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효율·가전 전략으로 판매 호조
"신사업에 대한 '우선순위' 제시해야"…투자자 불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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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의 고효율 태양광 모듈 ‘네온2’
LG전자가 대규모 태양광 투자에 나서면서 투자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실적 저하가 눈앞에 놓인 상황에서, 가늠하기 어려운 신사업 투자 방향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조금씩 성과를 보이는 태양광 사업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자동차부품 사업 등 미래 먹거리에 대한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제시해 달라는 투자자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LG그룹은 폴리실리콘(LG화학)-잉곳 및 웨이퍼(LG실트론)-셀·모듈(LG전자)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전략으로 태양광 산업에 진입했다. 이후 폴리실리콘 단가가 추락하며 LG화학이 추가 투자 계획을 접었다. LG실트론도 사업에서 손을 떼며 그룹 태양광 사업은 LG전자 중심으로 재편됐다.
LG전자는 고효율 셀 생산에 집중했다. 셀의 효율이 높을수록 설치 면적이 줄어들어, 가정용 태양광 제품에 특화할 수 있다. 가정용·상업용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일본시장을 중심으로 판매 호조를 보이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LG전자는 이번 3년간 총 5200억원 규모의 투자도 늘어난 수요로 인한 생산설비 증설을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김도형 SNE리서치 연구원은 “LG전자는 태양광 산업을 접근하면서 재료 가격에 따라 변동이 큰 '제조업' 관점에서 탈피해 브랜드를 바탕으로, 일종의 '가전'으로 포지셔닝 해 성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태양광 설비 투자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LG그룹의 신사업 우선순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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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모바일 사업본부의 부진 등으로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같은 시기 연결 기준 단기차입금은 2조9000억원, 장기차입금은 6조8000억원 수준에 달한다. 대표적인 그룹의 신사업인 자동차 부품(Vehicle Components)은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태양광 사업은 실적이 분리돼 있지 않아 공개하지 않지만, 회사 측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손익분기점(BEP)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 기관투자가는 “올해 VC 사업본부에 3000억원정도 투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이 정도 규모로는 기본 조립라인 증설 정도”라며 “향후 VC 사업에 핵심기술 도입 등 추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태양광 셀에 총 5200억원 투자 계획은 투자자 입장에서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LG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최근까지 VC 사업본부도 자동차 부품 관련 업체 인수를 검토해왔지만 내부적으로 실탄이 넉넉하지 않은 게 문제였다"며 "당장 자원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상황에서 최근 행보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구본준 부회장은 LG전자에서의 경영능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데 신사업 추진단장으로서 추진하는 사업들이 어떤 성과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덧붙였다.
LG는 그룹차원 신사업인 ‘에너지 솔루션’의 일환으로 태양광 사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LG전자(태양광 모듈·ESS) - LG화학(친환경 배터리) - LG CNS(에너지 관리 시스템)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밸류 체인을 사업 모델로 제시했다. 그룹차원의 시너지가 분명한 자동차 전장 사업에 비해 태양광 사업의 시너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태양광업체 관계자는 “현재 LG전자의 태양광 생산규모(1GW)는 글로벌 톱티어(Global Top Tier) 업체의 5분의 1 수준이며 계획대로 증설이 완료돼도 3분의 1 규모”라며 “LG가 증설계획을 얼마나 확대할진 모르지만 아직까진 영향력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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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1월 22일 08: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