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한계기업 구조조정 속도내는데…
입력 2015.10.19 08:14|수정 2015.10.19 08:14
    좀비기업 퇴출 발표에 은행들"새삼스러워"
    생색내기 지적도 다수
    • 정부가 한계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겠다고 적극 나서고 있다. 정작 은행 실무진들은 새삼스럽다는 분위기다. 당장 실효성이 없다는 한계점도 지적 된다.

      ◇ '좀비기업' 퇴출 발표에 "생색내기 발표" 평가

      금융위원회는 내달부터 두달간 대기업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부실징후 기업을 선별해 워크아웃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엄격한 여신심사로 대기업 및 좀비기업 구조조정을 연내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구체적 논의를 위해 TF(태스크포스)팀까지 조직했다.

      여신심사 및 구조조정 업무를 맡고 있는 은행 실무진들은 심사 기준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 지침도 전달받지 않았다. 해당 브리핑 내용을 '주의성 멘트'로 여기고 있는 수준이다.

      한 은행 여신담당 관계자는 "여신심사를 좀 더 까다롭게 하라는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달라지는 것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당국 내부에서도 '좀비기업 퇴출'이라는 장황한 브리핑에 상응할만한 구체적 방안이 없다는 점을 인지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매 해 4~6월 정도 기업별로 신용위험 평가를 한다"며 "해당 신용위험평가를 연말에 한번 더 하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최근 한계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이슈가 불거지면서 금융당국이 급히 발표한 느낌이 강하다는 평가다. 구체적 대응책이 없다는 점에서 생색내기라는 지적이다.

      ◇ 시장 주도 구조조정 실효성에 물음표

      채권은행 주도에서 시장 주도로 구조조정의 틀을 전환하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연합자산관리(유암코)가 기존 부실채권 매입 업무에서 더 나아가 부실 지분 및 부실기업 인수 등 신사업 진출로 시장중심의 구조조정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들 반응은 시큰둥 하다. 유암코가 부실기업 을 인수한 이후 정상화 능력에 대한 확신도 물음표다.  구체적 운용 능력 및 계획이 나온게 없다는 점에서 신뢰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유암코도 은행들이 출자한 만큼 유암코의 운용 손실이 달가울 수 없다.

      은행 관계자는 "유암코의 신사업 과제는 좋은 취지가 맞다"며 "다만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상기업 선정이 되고 나서 원활하게 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구조조정 활성화에 대해서도 은행들은 "당장은 어렵다"는 분위기다. 구조조정 활성화할수록, 은행들 대손충당금이 단기적으로 늘어난다. 이미 은행들은 대손충당금 부담으로 긴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우조선해양 부실 여파로 신용평가사들이 조선, 해운, 건설 업종에 대한 신용평가를 보수적으로 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연말 발표되는 IFRS9(국제회계기준 금융상품부문) 개정안으로 대손충당금 부담도 더해진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기업들에 대해 민감하게 충당금을 쌓을 것을 요구하는 안이 포함돼 있다.

      한 은행 여신심사부 관계자는 "이번 금융당국 발표로 연내 구조조정 기업이 쏟아지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결국 중소기업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기업은 기간산업을 영위하는 경우가 많아 은행들이 결국 중소기업 구조조정에 더 적극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