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본발전에 기여한다' 원칙…'대의명분' 중요
KB·미래·한국투자 각자의 명분 갖춰…자금력도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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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증권사 중 하나인 KDB대우증권 인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KB금융지주·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이 출사표를 던지며 격전을 예고했다.
승자를 가를 변수로는 ▲인수의 대의명분 ▲향후 비전 ▲입찰가격이 꼽힌다. 국책은행의 자회사 매각인만큼 정부와 금융당국의 의지가 많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혹여 있을지 모를 해외자본 또는 사모펀드(PEF)의 참여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따져봐야 한다. 대우증권 새 주인의 면모는 이르면 연말께 드러난다.
인베스트조선은 대우증권 매각 관전 포인트와 핵심 의제를 문답형식으로 정리했다.
-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승리하기 위한 조건은?
KDB산업은행은 지난 8월 금융자회사 매각을 발표하며 두 가지를 기본 방침으로 제시했다. '매각가치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국내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매각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우리은행 등 정부 차원의 금융회사 매각 때마다 늘 기본 방침으로 제시됐던 조건이다. 높은 주당 가격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수가 국내 금융산업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을 적절하게 제시해 금융시장과 여론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곳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전망이다.
- '국내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라는 표현의 뜻은?
명확히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다. '인수의 목적'과 '인수 후 시장에의 영향'이라는 뜻으로 읽을 수 있지만, '금융당국의 의지'가 개입하는 명분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어떤 가치가 있는 건 아니지만, 국내 금융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쪽으로 이뤄지면 안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금융시장이나 여론이) 이건 안된다는 생각은 가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매각자인 산업은행 관계자 역시 "명확하게 이거다 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인수자 심사 과정에서 질적 평가의 한 요소로 들여다 봐야 하는 부분"이라며 "'이런 후보에 매각하는 게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하는 길이다'라고 우리가 판단할 순 없다"고 말했다.
- 이 원칙을 외국계 자본과 사모펀드의 참여를 제한하는 요소로 볼 수 있는가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외국계 자본을 배척하려는 건 절대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국계 투자자가 선진 금융기법을 전수해 국내 금융 발전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에 외국계를 배척하는 의미로 해석하는 건 곤란하다"고 말했다.
PEF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보기에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M&A 거래엔 PEF들이 항상 관심을 보여왔고 이미 경영하고 있는 곳도 있다"며 "대우증권은 규모가 크니 PEF는 대주주로 부적격하다는 말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처럼 금융시장이 국내보다 후진적이라고 인식되는 국가의 자본이 인수전에 참여한다면 일정부분 이 원칙이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추상적일 수 있지만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보면 '이건 국내 금융시장 발전에 도움이 되겠다' 또는 '저해가 되겠다'고 판단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 KB금융지주·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은 명분을 가지고 있는가
각자의 논리가 있다. 국내 대형 금융지주사가 덩치에 걸맞는 대형 증권사를 확보해 3000만명의 고객들에게 더 다양한 상품과 정교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 것도 자본시장 발전의 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국내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는 5곳. 이중 금융지주(은행)계열 증권사는 대우증권과 NH투자증권 2곳이다. 만약 미래에셋증권이나 한국투자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하면 5대 증권사 중 금융지주계열은 NH투자증권 한 곳만 남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지주계열 증권사와 비금융지주계열 증권사가 각자의 장점을 가지고 서로 경쟁하는 게 자본시장 발전에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시너지나 증권산업 발전을 위해 대우증권은 금융지주가 가져가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의 인수 당위성에 주력 근거다.
반면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오히려 '한국에 없었던 증권사'를 이야기한다. 두 증권사 모두 대우증권을 인수하면 자기자본 7조원의 초대형 증권사가 된다. 브로커리지에 의존하는 천수답식 운영으로 성장동력이 멈춘 증권업계에 자본력으로 승부하는 '맏형'이 생기는 것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대우증권은 단순히 금융지주사의 비은행 자회사로 존재하는 것보다는 증권에 주력하는 회사의 핵심 무기가 돼야 한다"며 "정체된 증권산업의 돌파구 역할을 해주는 게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금융당국의 의지가 작용한다면 어떤 명분의 손을 들어줄까
최근 금융당국의 정책 방행을 참고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대형화와 전문화를 유도한다는 큰 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4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융투자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 대표적이다. 이 방안에는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기업신용공여 한도 규제 완화, 비상장 주식거래시장 개설 허용, 별도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체계 마련 등의 대책이 담겼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에서는 은행 중심의 여신보다는 직접투자를 통해 산업의 육성을 꾀하고 있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로 볼때 대우증권을 증권사에 매각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다만 이런 기조가 대우증권의 매각에까지 영향을 미칠 지 예단하기 어렵다.
- 결국 가격이 승부를 가르는 요소가 되는 것 아닌가
대우증권의 한 임원은 "현재 출사표를 던지 3곳의 국내 전략적 투자자(SI)들은 모두 대의명분에서 상대에게 밀린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결국 가격을 누가 더 높게 써낼지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보유 대우증권 지분 43%의 현재 시장 가치는 1조6000억원 안팎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잠재후보들이 본입찰에 어느 정도의 가격을 써낼 진 알 수 없다.
자금력은 KB금융지주가 비교적 넉넉하고, 미래에셋증권이 다소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KB금융지주는 국민은행 등 자회사로부터 지난해에만 5085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신용도와 재무상황을 고려한 추가 자금 조달 여력도 충분하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레버리지비율과 부채비율 등을 고려했을때 KB금융지주의 자본여력은 3조5000억~4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미래에셋캐피탈로부터 미래에셋생명 지분을 매입하며 3200억원의 내부 현금을 소진했다. 자금력이 비교적 약하다는 평가를 듣는 이유다.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증자가 완료되고 차입 등으로 1조원 가량을 추가 조달하면 대우증권 인수전 참여가 가능하다는 게 미래에셋증권의 입장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보유 현금 및 투자 자산 매각, 계열사 대여금 회수,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충분히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상반기말 기준 보유 현금은 1400억원 정도지만 1조원 가까운 매도가능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다. 올해 3000억~4000억원 수준의 순이익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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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10월 30일 16:5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