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규모나 납입 속도도 사업의지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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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의 유상증자가 시장 기대에 비해 늦어지는 점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주주들의 사정과 필요 자금 규모를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입장인 반면, 금융권 일각에서는 컨소시엄사 내 지분 구조를 아직 확정짓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 당국은 인터넷은행 가교법인의 '증자 시기'를 사업 의지와 연관시켜 평가한다는 계획이어서 향후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7일 991억원 규모의 자본금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본인가를 위한 임시 법인인 가교법인 설립시 납입한 9억원을 합치면 총 1000억원 규모의 자본금을 확보하는 셈이다. 납입일은 오는 15일이다. 예비인가 당시 카카오뱅크는 예상 자본금을 3000억원으로 제시했다. 현재까지 확보한 자본금은 계획했던 규모의 3분의1 수준이다.
이는 다른 예비인가자인 케이뱅크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케이뱅크는 지난 1월에 2500억원의 자본금 납입을 한번에 마쳤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 가교법인 증자의 규모는 물론, 시기도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본금 납입 규모와 시기를 사업의지와 연계해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며 "컨소시엄내 자금동원력과도 연결되는 요소"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본인가 전까지 주주들의 사정에 맞춰 필요한 시기마다 증자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자본금 납입 방식은 전략적 선택일 뿐, 본인가 전에만 납입을 완료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뱅크는 일단 은행 전산시스템(SI) 구축, 은행 인력 확보 등 은행 업무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자금을 최우선으로 배정해 본인가를 준비하고 있다.
다만 이런 순차적 자본납입 방식을 두고 일각에서는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사들의 지분율과 증자 참여 비율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찔끔찔끔'식 증자는 심사에 큰 도움이 안된다는 맥락에서다.
카카오뱅크는 본인가 후 최대주주를 카카오로 둔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은행법 개정이 미뤄지면서 산업자본인 카카오(지분율 10%)가 최대주주가 될 수 있을진 불투명해진 상태다. 은행법 개정이 안 된 상황에서 한국투자금융지주(지분율 50%)는 올해 말까지 은행지주사로 전환을 마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3000억원 한꺼번에 납입할 수도 있었겠지만 주주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다"며 "최우선은 인터넷전문은행 본인가 후 영업에 차질이 없도록 체계를 정비하는 것으로, 당면한 단계마다 속도감있게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단계별 비용을 염두에 두면서 자본금 납입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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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2월 29일 18:2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