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디벨로퍼·민간기업 등 우량 스폰서 중심 '앵커리츠' 도입 필요
"우량 자산 편입·인센티브 확대·공모 리츠 활성화 선순환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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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일본 리츠의 핵심은 '스폰서(sponsor)'입니다. 리츠에 대규모로 출자하는 앵커 투자자를 스폰서라고 부르며, 이런 투자자에 대한 신뢰와 안정성을 바탕으로 리츠가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스폰서로 통하는 투자자는 대형 디벨로퍼·건설사·부동산펀드 운용사·정부기관 등입니다. 이들은 리츠 출자부터 자산운용사(AMC), 건물관리회사 운영까지 주도합니다"
이현석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싱가포르·일본 리츠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리츠로 성장한 배경으로 '앵커리츠'라는 개념을 꼽았다. 앵커리츠는 국내 리츠업계에서 앵커(anchor) 투자자 역할을 강조해 부르는 표현으로, 해외에선 '스폰서 리츠(Sponsored REITs)'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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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리츠 구조도(출처=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자료)
한국리츠협회는 지난 12일 '2015 리츠 활성화 정책 국제세미나'를 열었다. 싱가포르·일본 등 해외 리츠 사례를 살펴보고 국내 리츠 성장을 위한 시사점을 논의했다. 세미나에서 토론된 국내 리츠업계의 당면 과제는 공모형 리츠 확산과 앵커리츠 도입 등이다.
◇"싱가포르·일본, '스폰서' 투자 활성화 돼 있어"
싱가포르 리츠는 스폰서 구조를 갖는다. 스폰서 아래 신탁 형태로 다양한 투자자가 리츠 투자에 참여한다. 특히 스폰서 역할로 유명한 것은 싱가포르 국영 투자기관인 '테마섹(Temasek)'이다. 테마섹은 지주회사형태로 정부 관계기업(GLC;government linked companies)의 부동산 투자를 관리한다. 유명 자회사로는 캐피탈랜드, 메이플트리 등이 있다.
옹소우엉(Ong Seow Eng) 싱가포르국립대학교 교수는 "GLC가 투자하는 리츠는 기업공개(IPO) 성공률이 GLC가 투자하지 않는 리츠에 비해 3배 높다"며 "정부와 관계돼 있으니 신용도를 높게 보고, 안정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나 해외 기관투자가의 투자가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일본도 대기업 계열사가 투자하는 형태의 리츠가 발달했다. 미츠이·미츠비시·다이와·이치고 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집단의 자산은 계열사 소유의 리츠로 보유하는 형태로 투자하고 있다. 일본 은행들도 리츠 활성화 차원에서 대출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마사키모리(Masaki Mori) 싱가포르국립대학교 교수는 "잘 알려진 기업의 소유 부동산을 리츠로 유동화시키는 것을 정부차원에서 추진해 왔고, 은행 등 금융업계에선 금융위기 이후 리츠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입해 주기도 했다"며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개인투자자와 신탁·뮤추얼펀드 명의로 투자한 실질적인 개인투자자를 합산하면 전체 리츠 중 절반 가량이 개인투자자"라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일본 리츠 투자 비중은 투자신탁 36%, 뮤추얼펀드 24%, 개인 투자자 11%, 해외 기관투자자 24%, 금융기관 11% 등이다.
리츠제도를 연구하는 국내외 연구자들에 의하면 대형 개발업체·정부 기관·대기업 등의 대규모 출자를 받는 앵커리츠를 활성화하려면 리츠 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다.
이상영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리츠를 포함한 상업용 부동산 투자는 각국 금융시장의 투명성과 비례해 활발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투명성 확보를 위해 싱가포르 리츠는 정부에서 기업지배구조를 관리하고, 일본 리츠는 모럴해저드에 대한 사항을 중점적으로 감시하는 등 선진 리츠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리츠, REF와의 경쟁구도 벗어나 상장·자산다각화 필요
"개인투자자들이 양질의 부동산 투자 기회를 제시한다는 목적으로 리츠 도입 15년이 지났다. 그러나 리츠가 사모형태로 고착화되면서 자산을 매입하는 수단으로서 부동산펀드와 경쟁하게 됐다. 상장형 리츠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부동산 취득세 혜택이 일몰되면서 리츠 매력은 더 떨어졌다. 정부 산하 LH·SH공사 등이 임대주택 리츠를 공모 리츠화하는 방식으로 공적인 부문에서 상장 모범 사례를 만들고, 이후 민간 차원에서 모범 사례를 따라가게 해 트랙레코드를 쌓아가게 해 줘야한다"
김관영 한국리츠협회 대표는 국내 리츠 도입 기간과 규모에 비해 상장 리츠의 성과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내 상장리츠는 118개 리츠 중 4개뿐이다. 리츠 저변 확대와 신뢰를 높이려면 정부 기관이 투자하는 리츠 상장도 고려해볼 만하다.
김 대표는 국내 리츠도 싱가포르·일본의 경우 최근 10년간 물류와 리테일 비중이 급속이 높아진 점을 참고해 다각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리츠 3분의2가 오피스 투자로 편중돼 있다. 대형 오피스 우량 자산 등을 놓고, 부동산펀드와 경쟁하는 상황에서 벗어나 부동산펀드 운용사가 리츠에 주요 출자자로 참여하는 등의 구조로 나아가야한다는 것이다.
상장을 위한 기준도 현실적으로 수정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진창하 한양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리츠의 장기 비전이 대형화 및 상장 활성화인 만큼 설정 후 4~6년 이후엔 자산의 우량성이나 현금흐름 등을 검증해 공모 상장을 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상장 리츠에 투자한 투자자에는 소득세 감면, 리츠로 자산을 유동화한 부동산 소유주에는 양도소득세 감면이나 이연 등 세제혜택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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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츠 정책 세미나 종합토론 주요 패널(권대철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관·조만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진창하 한양대 교수·허정문 한국토지주택공사·김대형 마스턴운용 대표·김곤중 아벤트리리츠 대표 등)
(아래부터 주요 연사의 종합토론 내용 일부)
-진창하 한양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우리나라 리츠의 당면과제는 영속적인 형태의 리츠가 존재할 수 있느냐, 공신력을 가지는만큼 대형화 할 수 있느냐 두 가지다.
지난 2년간 리츠 규모는 5조원이 커졌다. 주택도시기금, LH공사 등을 통해 임대주택 리츠가 활성화 됐다. 일종의 '앵커리츠'인데, 이를 시행해 보니 시장에서 작동된다는 게 검증된 셈이다. 다음 단계로 이런 앵커리츠를 상장시킬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판단은 각 기관이 해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 후원하는 앵커리츠로는 도시재생사업, 공공부문 사업을 원활히 작동시킬 수 있다."
-허정문 한국토지주택공사 금융사업처장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 등 각 기관과 더 많은 교류 있어야 한다. 민간분야가 아니라 공공분야에 규제가 많다.
자체적인 분양사업에는 제제가 없지만, 민간과 협력하고 투자하려면 별도법인을 만들어야 하고, 이는 자회사 출자로 인식된다. 기재부에 개별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사실상 리츠에 투자한다는 건 특수목적법인(SPC)에 투자한다는 건데 규제가 심한 편이다. 또, 공공부문이 민간부문까지 왜 들어가야하는가, 특혜는 없을까라는 인식의 불식부터 필요하다.
국내 연기금 여유자금이 500조가 넘고 국내 투자처 없어서 해외로 투자한다. 그러는 동안 국내 개발사업 프로젝트파이낸스는 은행권에서 절반으로 줄고, 제2금융권은 6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시행사들은 돈이 없어서 시행 못한다.
주택기금, LH공사 등의 정부 기관의 출자를 활용한 앵커리츠를 키운다면 이러한 문제점이 해결될 수 있다. 앵커리츠 활성화가 조속히 이뤄질 필요에 공감한다."
-김곤중 아벤트리호텔리츠 대표
"상장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등 증권 당국에서 상장시키지 않는 것은 리츠에 대한 소극적 대응을 보여준다. 필요하다면 현실적인 상장 조건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일례로 지난해 아벤트리리츠가 상장 조건을 충족하고 심의에 들어갔지만, 증권 당국은 상장 이듬해 배당이 가능할 지에 대해 의문을 던지면서 상장을 불허했다.
현재 상장 조건 중 개발형 리츠는 매출 300억원 이상, 일반 리츠는 매출 100억원 이상이라는 규정이 있다. 해외 상장 규정 어디에도 매출을 상장기준으로 하는 곳은 없다. 자산, 자본, 이익 규모 등 개별 리츠의 비전과 다양한 조건을 유기적으로 살펴 상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김대형 마스턴투자운용 대표
"공모 리츠 실패는 우량하지 않은 자산이 공모형으로 설정된 데 있다. 기관투자가 위주 사모형 리츠가 거래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열위한 몇몇 자산이 공모형 리츠가 됐다. 상장시키려는 공모형 리츠도 신용등급 등 신뢰할 수 있는 주요 임차인이 장기 임차 계약을 하고, 부동산 자산 자체의 입지도 좋은 것으로 사례가 나온다면 서서히 문제 해결될 것이다.
무엇보다 부동산을 투자하기 위한 기구로 리츠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한을 풀어야 한다. 프로젝트파이낸스(PF) 사업장 운영을 리츠로 하지 않는 이유가 개발형 리츠의 40% 지분 제한이 있어서다. PF 개발사업은 통상 2~3곳의 투자자가 제한적으로 투자할 때가 많다. 개발 이후 자산을 설정할 때도 부동산펀드가 아니라 리츠로 설정할 유인도 없다.
공모형 리츠로 개인 투자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을 때, 배당수익을 기관투자가보다 낮게 제시가 가능하다면 리츠를 선택할 이유가 생긴다. 리츠 설정에 걸리는 시간을 기다려 줄 유인이 된다. 빠른 리츠 설정을 위해선 금융기관의 대출펀드(debt fund) 논의도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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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11월 13일 17:1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