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기둥 대한항공·한진해운, 차입부담 한층 가중
증자·유동화 가능성 거론…기존 자금조달 방식 탈피하나
경영환경도 '험난'…조원태 부사장 경험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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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은 국내 1위의 항공사와 해운사를 거느린 재계 10위의 그룹이다. 그런 위상에 심상치 않은 적신호가 켜졌다. 금융시장에선 올해 가장 주의깊게 보는 기업집단으로 한진그룹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룹의 주축인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영업환경은 악화일로다. 재무구조 개선작업에도 차입부담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차입을 통한 유동성 확보는 어려워지면서 유상증자·계열사 상장·자산유동화 등 다른 카드를 꺼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다만 이조차 시간벌기에 그칠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 올해 만기 회사채만 1조8000억원…외부차입 어려울 전망
올해 한진그룹의 만기 예정인 회사채 규모는 약 1조8000억원이다. 대한항공(9018억원)과 한진해운(8021억원)이 대부분이다. 2조원가량의 현금성자산과 연 2조원대의 영업활동현금흐름(OCF) 규모를 고려하면 적지 않은 부담이란 시각이 크다.
차환발행은 쉽지 않다. 대한항공(BBB+)과 한진해운(BB+) 모두 재무적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 속에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재무건전성 관리가 한창인 시중은행을 상대로 대출받기도 어렵다. 여전히 20조원이 넘는 그룹 순차입금은 과중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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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 회사채 발행을 준비 중인 대한항공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다음달 초 진행될 회사채 수요예측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2~3년 전부터 기관 투자자들은 대한항공을 투자처로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항공기·호텔 관련 투자로 대한항공의 재무적 부담이 커질 것이란 걱정이 나온 지는 오래다. 본업인 여객사업이 안팎에서의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면서 과거와 같은 시장지위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유가하락이란 호재 속에도 이익은 기대에 못 미쳤다.
한진해운은 지난해말 정부가 해운업 구조조정 의지를 드러내면서 시장의 우려가 한층 커졌다. 그동안 자구안으로 재무구조는 소폭 개선됐다. 다만 여전히 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지고 있고, 영업현금흐름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 사이 머스크를 비릇한 글로벌 해운사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신용등급은 투기등급까지 떨어졌다. 자산운용사와 보험사 등 기관투자자들 중 상당수는 손실을 보면서까지 한진해운 회사채를 정리한 상태다. 차입금 상환부담은 커지는데 정부의 해운업 지원은 지지부진하다. 자금지원을 해줬던 대한항공도 더 이상 도와줄 여력이 없다는 시각이 크다.
◇ 대한항공·한진해운 동반 부진…시험대 올라선 조원태 부사장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관계가 더 밀접해진 것은 그룹의 리스크를 더 가중시켰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4년 그룹 지배구조 개편작업과 한진해운 지원 과정에서 한진해운의 최대주주가 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둘 중 한 곳이 위태로워지면 그 리스크가 그룹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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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자금은 많지만 차입여건은 어렵다. 자산유동화도 이미 많이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선 한진그룹의 공모채 발행이 쉽지 않아진 만큼 지분(equity)을 활용한 조달방안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일단 지주사인 한진칼의 유상증자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투자자들의 환대를 받기 힘들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주력사업의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에 계열사 자금지원을 위해 선뜻 나설 리 없다는 것이다.
저가항공사인 진에어의 기업공개(IPO), ㈜한진의 매각과 각종 항만터미널의 유동화 가능성 등이 언급되고 있다. 당장은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이후다. 그룹의 현금창출능력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차입금은 내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갚아나가야 하는데 자금조달은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다. 어떤 대응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을 보이는 시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영업이 잘 안 되면 각종 방안으로 자금조달을 해도 시간을 버는 것에 그칠 것”이라며 “특히 웬만한 자산들은 다 매각한 한진해운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오너 3세인 조원태 부사장이 육해공 각 분야의 요직에 올랐다. 하지만 조 부사장은 경영 시험대에 올라섰을 뿐,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자들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한진그룹 내부의 보수적인 문화, 글로벌 시장흐름에 발맞추지 못하는 자금조달 방식 등이 변해야 한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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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1월 27일 10:2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