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 수익창출력 확보…건설기계 업황 어두워"
보수적 투자 시각 여전…1분기 실적 이목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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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프라코어가 공작기계사업부에 관한 본계약 체결로 '매각 관련 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1조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한다. 빡빡한 두산인프라코어의 재무 상황에 숨통을 트일 수 있는 자금이다. 연내 예정인 두산 밥캣(Bobcat)의 기업공개(IPO)에도 투자 심리 부분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건설 기계 업황 회복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이 같은 자산매각과 IPO 노력도 힘을 잃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단기적으로는 구조조정 효과가 반영될 올해 1분기 실적이 시장의 투자 판단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일 MBK파트너스와 1조1300억원에 공작기계 사업부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가 끝나면 1조원가량의 현금이 두산인프라코어로 유입되고 떨어져나간 차입금까지 감안하면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3조원대가 된다. 부채비율은 267%에서 203%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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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값을 받겠다"는 호언에도 불구하고 두산인프라코어는 최초 제시했던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을 하게 됐지만 매각 발표 후 4개월간 표류했던 거래가 일단락됐다는 점에 시장이 화답했다. 이날 두산인프라코어 주가는 전일 대비 15.04% 상승한 470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 1조원 회복도 앞두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누구에게 얼마에 매각할 지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오는 부정적 요소가 해소됐다"면서 "국내서 사업하고 있는 공작기계 매각이 안됐으면 밥캣 상장도 사실상 물 건너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계 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공작기계에 대해 매우 높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며 "1조500억원(지분가치 기준)이면 다른 경쟁사들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가격"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는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49%의 지분을 팔겠다고 나섰지만 시장과 시각 차이만 확인한 채 계획을 접었다. 이후 사업부 양수도로 거래 방식을 전환하고 SC PE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1월말 MBK파트너스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해 협상을 지속해왔으며 역시 협상 마감 시한을 넘긴 2일 밤샘 협상 끝에 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재무구조 개선 두 번째는 두산 밥캣 상장이다. 예상 시가총액은 3조원 정도다. 인수 가격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긴 하지만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밥캣 지분 75%를 유동화할 수 있게 된다. 최소공모 규모인 20%를 전부 구주매출로 털어낸다고 가정하면 6000억원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다. 잔여 지분은 상장 과정에서 유동성 확보 용도로 언제든 활용 가능하다. 회사 측은 상장으로 들어오는 자금을 2017년 하이브리드채권 상환에 쓴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시장 관계자들은 보수적인 시장의 시선을 거두려면 결국 건설기계 업황 개선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은 2011년을 기점으로 역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중국 및 신흥시장 굴삭기 시장이 정체되며 두산인프라코어의 수익성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두산인프라코어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 작업을 실시해왔다. 지난달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최형희 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CFO)은 "구조조정 효과로 올해부터는 중국 사업에서 이익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여전히 업계의 시각은 긍정적이지 않다.
하이투자증권 최광식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공작기계 매각 여부보다 올해 실적의 열쇠는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건설장비 시장의 향방과 2015년 3000억원을 들여 마무리한 구조조정 및 생산설비(CAPA) 감축 결과가 어떻게 드러나는 가이다"라며 "올 4월 1분기 실적발표가 어느 때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삼성증권 한영수 연구원은 역시 "고수익 사업부문인 공작기계 매각과 두산밥캣 지분율 하락으로 미래 지배주주 순이익 이익창출력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첫 분기실적을 통해 수익창출력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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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3월 02일 18:1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