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 신용등급에 '빨간불'
모바일커머스 반격도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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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에 선 국내 유통업계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은 갈수록 냉정해지고 있다. 유통사들의 신(新)성장 전략이 시장에 큰 생기를 불어넣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커머스 업체들이 펼치는 반격도 업계를 위협할만한 잠재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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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체들은 최근 몇 년간 쇼핑몰·아울렛 형태의 신규 점포를 늘리고 온라인 부문을 강화하는 쪽으로 궤도를 수정 중이다. 지난해 개점한 현대백화점 판교점·디큐브시티점, 롯데쇼핑 아울렛 3곳이 대표적이다. 올해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증축 완료를 비롯한 다수의 복합쇼핑몰 개점이 예정돼 있다.
이같은 외형확대에도 매출 증가폭은 기대에 못 미쳤다. 지난해 대형 유통 3사의 전년대비 매출 증가 폭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영업이익도 함께 감소했다. 롯데쇼핑의 경우 8년 만에 영업이익이 1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신세계·현대백화점의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각각 4.1%, 0.2% 축소됐다.
투자자들의 시각은 이전과 다른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 담당자는 "유통시장이 이전과 다르게 순탄치 않은 분위기"라며 "국내 증권사들이 우리 유통시장의 10~20년 후 모습이 일본 유통시장과 닮았을 것이란 가정하에 일본 현황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 유통업계는 1인 가구와 합리적 소비 확대 속에서 편의점 시장만 선전하는 구도를 보이고 있다.
유통업체들의 신용등급에도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롯데쇼핑의 지난해 실적발표 직후 기업신용등급(Baa2)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신세계는 국내 신용평가들이 부여하는 장기신용등급(AA+)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됐다. 차입금 증가에 따른 재무부담 확대가 주원인으로 작용했다.
국내 할인점 부문만 놓고 봐도 투자열기는 식었다. 업계 1위 이마트가 자체상표인 '피콕(Peacock)'을 앞세워 선두자리를 굳히고 있는 모습 정도가 눈여겨볼 만하다. 그 외에는 롯데마트가 작년 2분기 사상 처음으로 국내 마트부문에서 적자를 낼 정도로 업황자체가 부진하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국내 마트는 고객층·비용구조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적자가 날 수 없는 구조"라며 "롯데마트의 투자전략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편의점은 백화점·마트 대비 성장세는 뚜렷하다. 다만 제품구성 다각화·전문화 등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본 편의점 시장은 다양한 제품구성과 매장 혁신 등으로 꾸준한 매출 신장세를 그리고 있다"라며 일본 편의점 사례를 벤치마킹 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외부에서는 모바일커머스 업체들의 진격이 거세다. 이는 유통시장 판도를 흔들 잠재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쿠팡이 일본 소프트뱅크와 같은 큰 손 투자자들의 관심에 힘입어 점유율 끌어올리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통 빅3는 각종 페이와 온라인몰 확대 등으로 대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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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아직은 모바일커머스 업체들이 가공식품·생활용품 위주로 판매를 하고 있는 만큼 기성 유통업체들을 위협할 수준에 이르진 않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가격경쟁력과 배송서비스 혁신에 맞서 대형 유통사들이 온라인쇼핑 수요를 흡수하는 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모바일쇼핑 시장이 커지면서 O2O(온·오프라인 연계)를 비롯해 관련 영역에 대한 투자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2011년 7900억원 수준이던 소셜커머스 시장은 2014년에는 5조5000억원, 지난해에는 약 8조원대에 달했을 만큼 성장성이 확인됐다.
해외시장 진출 길은 여전히 순탄치 않다. 해외매출 비중이 그나마 나오는 롯데쇼핑의 지난해 중국 지역 영업적자가 2000억~3000억원 수준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마트산업이 전역으로 확산하는 시간적인 틈을 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점유율을 무섭게 늘렸다. 증권사 유통 애널리스트는 "중국인들의 온라인 쇼핑 비중이 우리나라의 두 배인 35%에 이르고 있다"라며 "알리바바가 있는 한 국내 유통업체들이 중국 온라인 소매시장에 접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결국 안팎으로 어려운 형국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시장 성숙기를 맞은 유통업체들의 투자부담만 증가할까 우려된다"며 "유통 빅3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과거처럼 크지 않은 점은 분명하다"라는 공통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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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2월 21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