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추격전' 관심…변수는 ‘신중 DNA'
입력 2015.12.01 07:00|수정 2015.12.02 09:12
    KT·SKT와 유선사업 격차 줄일 필요↑…M&A 가능성 등 거론
    굵직한 결정 주저한 전례 여럿…컨트롤타워 결정력 부족 지적도
    •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발표 후 업계의 시선은 LG유플러스에 모이고 있다. 1-2위 사업자와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인수합병(M&A) 등으로 통해 유선방송사업을 키워야 할 필요성과 가능성이 함께 거론된다.

      그러나 기대감이 높지는 않다. 굵직굵직한 결정을 주저했던 전례들 때문이다. "우유부단한 LG유플러스가 이번에도 검토만 하고 끝내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 SKT-CJ헬로비전 인수로 유선사업 확장 필요성↑…M&A 가능성 거론

      LG유플러스의 IPTV 가입자는 약 220만명(9월말 기준). 유료방송시장에서 5위권에 해당되는 사업규모를 갖고 있다. 매년 꾸준히 가입자를 늘려가며 적자폭을 줄여가고 있다. 합산규제로 가입자 확대가 제한된 KT와 달리 외형확장에 나설 수 있는 대외적인 여건은 된다.

      시장에서도 LG가 그간 LTE에 집중하느라  신경 쓰지 못한 유선사업을 더 키워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최근 통신사들의 무선사업은 성장성이 정체되면서 현금창출 능력과 존재감이 많이 떨어졌다. 반면 유선사업은 UHD방송과 사물인터넷(IoT) 등 통신사들의 신성장동력과 연관성이 깊어지면서 중요도가 더 커졌다.

      게다가 LG유플러스는 유선사업 인력의 질도 좋은 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회사 유선사업의 전신이 정부의 통신사업자인 한국데이터통신(LG데이콤)과 한국전력의 광통신망·케이블TV전송망사업(LG파워콤)이다. 양사가 2000년대초 차례로 LG그룹에 편입된 후 LG텔레콤과 합병하면서 지금의 LG유플러스가 탄생했다.  90년대 PC통신 ‘천리안’과 2000년대 초고속인터넷 ‘엑스피드(XPEED)’ 인터넷저장서비스 ‘웹하드’등으로 정보통신시장을 선도한 이력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SK브로드밴드가 LG데이콤과 LG파워콤 인력을 영입할 정도로 LG유플러스의 유선사업은 인력과 인프라 모두 우수하다고 평가받는다”며 "그럼에도 불구, 여기에 힘을 더 싣지 않아 아쉽다는 의견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러다보니 업계에선 지속적으로 LG유플러스가 M&A 등으로 추격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언급됐다. SK-CJ헬로비전 인수 이후 '공정경쟁을 저해한다'며 한동안 비판의 칼날을 갈다가 최근 잠잠해진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9일만해도 LG는 미래부 주관으로 열린 ‘이동통신시장 경쟁촉짐 및 규제합리화 통신정책 방안 공청회’에서도 KT와 함께 “SK텔레콤의 결합상품이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KT가 직접 설명회까지 열어가며 해당 M&A의 부당함을 알리는것과 대조적으로 조용한 모습이다. "LG유플러스도 비슷한 M&A를 단행해 점유율을 높일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선뜻 강하게 비판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도 나온다.

    • 사실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유료방송시장 특성상, 다른 업체들도 생존을 위해 합종연횡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들이 나온지는 오래다. 이같은 변화에 맞춰 LG유플러스도 케이블TV 업체와 손을 잡고 KT와 SK텔레콤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회사는 티브로드, 현대HCN, JTBC 등과 파트너 관계를 구축하는데 관심을 보여왔다고 전해진다.

      ◇ 이번에도 굵직한 결정 주저할거란 시각도…수뇌부 결정력 부족 지적 목소리

      다만 시장 환경상 적절한 M&A 대상을 찾기는 쉽지 않다. 씨앤앰은 여전히 비싼 가격 등으로 거래 자체의 불확실성이 크다. 티브로드는 상장(IPO)과 재무적투자자(FI)들의 투자금 회수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HCN은 대주주인 현대백화점그룹이 꾸준히 현금이 창출되는 계열사라는 점만으로도 만족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회사의 ‘신중 DNA'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꼽힌다. 그동안 행적을 볼 때 내부적인 검토와 고민만 하다 끝날 수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LG유플러스는 LTE 투자를 제외하면 굵직한 결정이라 할만한 움직임이 없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탈통신’을 강조한지 오래지만 티켓몬스터 인수는 중도에 하차했고, 인터넷은행은 검토했지만 컨소시엄 구성까지 진도를 빼진 않았다. 유료방송시장에서도 SK텔레콤와 마찬가지로 관련업체 인수나 지분투자 등을 제안 받았으나 드러난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선 회사 수뇌부의 결정력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유선 쪽에서 ‘뭔가 해야 하지 않겠냐’는 평가와 각종 제안을 받고 검토는 많이 했으나 결과물은 별로 없었다”며 “예전부터 LG유플러스는 M&A 같은 굵직한 결정에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회사는 외부 시각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유선사업의 경우 합병조건 강화 등을 건의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 대응하는데 초점을 둘 계획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여파에 대한 우려와 향후 회사의 유선사업 성장이 필요하다는 시각에서 나온 평가들 같다”며 “당장 유선사업 전략에서 변화를 가져갈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