대형 M&A전에서 활약했다는 점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올해 6월 한국타이어는 한앤컴퍼니와 한라비스테온공조(현 한온시스템)를 인수했다. 한국타이어는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해 약 1조800억원을 투자했다. 지분 투자이긴 하지만 1조원이 넘는 딜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안정적인 재무구조 덕분이라는 평가다.

    • 올 상반기 기준 한국타이어는 자본규모 약 3조5000억원, 부채규모 2조1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유동자산은 약 2조원을 확보했다.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자본은 2조4000억원, 유동자산은 50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엔 타이어 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1조클럽에 가입했다.

      타이어업황 악화로 상반기 실적이 줄어들었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4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00억원 줄었다. 이에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실적은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지만 올해 영업이익은 8000억원대로 예상돼 현금은 안정적으로 계속 쌓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 컨소시엄 참여… 신중한 M&A 전략 '올해는 유력후보 타이틀만'

      한국타이어는 대규모 M&A에 참여할 때마다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M&A에서 발생하는 재무적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KT렌탈 인수전 당시 한국타이어는 본입찰을 앞두고 오릭스PE를 FI로 영입해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당시 오릭스PE는 입찰 포기를 선언한 상태였다. 비딩 방식으로 진행돼 1조원 전후로 입찰 가격이 형성되자 한국타이어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쟁력을 높였다. 자금여력을 고려하면 가장 불리한 후보였지만, 오릭스PE와의 컨소시엄으로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 때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유리한 FI로 먼저 참여했다가 시간을 번 뒤 경영권을 인수한다는 전략이다. 우선매수권과 동반매각참여권(태그얼롱)도 확보했다. 한국타이어 측은 한온시스템과의 시너지를 지켜본 후 추가적인 지분 인수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인수 매물이 나올 때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정작 KT렌탈 이후 추진한 인수는 한 건도 없다. 올해 나왔던 대형 매물이 시장분위기를 달궜던 것에 비해 실사에선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물류가 대표적이다.

      상반기에는 대우로지스틱스와 동부익스프레스가 동시에 M&A 시장에 나와 물류대전을 예고했다. 해외 수출량이 82%를 차지하는 한국타이어는 물류사 인수를 적극 검토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한국타이어는 앞서 나온 두 매물에 대한 검토를 하지 않겠다고 공시했다. 대우로지스틱스는 한국타이어에 불필요한 벌크화물사업 비중이 커 시너지를 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동부익스프레스도 실사를 진행하다가 조건이 맞지 않아 중도 하차했다고 한국타이어 측은 전했다.

      코웨이의 인수 후보로도 올랐지만 회사 내부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기존 사업과 접점이 없는데 왜 후보로 거론되는 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이와 같은 모습에 대해 “매물은 많은데 정작 인수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후보들이 많지 않았다”면서 “한국타이어의 현금흐름이 우수한 편이라 그런 부분에서 인수가능성을 평가한 것 같다”고 밝혔다.

      ◇추가 인수 의지 강해...”타이어 위한 M&A 하겠다”

      한국타이어의 M&A는 '현재진행형'이다.  지금도 인수 대상을 물색 중이다.

      M&A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찾겠다는 그룹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주력 사업인 타이어와의 시너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 한라비스테온공조나 물류처럼 타이어 사업부분과 접점이 있는 매물 찾을 예정이라고 한국타이어 측은 전했다.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M&A를 주도하되, 재정적인 부분은 여력이 있는 한국타이어와 아트라스BX 등의 계열사가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라비스테온공조 지분투자로 한국타이어가 자동차종합부품사로 노선을 정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한국타이어의 매출 중 30%는 완성차가 차지하고 있다. 한라비스테온공조도 B2B사업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공조사업과 타이어의 사업 영역이 겹쳐 한국타이어가 자동차 부품사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한국타이어 측은 "종합부품사 진출이라기보단 타이어와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분야와 투자한 것 뿐"라며 자동차종합부품사 진출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