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수임 금지' 요구할 가능성 커
"팀을 쪼개서라도 모두 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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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시밀러(복제약) 생산업체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기업공개(IPO)를 놓고 맞부딪쳤다. 두 거래 다 조 단위 공모를 예고하고 있어 증권사들로선 놓칠 수 없는 카드다. 사업 성격으로 미뤄볼 때 두 거래에 동시에 참여하는 건 어려워 보인다. 증권사들은 어디에 줄을 설지를 두고 득실을 따지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셀트리온 측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국내 상장을 위해 추가적인 주관사 선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현재 주관사로 내정된 건 대우증권 정도다. 조단위로 예상되는 대규모 딜이라 다수의 주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서는 셀트리온이 주관사단을 구성하며 '중복 수임 금지' 조항을 내걸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삼성그룹의 바이오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조만간 주관사 선정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두 곳 다 연내 국내 상장을 목표로 하는데다, 바이오시밀러 업체라는 공통점이 있다. 더욱이 두 회사는 주력 의약품도 겹칠 가능성이 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12월 식약청으로부터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인 '렌플렉시스'의 국내 시판 허가를 받았다.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인 레미케이드는 존슨앤존슨(제조사 얀센)이 보유하고 있는 오리지널약이다. 렌플렉시스는 지난해 유럽시장진출을 위해 유럽의약청(EMA)에 판매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셀트리온의 주력 약품인 '램시마'가 바로 이 레미케이드의 복제약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램시마의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2012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램시마 시판을 최초 허가받았다. 유럽과 캐나다, 일본에서 판매 허가를 얻었고, 오는 4월 미국 최종 판매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2013년엔 유럽 EMA에서, 2014년에는 캐나다와 일본에서 각각 판매를 허용했다.
현재 렌플렉시스는 협력사인 바이오젠 덴마크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시장 확대를 앞두고 올 상반기 중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생산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렌플렉시스가 국내 시판을 허가받은 상황에서 셀트리온 측은 램시마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견제해야 하는 입장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유럽에 이어 미국 시장 진출까지 구체화하면서 셀트리온을 맹추격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앞서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엔브렐'보다도 먼저 렌플렉시스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레미케이트의 물질 특허가 2014년 만료됐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물론 삼성 역시 주관사단을 통한 정보 유출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주관사단은 실사 과정에서 내밀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 앞서 지난 2009년 진행된 삼성생명과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의 주관사 선정에서도 골드만삭스과 대한생명과의 계약을 포기하는 등 주관사 중복을 피했던 전례가 있다. 당시 대한생명과 삼성생명은 다른 생보사 상장 주관업무를 맡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셀트리온은 사업 초기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처럼 바이오의약품위탁생산(CMO)사업을 중심으로 기반을 다진 이력을 갖고 있다. 이 사업으로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신약 등 자체개발을 위한 기술력과 자금을 쌓았다. 내부 정보 유출에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증권사 IPO 부서들은 어느 쪽에 줄 설지를 두고 득실을 따지고 있다. 두 거래에 모두 참여하는 게 최상의 상황이지만 녹록지는 않다.
IPO업계 관계자는 "바이오기업은 기술 보안이 최우선인데다, 경쟁사와 상장 시점이 비슷하다면 주관사를 가려 선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팀을 두 개로 나누고 차이니즈월(정보 방화벽)을 세워서라도 두 거래에 모두 참여하고 싶은 게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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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2월 16일 16:2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