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데이터 검증 어려워
美·일본 사례도 눈여겨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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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K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이 국내 중금리 신용대출 시장(신용등급 5~6등급, 금리 5~15%)에 진출한다는 포부를 밝혀왔지만 현실화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들의 구상은 이른바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모델'에 기반하고 있는데, 이 모델이 개인정보 보호 규제를 받아야 하는데다 데이타유효성에 대한 검증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금리 대출은 포화 상태로 접어든 국내 신용대출 시장의 새로운 먹거리로 거론돼 왔다. 하나금융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신용등급 5~6등급 계층의 약 1216만여명(2014년말 기준)이 중금리 대출을 이용할 고객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국내 신용평가제도의 한계로 현재는 어쩔수 없이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20%대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고 있다. 인터넷 은행들이 올 하반기 영업을 시작하면서 주요 타깃으로 보고 있는 고객도 바로 이들이다.
이를 위해 인터넷 은행 컨소시엄 참여한 금융ㆍ통신ㆍ엔터테인먼트 등의 기업들은 각각 보유한 고객정보를 종합해서 "얼마나 대출을 받을지", "얼마나 연체를 하지 않을지" 등을 예상하는 신용평가모델을 구축하기로 했다. 카카오뱅크는 사회관계서비스(SNS) 사용내역, 고객사 상품 결제 내역 등을 활용해서 '카카오스코어'란 모델을 만들 예정이다. 또 K뱅크는 KT의 통신요금 납부 내역, 비씨카드 거래 정보, KG이니시스와 다날 등 결제대행사(PG)의 결제 정보 등의 빅데이터를 활용, 'CSS'(Credit Scoring System)란 신용평가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구상'에 불과하고 현실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이런 데이타들이 '신용'과 관련 있는 변수는 되지만, 이 변수들이 실제로 신용대출에서 부도율·연체율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인터넷은행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지적이 적지 않다. 한 인터넷은행 컨소시엄 소속 관계자는 "SNS 사용 빈도나 고객사 결제 정보를 가지고 신용을 측정한다는 구상은 아직 '그럴듯한 소리'에 불과하다"며 "내부적으로도 이런 정보로 상환 능력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많다"고 말했다.
'빅데이터'라는 이름만 달았을 뿐 그만한 수준의 정보가 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국의 경우, '제스트파이낸스'라는 금융정보회사에서 고객 신용도 측정을 위해 활용하는 변수만 무려 7만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데이타 종류도 많고 세부적으로 분류가 되어 있다. 하지만 국내 인터넷은행들은 구체적으로 신용평가에 참고할 변수의 종류과 개수조차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마련하고 정교화할 여신심사인력조차 꾸려지지 않았다.
인터넷 은행들은 '빅데이터 활용'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장기적인 비전 정도에 그치고, 당장은 올 상반기 은행업 본인가를 받는 데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빅데이터 활용의 문제는 국내 규제 이슈와도 맞물려 있다.
미국만 해도 개인정보 거래가 자유롭다. 제공 동의를 받은 개인의 데이터를 거래해 각자 모델에 맞는 신용평가 모델을 만들 수 있다. 빅데이터를 수집·분석·개발하는 업체도 다수다.
그러나 국내에선 개인정보 보호법으로 인해 개인정보 거래가 불가능하다. 각 컨소시엄 내부 데이터 외엔 활용하기 어렵다.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자체가 한정적이다. 금융업권 신용정보가 한 데 모아 관리하는 한국신용정보원이 올초 출범했지만 역할은 기존 금융권의 신용대출 한도, 금리, 연체율, 부도율 등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데 그친다. 인터넷은행이 참고는 할 수 있겠지만, 핵심 정보로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결국 올해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게 되더라도 당분간은 기존 은행과 사업 영역이 겹칠 수 밖에 없다. 결국 기존 담보대출 모델을 답습할 거란 전망이 많다. 이는 인터넷은행과 기존 은행의 차별성을 크게 떨어뜨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져보면 기존 은행 역시 수익성 확보를 위해 스마트뱅킹 등의 비대면 채널을 확장하고 점포를 줄여가고 있는 까닭이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청사진만 보면 인터넷은행이 기존 은행 역할과 다른 게 무점포 운영 외엔 없다"며 "정부가 그동안 시중 은행에 요구해왔던 중금리 대출시장에 대해 인터넷은행이 '새로운 신용평가 모델 만들겠다'고 주장해 우선 인가부터 받은 셈"이라고 말했다.
보다 현실적인 중금리 시장 공략을 위해선 현실성없는 빅데이터보단 일본의 사례를 따르는 게 나을 거란 평가도 나온다. 일본 은행들은 중금리 시장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대금업체(대부업체)와 손을 잡았다. 대금업체가 중금리 대출에 보증을 서고, 은행은 보증수수료를 납부하는 방식이다. 이런 중금리 시장 전략과 일본 정부의 대부업 규제 강화 힘입어 2006년 26.8%에 불과했던 은행의 소비자대출 시장 점유율은 2014년말 56.5%까지 확대됐다.
한 은행 연구원은 "국내에서도 대부업체들의 소위 '블랙리스트'(부도·연체자 명단)는 상당히 유용한 신용평가 정보로 각 업체에서 극도의 보안을 유지한다"며 "인터넷은행도 다양한 핀테크 기업과의 연계, 특히 개인간(P2P)대출이나 크라우드펀딩 업체들과 제휴 혹은 인수·합병 등을 통해 노하우를 습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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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1월 1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