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때 7조 가치…'10조 평가'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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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공개(IPO)가 초읽기에 들어가며 증권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상장할 시장이 국내인지 해외인지, 국내라면 유가증권시장인지 코스닥 시장인지, 시가총액이 10조원을 넘길 수 있을 것인지 추측만 난무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그룹이 이르면 이달 중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나스닥 염두 뒀지만…그룹 이슈로 '국내 상장' 부상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초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함께 미국 나스닥으로의 상장을 염두에 뒀다. 국내 상장이 선택지로 늘어난 건 지난해 하반기의 일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 논란으로 여론이 악화되며 삼성그룹 차원에서 국내 자본 시장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직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나스닥 상장을 결정하자 증권업계에서는 "한국 투자자들은 안중에 없는 것 같다"는 불편한 반응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나스닥행을 결정지은 상황에서 국내 증시를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만큼은 한국 증시에 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로 눈길을 돌리려는 움직임이 포착되자,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와 코스닥시장본부가 동시에 나서 유치 경쟁을 시작했다.
코스닥 시장 상장유치부는 지난해 증권사 IPO 관계자들이 모인 연말 행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스닥에 상장해야 하는 이유’라는 제하의 프레젠테이션까지 준비하며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상장유치부는 '전통적으로 바이오 기업 상장은 코스닥이 유치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유가증권시장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은 최근 바이오기업 등 순손실을 기록한 기업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이 가능하도록 세칙을 변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해외 상장도 여전히 검토 대상이며 어떤 시장으로 갈 진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결국 그룹 차원의 전략적 고려에 의해 의사결정이 나게 될 전망이다.
◇ 1년만에 기업가치 3兆 증가? '오히려 부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시가총액도 초미의 관심거리다. 현재 시장에서 언급되고 있는 규모는 10조~12조원 수준이다. 코스닥 시총 1위 셀트리온과 비슷하고 유가증권시장 20위권인 LG, SK이노베이션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공정가치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는 지분 100% 기준 6조9000억원이었다. 현재 시장에서 언급되는 가치의 60% 수준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빨라야 2019년 쯤 흑자전환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1년도 채 되지 않아 4조원 이상의 가치가 올랐다고 판단하는 건 지나친 낙관"이라며 "바이오가 유망산업이고 삼성이라는 이름에 기대치가 붙으며 '호가'가 오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한미약품의 영향으로 바이오 기업의 가치가 급격히 올라간 것이 시장에서의 언급하는 가치가 급상승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약품의 최근 주가순이익비율(PER)은 200배에 달하며, 국내 바이오·제약 업종 평균 PER도 80배를 넘나든다. 나스닥이나 뉴욕거래소에 상장된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의 최근 평균 PER은 20~30배 수준이다.
증권사 IPO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특성상 가치평가(밸류에이션)을 최대한 끌어올려 자금을 끌어들이기 보단, 상장 과정에서의 잡음과 마찰을 최대한 줄이려 할 가능성이 크다"며 "해외 증시 상장을 우선 검토한 것도 공정가치 평가 이슈 때문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2월 설비규모 18만 리터급 제3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완공 예정일인 2018년까지 IPO로 추가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제일모직)으로부터의 증자 지원은 마무리됐다. 제3공장 건설에는 총 8500억원의 자금이 소요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향후 IPO 일정에 대해 "그룹 차원의 보고는 마친 상태”라며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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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1월 24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