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선사, 동맹재편 움직임에 큰 영향력 미치지 못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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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구조조정의 파도가 조선업계를 넘어 이제 해운업계로 몰아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급조되고 실효성 논란이 큰 설익은 정책들만 거론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늑장대처, 낮은 업종 이해도, 방향성 상실과 미숙함을 탓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베스트조선은 국내 해운업계가 처한 구조적인 문제점, 적절한 대처 방안에 대해 진단한다.
4대 동맹(2M·O3·CKYHE·G6)으로 재편되며 일단락됐던 해운동맹 구도에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국가 주도로 양대 해운사 합병에 나선 중국이 진원이다. 출범할 합병 법인이 어느 동맹에 가담하든 업계 판도 변화에 미칠 영향은 크다. 그 가운데 존재감이 크지 않은 국내 선사들은 명확한 해법을 찾지 못한채 지켜만 보는 실정이다.
중국 정부는 물동량 기준 세계 5위권 해운사 COSCO(중국원양운송그룹)와 7위권 해운사 CSCL(중국해운그룹)간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두 선사의 합병이 이뤄지면 합병법인은 글로벌 4위권 선사로 재탄생한다.
합병규모 만큼 국내 선사에 미칠 여진도 크다.
현재 CSCL은 O3(Ocean3) 동맹에, COSCO는 한진해운이 속한 CKYHE 동맹에 각각 소속돼 있다. 만약 중국합병법인이 CSCL이 속한 O3로 이동하면, O3는 2M에 이어 2위권 동맹으로 부상하게 된다. 이 경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합병하더라도 CKYHE 동맹은 가장 낮은 점유율로 추락하게 된다.
한 해운 담당 연구원은 “COSCO가 CKYHE 동맹의 수장 격이기 때문에 합병 법인을 끌어들이려 하겠지만, 초대형 선박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 생각한다면 O3로 이동해 CMA-CGM과 협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럴 경우 CKYHE에 소속된 한진해운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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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합병 회사가 CKYHE 동맹에 잔류한다 하더라도 동맹 내 지분 재편은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새로 합류하는 CSCL 몫을 요구하며 영향력을 늘릴 것이란 분석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COSCO가 같은 동맹 내 선사다 보니 주의하고 있고 동맹 내에서도 이동이 결정되면 미리 언질을 준다"며 "중국 당국이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지 않아 당장 이슈는 아니지만 합병 상황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도 지각변동 영향권에 노출해 있다. 현대상선과 같은 동맹(G6)에 속한 선사인 APL의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싱가포르 해운사 NOL은 최근 머스크(A.P. Moller-Maersk Group), CMA-CGM와 APL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공시했다. 인수 향방에 따라 머스크(2M)혹은 CMA-CGA(O3)의 강화와 G6의 약화가 예상되고 있다.
기존 시장 구도가 급변하는 만큼, 국내 선사가 어느 동맹에 위치해야 생존할 수 있을지가 중요해졌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한국 선사의 존재감은 크지 않다는 게 문제다.
해운업 관계자는 "한국 선사가 글로벌 업체에 영향력 발휘할 수 있는 건 부산항 하나 정도"라며 "세계 해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중국 선사와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변방' 수준이기 때문에 동맹 재편 움직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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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11월 20일 08: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