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0조 유동자금 증시 유입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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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이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보인다. 대외악재가 겹치며 지난해 호실적을 뒷받침했던 수수료 수익 기반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까닭이다. 유래없는 대규모 시중 유동성이 위기의 증권사를 구할 희망으로 언급된다.
인베스트조선이 국내 주요 증권사 7곳의 1분기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를 추산한 결과 이들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대비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주요 증권사 및 신용평가사 연구원들이 전망치를 평균한 결과다. 주요 증권사 7곳은 지난해 1분기 717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올해 1분기엔 이익 규모가 5520억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대우증권의 오는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93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분기에 비해 35% 하락한 수준이다. NH투자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도 15% 하락한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1월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8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평균 8조9000억원대비 축소된 모습이다. 이는 브로커리지수익 감소로 이어진다. 중국 지수 하락과 유가 폭락 등의 영향으로 국내 증시도 경색되면서 거래량이 줄어든 탓이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선 증시 반등이 여의치않아 당분간 거래대금 감소폭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주가연계증권(ELS) 판매가 줄어들면서 관련 수익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 ELS 신규발행액은 2조9200억원으로 지난 12월(7조6200억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연말 효과를 감안해도 감소폭이 만만치 않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며 조기상환 가능성이 줄어든 점도 변수다. 다만 지난해 3분기 증권사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꼽힌 파생상품 운용 관련 손실은 올 1분기 실적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학습효과’덕분이다.
1분기 실적이 여의치 않은 증권사가 믿는 구석은 유동성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단기 부동자금은 지난해 말 기준 총 930조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마땅한 장기 투자처가 없어 시중에 떠도는 돈인데, 증권사가 올해 새로 도입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로보어드바이저가 이들 자금을 끌어올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한국거래소가 연내 추진 중인 거래시간 30분 연장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거란 지적이다. 거래시간을 늘려 유동성을 증시로 끌어들이고, 이를 통해 증권사의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거래시간이 30분 연장될 경우 증권사들이 연간 4000억원 가까운 추가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