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마진 개선 막막한 은행, "보이지 않는 신규 수익원"
입력 2016.01.21 07:00|수정 2016.01.25 09:13
    비이자이익 부문 확대 추진 등
    수수료 이익 개선 성과는 '미미'
    대기업 여신은 부실 우려
    계좌이동제·인터넷전문은행 등
    고객 확보 경쟁은 '심화'
    • 올해도 시중은행들의 수익성은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본 먹거리였던 예대마진 수익률은 해마다 최저점을 경신 중이다. 이를 보완하고자 수수료 이익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왔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오히려 올해부터는 수수료 수익을 더 높이기 힘든 요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계좌이동제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신규 도입 등으로 기존 경쟁자들은 물론, 신규 경쟁자까지 늘어나면서 고객 확보 전쟁이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 예대마진 바닥ㆍ주택담보대출 효과도 끝물 ㆍ대기업 여신 부실화 우려

      국내 은행은 예대마진을 통한 이자이익이 전체 은행 수익의 대부분인 90.9%(2014년 기준)를 차지한다. 하지만 은행들의 원화 예대마진과 순이자마진(NIM)은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계속 하락해 왔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5년 2.8%에 달했던 NIM은 지난해 1.6%까지 떨어졌다. 2012년 27조원에 달했던 은행들의 이자이익은 23조원대로 줄어들었다. 연간 9조원에 달하던 영업이익은 3년새 6조원대로 크게 줄었다.

      그나마 지난해엔 부동산 경기 활성화로 간신히 먹거리를 충당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났는데  작년 말 주택담보대출만 전년대비 70조원이나 증가했다.  이는  2013~2014년 2년 전체 증가량(56조원)보다도 많은 수치다. 덕분에 은행들은 한 해동안 이자이익을 늘려갈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에는 정부가 본격적으로 가계대출 확대에 제동을 걸고 있다보니 이런 주택담보대출 증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은행들로서는 가계 여신이 줄면 기업 여신이라도 늘어야 하는데 경기상황으로 인해 오히려 기업여신 확대에도 보수적인 태도를 취해야 할 판국이다. 좀비기업 양산 제어와 구조조정 확대를 위해 부실화 위험을 줄이라는 압박이 크다.

      작년 9월말 기준 국내 은행들의 1개월 이상 기업 여신 연체율은 0.8%로  2014년말(0.7%)과 비교할때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대기업 여신' 연체율이 2014년말 0.3%에서 지난해 9월말 기준 0.9%로 급등했다는 점이다.  이미 여신 수익률은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돈을 많이 빌려간 대기업들의 여신이 부실화되면 수익성에는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시중은행 기업여신 관계자는 "그간 저금리 기조로 한계기업들에 대한 조치가 지연돼 왔다"며 "여신 수익률도 최저로 떨어진 상황이라 올 한해는 부실여신 등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 ◇ 공들인 비이자이익 확대는 갈 길 멀어…"보이지 않는 신규 수익원"

      은행들도 이런 상황을 대비, 2010년대 초반부터 비이자이익 부문 확대를 추진해왔다. 특히 금리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수수료이익을 늘리는 데 공을 들였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규제와 은행의 역량 부족이 겹치면서 이런 노력은 결실을 보지 못했다.

      지난 2011년 10월 금융당국의 '수수료 체계 개선방안'으로 인해 4조원에 달하던 은행 수수료 수익은 3조원대 초반으로 떨어진 뒤 4년째 그 수준에 멈춰있다. 오히려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2008년 은행 총 수익 중 수수료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11.4%였다. 2012년엔 10%로 줄었고, 지난 2014년 기준으론 9.1%에 그쳤다.

      원인은 국내 은행들이 벌어들이는 '수수료'가 이른바 자산관리나 유동화, 투자금융 등 전문적인 영역보다는 방카슈랑스와 펀드 판매 등 단순 중개 영역에 그쳐왔기 때문. 국내 은행들의 수수료 수익 가운데 방카슈랑스 등 업무대행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7.4%(2013년 기준) 에 달한다.  같은 기간 미국 상업은행들의 수수료 이익에서 업무대행 수수료는 1.6%에 그친다. 자산관리 및 다른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다양한 수수료를 거두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은행들이 그나마 챙겨온 이 업무대행 수수료조차 보험대리점(GA)이 성장하고 증권사의 소매(리테일) 경쟁력이 강해지며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펀드판매액의 경우, 지난 2007년까지만 해도 전체 판매액의 59.7%가 은행을 통해 판매됐지만 이 수치는 작년 10월말 기준 39%로 줄어들었다.

      나날이 상황이 악화되고 있으나 은행들은 별다른 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금융당국에 투자일임형 상품 취급 라이선스를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한 정도다. 투자일임업 진출을 통해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 수수료수익을 올리겠다는 포석이다.

      상대적으로 앞서나가는 신한은행이 오는 2월부터 100만원 이하 송금 수수료를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리고, 또 부산은행이 무역 관련 수수료를 신용위험에 따라 차등화 하는 등 이른바 '수수료 현실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올해 도입되는 새로운 제도들로 인해 경쟁이 격화하며 수수료 인상을 고집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단 정부의 핀테크(Fin-tech) 육성 방침이나 하반기 영업을 시작할 인터넷전문은행이 대표적이다. 당장 인터넷은행이 파격적인 수수료 조건을 내걸었을 때 시중은행이 소액 고객 이탈을 방지할만한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오는 6월엔 계좌이동제가 전면 시행된다. 은행들은 지난해 말 계좌이동제 일부 서비스가 시행되며 '고객 유출'이라는 스트레스를 맛봤다. 계좌이동이 더욱 간편해지는 시점에 기존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선 고(高)수수료 정책을 펼치기 어렵다. 오는 3월 시행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는 단기적으로 신탁보수 등 수수료를 늘릴 기회지만, 증권 등 비은행 금융업체와의 장벽이 허물어지며 업권을 초월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란 점은 무시할 수 없다.

      김혜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올해 은행이 당면한 과제는 신규 수익원이 없다는 점"이라며 "핀테크 등 기술 금융의 활용, 수수료 수익 증진 등 비금융수익을 늘리기 위한 대응을 어떻게 할지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