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재선정 탈락으로 영업가치 축소…IPO 전략 수정 '불가피'
5년마다 반복되는 재선정 리스크…미래가치 불확실성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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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호텔롯데가 잠실면세점(롯데월드) 사업자 재선정에 탈락해 기업가치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롯데그룹은 내년 상반기까지 호텔롯데 IPO를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이지만 공모규모 축소 및 전략의 수정 또한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5년마다 반복하는 면세사업자 재선정으로 투자 불확실성이 커졌고, 기존 사업자도 탈락할 수 있음을 확인한 점이 호텔롯데 IPO에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혔다.
◇ 5000억 매출 줄어들면 영업가치 '뚝'
면세점 사업은 호텔롯데 매출액의 84%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잠실면세점의 매출액 비중은 호텔롯데 전체 매출액의 10.2%(4820억원)로 단일 사업장의 매출액 중 본점(41.3%)에 이어 두 번째다. 호텔롯데의 호텔사업의 매출비중(10.4%)과 유사한 수준이다.
잠실점 재선정 탈락으로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는 1조원 가량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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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에선 잠실점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를 18조6000억원 내외로 평가했다. 호텔롯데의 지난해 상각전이익(EBITDA) 5424억원에 호텔신라의 EV/EBITDA 배수 약 23.4배를 적용하고 비영업가치 6조원을 더한 값이다. 여기에 순차입금 2조6250억원을 제외하면 예상시가총액은 약 16조원이다.
호텔롯데 전체 매출액의 10%를 차지하는 잠실면세점이 사라져 연간 EBITDA가 단순 10%가량 하락할 경우 영업가치는 11조4300억원 수준으로 1조원가량 떨어지게 된다. 전체 기업가치 또한 같은 수준으로 하락한다.
국내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시내면세점 사업자 재선정이슈는 주관사 선정 단계서부터 가장 고려했었던 사안으로 롯데가 이번 잠실면세점 사업자에서 탈락함에 따라 영업가치 하락이 불가피해 밸류에이션을 비롯한 IPO 전략의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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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마다 반복되는 사업자 재선정 리스크 '부각'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지배구조를 바꾸려는 롯데그룹 입장에선 수천억원 혹은 1조원 내외의 기업가치 하락도 뼈아프지만, 면세점 사업자에 대한 투자심리가 훼손된 점이 더 큰 타격이다.
현재 호텔롯데는 국내에서 6곳의 시내 및 공항면세점을 운영중이다. 내년에는 김포공항 면세점 사업자 재선정에 나서야 한다. 이번에 탈락한 SK그룹을 비롯해 다른 대기업들이 면세점 사업에 나설 수 있어 롯데그룹이 수성할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주식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이번 사업자 재선정에서 한발짝 떨어져 있던 호텔신라의 주가는 발표 이튿날인 16일, 전 거래일대비 13.3%나 하락했다.
국내 자산운용사 주식운용 담당 한 관계자는 "호텔신라의 주가는 반복될 면세사업자 재선정 위험이 부각돼 급락했다"며 "호텔롯데는 국내 1위 면세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재선정과정에서 탈락한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면세사업자에 대한 투자심리가 더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IB업계 한 관계자는 "호텔롯데가 영업가치 훼손으로 인한 타격도 입겠지만 기업의 미래가치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는 점과 강력한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한다는 점이 투자 결정에 고민을 안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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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11월 16일 18:3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