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애플에 OLED 디스플레이 공급 계약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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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전을 불사하며 대립하던 애플과 삼성이 서로 손을 잡을 준비를 하고 있다. 성장 둔화와 중국발(發) 경쟁 격화라는 공통 과제에 대응을 할 필요성이 커지면서다.
시장조사업체 SA(Strategy Analytics)는 올해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이 한 자릿 수 성장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업체의 부상 등이 맞물려 시장 내 경쟁 강도는 더욱 심화할 것이란 전망도 덧붙였다.
애플과 삼성의 실적에도 부정적 기류가 흐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아이폰 판매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0.4%에 그쳐 사상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시장에선 올해 마이너스 성장까지도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 모바일(IM)사업부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0%가까이 줄었다. 최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 둔화 속 업체 간 경쟁은 심화 됐다"며 어려워진 경영 환경을 언급하기도 했다.
배은준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스마트폰 시장 투톱의 점유율은 하락하고, 10위권 밖의 기업들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중국 업체들의 인해전술이 선두 업체의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과 삼성의 대응 전략에도 변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스티브 잡스 사후 팀 쿡 체제에서 애플은 ‘혁신’ 대신 ‘추격’을 택했다. 대화면 도입 등 안드로이드 진영의 하드웨어 발전 성과를 지켜본 후 자사 제품에 도입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판매 둔화세에 직면하면서 다시 혁신에 나설 것을 요구받고 있다. 업계에선 차세대 아이폰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탑재로 휘거나 접을 수 있는 플렉시블(Flexible) 디스플레이를 통한 외형 변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마트폰 생산 수직계열화를 통해 높은 시장 점유율을 수성해온 삼성도 고민에 빠졌다. 캡티브(Captive, 계열사 간 거래)사인 삼성전자향(向) 물량으로 전체 생산능력을 채웠던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판매 둔화세로 우려가 커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완성 업체 물량 확보에 나서는 등 공급망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도 중·저가 모델 강화를 내세웠기 때문에 고가 부품 위주의 수직계열화를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완성업체가 외부에서 저가 부품업체를 활용하거나 부품업체가 타 완성업체에 공급을 늘리는 등 삼성 내 계열사간 ‘각자도생(各自圖生)’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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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가 처한, 공통의 시장 환경 때문에 삼성과 애플이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분을 보유한 한 국내 OLED 소재업체가 애플의 물량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증착 부품 글로벌 선두 업체인 일본 도키(TOKKI)사와의 계약을 선점해 본격적 생산 준비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금융시장과 관련업계에선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과 OLED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점도 그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애플은 2018년까지 안정적인 OLED 수급을 위해 유일한 양산업체인 삼성디스플레이 참여가 절실한 상황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연간 2억대 가까이 판매되는 아이폰 물량으로 향후 몇 년간 수요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삼성디스플레이는 "계약 여부에 대해 확인하거나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애플은 월 9만장 생산을 요구했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월 3만장 생산을 고수하며 협상이 장기화됐다"라며 "그동안 애플은 다수의 공급자를 확보해 공급 과잉을 유도한 후, 단가 하락을 통해 전체 비용을 관리하는 전략을 펴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중·소형 OLED 시장에서 90%가 넘는 점유율로 유일한 양산이 가능한 회사다. 애플의 기존 단가 하락 전략이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차기 모델에 새로운 반도체·카메라 모듈 등을 넣을 경우 부대비용이 늘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부품으로 디스플레이를 생각했을 것”이라며 “삼성 외 공급이 확정된 LG디스플레이, 재팬디스플레이(JDI) 모두 양산까지는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제 1 공급망으로 삼성디스플레이를 끌어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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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1월 31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