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기술 등 차세대 자동차 선봬
국내 기업 대응은 부진…중국은 턱밑까지 쫓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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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IT업체 간의 합종연횡(合從連橫)이 줄을 잇고 있다. GM과 폴크스바겐은 LG와 손을 잡고, BMW는 삼성과 협력한 차세대 자동차를 선보였다. 아우디는 퀄컴이 보유한 자율주행 기술을 차세대 자동차에 탑재하기로 했다. 포드 역시 아마존과 동맹을 맺었다.
전문가들은 미래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독자적으로 경쟁해왔던 완성차·IT업체·부품업체가 각자의 한계를 느꼈을 것으로 분석했다. IT업체는 극도로 보수적인 안정성·내구성 수준을 요구하는 자동차 업계의 벽에 가로막혔다. 자동차업계는 사용자들이 IT기기의 UI·UX를 사용하며 느꼈던 만족감을 구현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영혁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과거 자동차 내비게이션만 하더라도 자동차 업체들이 독자적으로 연구개발도 오래해왔지만 IT업체들이 제공하는 기술 수준보다 사용자들이 느끼는 만족감은 형편없었다”며 “한 업체가 획기적인 기술력으로 독보적인 협상력을 가질 때까진 자동차와 IT업체 간 ‘짝짓기’는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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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간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새로운 시장도 창출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PwC는 자동차 원가 대비 전장부품 비중이 3년 내로 50%까지 늘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카메라, 센서 및 반도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디스플레이 등 IT제품 수요가 견인할 전망이다. LG가 GM과 손을 잡으며 11종의 전장 부품을 공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강정화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기존 자동차 산업의 가장 큰 진입장벽은‘엔진’이었지만 차세대 자동차의 핵심은 엔진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엔진 외 부품이 요구하는 기술력 수준은 높지 않기 때문에 전자·IT 등 다른 산업군의 진입이 앞으로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무인구동 등 스마트카(Smart Car)의 양산까지는 법적 규제·기술적 한계 등 해결할 문제가 많다.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구글은 2017년, 폴크스바겐과 GM은 2020년에 각각 ‘완전한 자율 주행’단계(Level 4)에 돌입할 것으로 계획하고있다. 업계에서는 2020년까지는 반 자율주행, 2025~2030년까지 완전자율주행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협력과 함께 주도권 경쟁도 지속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IT업체가 지닌 기술의 내재화를, 구글·애플 등 IT업체는 운영체제(OS)를 통한 시장지배력 강화를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2013년부터 GM과 포드는 외부 개발자들에게 대쉬보드(Dash Board)를 개방하고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을 공개하는 등 독자적 OS 마련에 나서고 있다.
조성은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2007~2009년 스마트폰 1,2위 제조사인 노키아와 블랙베리가 독자 노선의 한계로 애플과 구글에 주도권을 내줬듯, OS 플랫폼을 지배하는 구글과 하드웨어(차량)와 플랫폼 일체가 완벽한 애플이 자율주행 스마트카를 다시 주도할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의 대응은 부진하다. 설계기술은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지만, 역량 및 실행력에서 해외 완성차업체에 뒤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한국산업기술평가원은 국내 스마트카 기술력이 미국·유럽·일본 등 선두 국가와 1.4년 정도의 격차가 벌어져 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5년 간 격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중국에 따라잡힐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나왔다.
관계자들은 글로벌 IT업체와 완성차업체 간 융합 움직임에 국내 업체들도 대비해야한다고 분석했다. CES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는 “세계 완성차업체들은 구글·MS·엔비디아 등 IT업체와의 융합에 나선 반면, 기아차는 독자적으로 축적해 놓은 기술력을 뽐낸 듯 보였다”며 “상대적으로 기대감이 적었던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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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1월 17일 08:0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