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 유동성 급한 불은 껐지만…이젠 생존 기로에 직면
입력 2015.11.30 07:00|수정 2015.11.30 09:11
    OCI머티리얼즈 매각 통해 만기 도래 차입금 상환
    폴리실리콘은 가격하락에 수익성 주춤
    태양광발전소 투자, 계획만큼 적극적 어려울 듯
    •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OCI의 태양광 발전소 알라모(Alamo) 3 이미지 크게보기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OCI의 태양광 발전소 알라모(Alamo) 3

      OCI가 자회사인 OCI머티리얼즈를 매각하며 유동성 문제의 급한 불을 껐다. 태양광이라는 본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이제부터는 회사의 생존 여부라는 근원적인 문제를 앞에 두고 있다.

      폴리실리콘 시장에서 '치킨 게임'이 본격화하면서 갈수록 생존이 어려운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포트폴리오가 태양광 폴리실리콘에 집중돼 있는 OCI는 뚜렷한 전략을 세우지도 못하고, 세울 수도 없는 실정이다.

      OCI는 최근 재무적 측면에서 시장의 우려를 받고 있던 차였다. 회사의 올 3분기 기준 총차입금은 2조6908억원이고, 이 중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은 3056억원이다. 내년 4월 회사채 1000억원의 만기도 도래한다. 2013년부터 영업손실이 이어지며 현금창출능력은 크게 약해진 상태다.

      최근 정부가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독려하며 일종의 기준으로 제시한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 1배 미만 기업에도 해당됐다. OCI는 이와 관련해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꾸준히 나는 상황에 단순히 영업이익만으로 판단하면서 나타난 착시라는 입장이다. 다만 기준의 적절성을 떠나 회사가 결과적으로 구조조정 명단에 포함된다면 지금의 차입금을 차환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현금성자산이 4356억원이지만 악화된 수익성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가 필요했다.

    • 올 7월말 중단했던 OCI머티리얼즈의 매각을 서둘러 추진했던 배경이다. OCI는 당초 계획보다 싼 가격(4816억원)에 OCI머티리얼즈를 SK에 넘겼다. 매각대금은 거래가 종료되는 내년 2월말 들어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예상보다 유동성 확보가 중요해지면서 OCI머티리얼즈를 계획보다 싸게 매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동성의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본업인 태양광사업에서의 생존이라는 과제가 더 뚜렷해졌다.

      OCI는 그동안 태양광발전의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꾸준히 생산능력을 확대하며 글로벌 3위권의 규모까지 키워냈다. 문제는 폴리실리콘 업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글로벌 1위인 바커(Wacker)를 비롯한 유럽업체들이 유로화 가치하락을 등에 업고 저가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다. 기존 중국업체들의 저가전략과 맞물려 치킨게임을 더욱 달아오르게 만들고 있다. 잉곳, 웨이퍼, 모듈 등 태양광 밸류체인(Value Chain)의 상단에 있는 제품을 생산한다면 원가절감 효과도 함께 볼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기업이라면 큰 타격을 보는 상황이다.

    • 바커나 햄록(Hemlock) 같은 글로벌 제조사들의 경우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이 주수익원이라는 점에서 OCI보다 타격이 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은 과점시장이기에 태양광쪽보다는 수익성이 더 좋다.

      강정화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태양광 수직계열화를 이룬 한화와 달리 OCI는 폴리실리콘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수익성이 더 좋은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은 기술장벽이 높아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OCI도 이를 인지하고 태양광발전소 투자 등을 통해 태양광 포트폴리오를 넓히려는 중이다. 미국·중국·인도 등 해외 태양광발전소 투자에만 총 6억5000만달러(한화 약 7588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캐시카우(Cash cow) 자회사인 OCI리소시스와 OCI머티리얼즈의 매각대금을 활용해 좀 더 태양광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OCI머티리얼즈 매각금액은 기대보다 적었다. 현재 재무상태를 고려하면 당장 투자를 대폭 늘리긴 어렵다는 시각도 많다. 한화처럼 수직계열화 전략을 추진하긴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OCI 일가로 잉곳과 웨이퍼 등을 생산했던 넥솔론은 경영난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OCI는 에너지사업에 집중한다는 기존의 전략엔 큰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OCI리소시스 매각대금(4917억원)은 미국 알라모 프로젝트와 이미 착공에 들어간 설비투자에 투입할 예정이다. OCI머티리얼즈 매각대금은 차입금 상환에 쓰고 남은 만큼을 태양광·열병합 발전에 활용할 방침이다.

      OCI 관계자는 “발전소 투자 등 에너지사업에 집중할 것이며 폴리실리콘에 대한 투자는 고민하고 있다”며 “내년초쯤 구체적인 사업전략과 투자계획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