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사 인수 시 빅3로 재편…영향력 확대는 미지수
해외 업체 인수 시 국내 시장 잠식 가속화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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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종합기계 매각을 기점으로 국내 농기계 산업의 지각변동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업체 인수 시 업계 전반의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지만, 해외 업체가 인수할 경우 국내 업체의 입지 축소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유니온스틸(지분율 50.82%)은 지난해 말부터 자회사 국제종합기계 매각을 추진 중이다. 매각 대상은 채권단 지분 포함 100%며, 매각 조건에 대해 채권단 승인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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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종합기계는 2011년부터 채권단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고, 2012년 자본잠식에 빠지기도 했다. 2013년 완전감자 후 유니온스틸 등 동국제강그룹 측이 310억원, 채권단이 300억원을 출자했다. 채권단은 투입금액 외에 경영권 프리미엄도 기대하고 있다. 국내외 농기계 업체와 사모펀드(PEF)가 잠재 인수후보다.
◇빅3 재편돼도 영향력 확대 불투명…해외 시너지 기대
국내 농기계 시장은 내수와 수출, 서비스를 포함해 2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수백 개 영세업체가 난립한 가운데 대동공업·LS엠트론·동양물산기업·국제종합기계 4개 업체가 과점체제를 이루고 있다. 고정비 비중이 높아, 위축되는 내수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시장 규모에 비하면 4개 업체도 많다는 지적이다.
나머지 농기계 3사가 국제종합기계 인수 후보다. 인수 시 상위 3사 체제로 전환되며, 인수기업은 시장점유율 및 효율성 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국제종합기계가 거의 모든 농기계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제품군을 다양화 할 수도 있다. LS엠트론은 2011년에도 인수를 추진한 바 있다.
수익성 개선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도 있다. 정부는 1980년대부터 농기계 가격통제 및 반값 공급 정책을 추진했고, 최근까지도 가격신고제를 유지했다. 2013년엔 가격 담합에 2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사실상 가격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국내기업 인수 시 규모의 경제를 통한 수익성 개선이 이뤄질 수 있지만, 점유율 확대가 곧 가격결정력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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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너지 효과는 해외에서 찾아야 할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은 내수 침체를 수출을 통해 보완하고 있다. 세계 농기계 시장 전망이 밝아, 국내 기업의 수출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국제종합기계는 미국 판매법인 브랜슨(Branson Machinery)을 통해 매출이 나고 있다. 중국, 유럽 등 수출 계약도 이어지고 있다.
◇외국업체 인수 시 국내 회사 입지 좁아질 듯
농기계 회사들은 그 동안 제휴를 통해 외국 제품을 국내에 유통시키며 해외 업체의 국내 진출 발판을 마련해줬다. 일본 글로벌 농기계회사 구보다(한국구보다)와 얀마(얀마농기코리아)는 국내 법인을 통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2010년 20% 수준이던 외국산 농기계 구입비중은 최근 30%까지 올라왔고, 이앙기 등 일부 제품은 외국산이 5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 업체들은 가격보다 중요한 요소인 기술력에서 우위에 있다. 국내 4사의 연구개발비를 합쳐도 일본 구보다 한 곳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다. 일본 업체들은 태국·중국 등에 생산기지를 꾸려 가격 경쟁력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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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기계 업계 관계자는 “경작 규모가 커짐에 따라 외국 대형 농기계에 대한 수요도 늘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 업체가 대형 농기계에 이어 중소형 농기계 시장도 잠식해 가고 있어 국내 업체들의 상황은 점점 어려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종합기계가 해외 업체에 인수될 경우 국내 회사들은 국내에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인수업체는 기술력을 앞세워 국내 판매망과 점유율을 넓히는 한편, 국내 업체들이 우위에 있던 사후 서비스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PEF 참여 불투명 “농기계은행사업 부담”
매각자 측은 PEF의 인수전 참여도 기대한다. 부실이 정리됐고, 해외 사업 성장 가능성도 크다는 이유에서다. 예상 거래 금액도 500억~1000억원으로 PEF가 선호하는 규모다. PEF를 새 주인으로 맞을 경우 농기계 산업재편은 투자회수 시점까지 유예될 전망이다.
실제 참여 여부는 불투명하다. 실적은 안정화됐지만 가치 상승 여지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농기계은행사업도 부담요소로 꼽힌다.
농협은 2008년부터 농기계 구입으로 인한 농가 부채를 줄이고, 농작업 대행으로 일손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농기계은행사업을 추진해왔다. 사업 초기엔 주로 농민으로부터 중고 농기계를 사들인 후 다시 당사자에 임대하는 형태였으나, 점차 사업영역을 신규 농기계 공급으로 바꿔나가면서 시장의 반발이 이어졌다.
농협은 연초 경쟁입찰을 통해 농기계 공급 업체를 선정하는데, 공장 설비 및 인력 유지가 중요한 농기계 업체로선 수익이 줄어들더라도 포기하기 쉽지 않다. 이를 통해 농기계 수요 10% 이상이 풀리기도 한다. 사실상 관(官)의 개입으로 제대로 된 가격 형성이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농기계 업체들은 이를 감안해 미리 가격을 높이거나 불필요한 모델 변경을 하기도 했다.
국제종합기계 인수를 검토했던 PEF 관계자는 “농협이 농기계 가격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PEF로서는 가치를 올릴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인수전 불참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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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1월 17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