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난 겪는 한국서 인력찾는 日증권사
입력 2016.01.19 07:00|수정 2016.01.19 07:00
    日아이자와증권, 한국인 신입사원 5명 선발 예정
    국내 청년실업률 사상 최대
    일본은 구직자 1명당 일자리 1.24개
    • “오마따세시마시따(오래 기다렸습니다).” 15일 오전 유진투자증권 신사옥 11층의 한 회의실. 정장 차림을 한 젊은 남성에 한 직원이 다가와 일본어로 말을 걸었다. 직원과 남성은 유창한 일본어로 대화를 나누다가 다른 회의실로 자리를 옮겼다.

      일본어로 말을 붙인 직원은 유진투자증권 직원이 아닌, 일본 아이자와증권 직원이다. 업무제휴를 맺고 있는 유진투자증권은 아이자와증권의 채용 공고를 대신 내주고, 면접 장소를 제공했다.

      지난해 아이자와증권은 일본 국내에서 신입사원 30명을 채용하려 했으나 구인난으로 15명만 뽑았다. 나머지 인력을 충당하기 위해 아시아에 눈을 돌리던 중 유진증권의 제안으로 한국 인력 채용에 나섰다. 유진증권 관계자는 "한국 직원들이 성실성하고 일을 잘 한다고 판단한 아이자와증권에서 한국인 채용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진행된 서류접수 기간동안 한국인 33명이 입사지원했다. 서류 심사를 거친 18명은 지난 13일부터 3일간 나누어 1차 면접을 받았다. 2명의 면접관이 지원자 한 명을 약60분간 인터뷰했다. 전 과정은 일본어로 진행됐다. 자기소개서 위주의 개인적인 질문보다는 업무역량과 관련한 질문이 주로 나왔다. 면접자에게 일본 닛케이 신문을 주고 중요한 내용을 뽑아 요약 설명하라는 미션 등이 주어졌다. 아이자와증권 직원들은 출근 후 닛케이 신문을 체크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아이자와증권 측은 1차 면접에서 10명내외의 지원자를 추려 오는 21일 임원 면접을 진행한다. 아이자와증권 주요 임원들은 최종 면접을 위해 직접 한국을 방문한다. 최종적으로 한국에서 5명 내외의 인력을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아이자와증권이 고용하는 파트는 한국 영업과는 거리가 멀다. 일본 현지 지점의 영업·고객상담 파트다. 지원자들에게 일본어를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이유다. 아이자와증권은 일본 유학생이나 현지 생활 유경험자는 우대한다는 방침이다. 지원자들에 본사가 있는 도쿄 외에도 교외 지점에서 근무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묻기도 했다.

      아이자와증권은 자본 700억엔(7200억여원)의 중견 증권사다. 중견 증권사가 국내에서 신입사원을 충원하지 못해 해외에서 채용에 나서는 모습은 국내에선 보기 드문 장면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실적 부진을 이유로 최근 4년간 8000여명, 2014년에만 4000여명을 내보냈다. 지난해 상반기 반짝 실적을 내자 하반기 400여명을 신규 채용했다. 3년만의 대규모 공채에 지원자가 몰리며 경쟁률이 최대 80대 1에 달했다.

      아이자와증권의 한국인 신입직원 채용은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얼마나 차이나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습이란 평가가 나온다.

      통계청이 지난 13일 발표한 2015년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청년(15~29세)실업률은 9.2%였다.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고치다. 구직포기자 등을 포함한 체감 청년실업률은 22.4%에 달한다는 한국경제연구원 조사 결과도 있다.

      일본의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5.5%였다. 경기가 살아나며 체감 실업률은 오히려 낮다. 일본의 지난해 유효구인배율은 1.24배였다. 구직자 1명당 1.24개의 일자리가 있다는 뜻이다. 대졸 청년들은 '회사를 골라서 간다'는 말이 나온다.

      이날 면접에 참여한 한 구직자는 "국내 증권사 취업은 신입 공채도 적고 제약이 많아서 쉽지 않다"며 "일본에서 경력을 쌓고 다시 (국내 증권사로) 오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