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자들은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지원"
'스마트·미래' 부서 앞다퉈 만들었지만
핀테크보단 비대면 소매 영업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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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핀테크 기업 일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지분 투자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은행의 생존이나 수익 차원의 접근은 아닙니다. 은행이 가진 금융정보 등 노하우를 전수해준다는 목적이 큽니다. 사회적 차원에서 은행의 책임을 다한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A 시중은행 핀테크 관련 부서장)
#2. "시대가 변하면 은행이라는 금융회사의 개념도 변하는 것 아닌가요? 은행은 금융정보를 제공하고, 전문적이고 창의적인 회사들이 보다 좋은 아이디어를 구현해 금융서비스를 만드는 것이죠. 이런 흐름을 피할 수 는 없다고 봅니다. " (B 시중은행 관련 부서 실무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핀테크'(Fin-tech)가 은행의 생존을 위협하는 화두로 떠올랐지만, 실무 영역에서는 긴장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핀테크 기업과의 업무제휴나 투자를 '사회 공헌 활동'이라고 표현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은행 최고경영진들이 잇따라 신년사를 통해 '핀테크 시대'의 두려움을 표현하고 재빠른 대응을 강조한 것과 온도차가 크다.
핀테크가 화두가 되며 각 은행들은 대응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일부 지주회사와 은행들은 금융과 접목할 수 있는 핀테크 기업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내놓기 시작했다. 신한금융지주나 NH농협은행 등은 자체적으로 핀테크 기업을 멘토링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직접 투자도 올해들어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다.
이는 핀테크 기업의 기술을 습득하고, 시장이 격변하는 가운데 대응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대의명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막상 실무 단계에 내려와보면 이 같은 취지는 무색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핀테크를 외치니 마지못해 따를 뿐, 그 이상의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당장 핀테크 투자 자체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판이다. 은행에 핀테크 기술의 우수성이나 시장성을 평가할 능력이 없다. 한 은행 담당자는 "선별이 어려워 관련 기술 제휴나 투자에 어려움이 크다"고 털어놨다.
특히 외부 핀테크 회사에 투자할 때 주로 고려하는 사항은 '형평성'이다. '어느 은행이 어떤 기업에 묻지마 투자를 했다'는 식의 뒷말이 나오는 걸 두려워하는 것이다. 생존을 위한 절박한 투자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너도나도 '스마트'를 외치지만 내용은 기존 리테일(소매) 영업 부서와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은행들은 올해 앞다퉈 '스마트' 혹은 '미래'를 표방한 부서를 신설하거나 확대 개편했다. KB국민은행은 지주에 미래금융부, 은행에 미래채널그룹을 두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스마트금융센터를 올해 신설했다. 우리은행은 스마트금융사업단을 스마트금융사업본부로 격상시켰다.
해당 부서들의 가장 큰 목표는 소매(리테일) 상품 판매 확대다. 인터넷뱅킹, 스마트폰뱅킹, 콜센터 등 다양한 비대면 채널에 대한 전략을 수립한다. 핀테크 기술에 대한 지원과 활용방안 연구는 업무 중 하나에 불과하다.
스마트금융 부서 관계자는 "핀테크와 관련돼 부서가 커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이라며 "인터넷 등 기존 채널을 포함해 비대면 채널을 통한 자세한 상품 설명 통로를 개발하고, 상품 가입을 위한 찾아가는 서비스 등을 확대하는 게 주요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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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1월 24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