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평균 PER 높지만 시장 규모 작아
코스피 무난…도쿄·나스닥은 '글로벌 회사' 명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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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은 국내에 상장하는 겁니까? 해외 상장 계획도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
"아직 확정된 바 없습니다. 제안해 주십시오."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
넷마블게임즈는 어느 나라, 어느 증시에 상장할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지난 4일 설명회와 입찰제안요청서(RFP)를 통해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알렸지만, 다른 시장에 대한 가능성도 남겨뒀다.
넷마블은 주가순이익비율 40~50배, 상장 시가총액 10조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느 시장에 상장하는지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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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로만 따지면 코스닥 시장이 경쟁력 있다. 현재 코스닥 상장 주요 게임회사 평균 PER은 36배에 달한다. PER이 600배가 넘어가는 액션스퀘어는 제외하고 산출한 수치다. 넷마블이 원하는 PER과 가장 유사하다. 코스닥에 넷마블이 상장하게 되면 시가총액 11조원의 셀트리온에 이어 대장주 반열에 오른다. 코스닥에서 게임회사가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도 4% 안팎으로 코스피(0.5%) 대비 높은 편이다.
그러나 코스닥 시장은 아직까지 조 단위 공모를 소화해본 경험이 없다. 넷마블 공모 규모는 적어도 1조원에서 최대 3조원으로 추정된다. 역대 코스닥 최대 공모 규모는 1999년 아시아나항공의 3750억원이다. 게임업종에서는 지난해 더블유게임즈의 2777억원이 최대에 불과했다. 게다가 상장 후 기관투자가의 선호도 역시 코스닥시장이 코스피 보다 떨어지는 맹점이 있다.
자연히 코스피는 넷마블이 국내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가장 무난한 시장으로 꼽힌다. 일단 덩치가 비슷한 엔씨소프트가 코스피에 상장해있다. 엔씨소프트는 코스닥에 상장해 2003년 코스피로 주소를 옮겼다. 벤처 거품 붕괴 이후 코스닥이 투자자 신뢰를 잃었던 까닭이다.
아울러 확실한 비교대상 회사가 있는데다 유동성도 풍부하다. 상장 과정에서 최대 30조원(2014년 제일모직)의 청약증거금을 끌어들인 기록이 있다. PER는 코스닥 대비 다소 떨어진다. 엔씨소프트가 20배 안팎, NHN엔터테인먼트가 15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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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증시의 경우. 넥슨이 상장돼 있는 도쿄증시는 다수의 글로벌 게임회사가 상장해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힌다. 지난 2012년 넥슨이 도쿄증시를 선택한 것도 당시 글로벌 매출 비중이 60%에 달해 해외 증시에서 인정받겠다는 포부 때문이었다. 홍콩증시 또는 나스닥도 비슷하다. 올해 글로벌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가진 넷마블에겐 해외 상장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다만 홍콩증시는 금융업종 강세로 인해 게임주 선호도가 크지 않다. 업종 평균 PER이 14배 수준으로 코스피보다 떨어진다. 도쿄증시는 26.9배, 나스닥은 26.3배로 높은 편이다.
다만 해외증시를 선택할 경우 상장 비용은 국내보다 훨씬 커진다. 국내 1위 게임사(넥슨)에 이어 2위 게임사 넷마블까지 국내 증시를 외면한다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다. IR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국내 기업의 해외 상장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방 의장이 '제안해달라'며 증권사에 공을 넘겼지만, 현실적으로 증권사가 '어디에 상장하시라'라고는 권유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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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2월 14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