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주자’ SK하이닉스, 투자·기술경쟁 부담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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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 이천공장 M14(=회사 제공)
한동안 잠잠했던 반도체업계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진원지는 중국과 미국이다. 신규기업의 진입과 기업간 인수·합병(M&A)으로 경쟁강도가 세질 가능성이 커졌다. 시장에선 지난 3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해온 SK하이닉스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고 있다.
◇ D램 가격은 하락, 낸드플래시는 경쟁 불 붙어
SK하이닉스는 올해도 순항 중이다. 3분기까지 4조347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지난해보다 26% 증가한 수치로 꾸준히 SK그룹의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시장에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회사의 주수익원인 D램의 가격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올초 3.7달러 수준이던 DDR3 4기가바이트의 현물가격은 어느덧 2달러 수준까지 내려갔다. DDR4 가격 또한 하락을 거듭하며 2.5달러선까지 떨어졌다. 당분간 이 흐름을 뒤집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차세대 먹거리인 낸드플래시는 시장의 경쟁강도가 심화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에 집중해온 인텔(Intel)이 메모리반도체 시장으로 돌아왔다. 지난 6월 알테라(Altera)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엔 중국 다롄 공장을 3D 낸드플래시 생산설비로 전환하겠다고 나섰다. 중국 최대 반도체기업인 칭화유니그룹(紫光集團)은 지난달 21일 자회사 유니스플렌더(Unisplendour)를 연결고리 삼아 샌디스크(Sandisk)를 우회적으로 인수했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산업에 적극적인 투자의지를 보인다는 걸 고려하면 앞으로 중국은 더 위협적인 존재로 떠오를 전망이다.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버) 공략에 초점을 둔 모습이다. 최근 데이터 사용량 급증과 SSD 가격하락으로 PC·노트북·태블릿PC 등에 탑재되는 SDD가 늘고 있다. 향후 사물인터넷(IoT)과 데이터센터 활용이 확산될수록 SDD 수요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지난해 23%였던 PC내 SSD 탑재 비율이 내년에는 45%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인 3D 낸드플래시의 SSD 탑재 비율도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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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H투자증권 제공
한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중국까지 경쟁자로 떠오르는 시기에 낸드플래시 투자에 뛰어들게 됐다”며 “삼성전자와 달리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SK하이닉스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 ‘후발주자’ 하이닉스, 쉽지 않은 기술경쟁…투자부담 우려도
SK하이닉스도 이같은 흐름에 대응해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한창이다. 현재 36단 3D 낸드플래시 제품 개발과 양산준비를 마친 상태다. 48단 제품도 올해내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초 양산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후발주자인 우리에게 지금 상황은 위기이자 기회”라며 “3D 낸드플래시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보고 기술경쟁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D램과 달리 업계 후발주자인데다 투자규모가 만만치 않은 영역이란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낸드플래시는 D램보다 마진은 덜 나오고 기술 진입장벽은 낮은 반면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자금동원력이 막강한 중국이 위협적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SK하이닉스는 투자초기인만큼 당분간 수익성 저하를 감수한 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선 내년 회사의 영업이익이 3조원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에서 이기려면 장기적으로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데 낸드플래시는 고정비 부담이 커 투자 후 1년 이상은 적자가 나는 걸 감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증국이 본격적으로 합류하는 시점을 고려하면 향후 5~10년간의 경영전략이 중요해졌다. 업계에선 회사가 밝힌대로 선제적 투자를 통한 경쟁력 강화 정도가 현실적인 전략으로 보고 있다. M&A의 경우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만큼 실패했을 때 받는 타격도 크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의 주축 중 하나이기도 하다. 꺼내기 쉽지 않은 카드라는 시각이 크다.
중국시장에 대한 접근방식을 달리 해야 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 이상 판매시장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자급률이 올라갈수록 이 시장에 제품을 판매했던 업체들의 파이는 줄어들 것”이라며 “단순히 팔겠다는 자세에서 중국과 좀 더 결속력 있는 협력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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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11월 01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