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LG유플러스 ‘반발’…성장둔화된 시장 둘러싼 싸움 장기화
뚜렷한 해법 못찾은 성장전략 스스로 드러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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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둘러싼 이동통신사들간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이해관계를 둘러싼 날선 비판이 이어지면서 장기전으로 가는 모양새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를 ‘미디어 생태계의 경쟁력 향상’이란 대의적 명분을 담아 어필하고 있다. 유·무선통신의 시너지효과라는 사업적 측면에서의 기대감은 이미 시장에서 인정받은 상태다. 이제는 산업차원에서의 정당성이 더 중요해진 모습이다.
반대편에 선 KT와 LG유플러스는 “시장독점을 위한 기업결합”이라는 목소리를 더욱 키우고 있다. 순식간에 몸집을 키우게 된 경쟁사에 대한 경계심이 커졌다. SK텔레콤이 먹거리를 독식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루하루 생존경쟁을 해야하는 기업입장에선 민감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그런 점에서 이렇게 격렬한 다툼을 벌이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시장에선 조금씩 피로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진흙탕 싸움이 이어질수록 성장둔화에 부딪친 이통3사의 현실만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통3사는 아직 LTE 다음의 성장동력을 찾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1위 SK텔레콤이 꺼낸 카드는 케이블TV 1위인 CJ헬로비전 인수다. 무선통신시장과 마찬가지로 몇몇 업체끼리만 국내 시장점유율을 두고 싸우는 유료방송사업을 당장의 먹거리로 선택했다. 최근 2-3년간 ‘비통신’, ‘글로벌 경쟁력’등을 성장의 모토로 내걸었던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과정도 순탄하지 않다. 사업적 측면에선 확실히 기대할만 요인이 많은 M&A이긴 하나, ‘독점 논란’에선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뿐만 아니라 업계와 학계, 법조계 등 사회 전반에서 적지 않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금 회사가 내건 상생과 고용효과 등이 단순한 구호로 그치면 안 된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KT는 ‘反(반) SK텔레콤’ 진영의 선봉에 섰지만 업계 내에선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진 못하는 분위기다. KT의 유료방송 가입자는 약 850만명,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산 가입자는 약 750만명이다. 이번 거래가 마무리돼도 시장점유율 1위가 굳건하다. 결사반대할만큼 KT에 타격을 주는 M&A인지 의문을 보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기존 사업들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더 역량을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향후 사업전략을 생각해서도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유료방송시장 합산규제(시장점유율 33.3%로 제한)는 3년 후 일몰(日沒)된다. 이때 남아있는 케이블TV 업체들을 인수할 기회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SK텔레콤 비판에 앞장선 KT 입장에선 이 기회를 살려 M&A에 나설만한 명분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3위 LG유플러스의 고민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유료방송시장은 단숨에 KT와 SK텔레콤의 양강체제가 됐다. 유선사업에서도 ‘만년 3위’ 이미지가 굳어지는 분위기다. 유선사업을 키워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는 오래다. M&A 기회도 있었으나 “검토만 하다 놓쳤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과거보다 적절한 M&A 대상을 찾는 것은 더 어려워졌다.
‘탈통신’을 강조했으나 가시적인 성과는 미미하다. 티켓몬스터 인수는 중도에 하차했고, 인터넷전문은행은 검토는 했으나 컨소시엄 구성까지 진도를 빼진 않았다. 일각에선 컨트롤타워의 결정적 부족을 지적한다. 새 수장(首將)인 권영수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성장이 둔화된 시장을 두고 벌이는 이전투구(泥田鬪狗)에 씁쓸함을 느낀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케이블TV 업계에선 1위인 CJ헬로비전이 팔린다는 것 자체의 상징성이 상당하다. 한때 고속성장을 달렸던 케이블TV 시장이 저물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란 것이다. 티브로드, 씨앤앰, CMB, 현대HCN 등 남겨진 업체들은 기업가치 하락을 걱정하고 있다. 순식간에 모든 케이블TV 업체가 잠재적 매물이 된 분위기다.
이통3사는 그동안 새롭게 시장을 열어 먹거리를 마련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해왔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현실은 달랐다. 기존 시장을 더 장악하기 위한 무한경쟁에 시동을 건 모습이다. 성장에 대한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이통3사를 향한 안타까운 시선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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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12월 04일 08:3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