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흔야 이사 두고 뒷말만 '무성'
라응찬 전 회장과 불법자금거래 의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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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지주의 재일교포 사외이사 선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달말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로 선임될 사외이사 한 명은 벌써 3번째로 발탁되는 것이고, 처음 선임되는 다른 한 명은 자격여부를 놓고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오는 24일 정기주총에서 이성량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정일 일본 평천상사 대표, 이흔야 재일한국상공회의소 상임이사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이중 이정일 이사와 이흔야 이사는 신한금융 지배구조의 중추를 담당하는 재일교포측에서 추천한 인사다.
이중 금융권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인물은 이정일 이사다. 이정일 사외이사는 신한금융 사외이사를 세번째 맡게 됐다. 이정일 사외이사는 2009년부터 2010년까지 1년간 사외이사를 역임했고,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한 차례 더 사외이사를 맡았다. 이번에 선임되면 2년만의 사외이사 복귀가 된다.
이정일 사외이사는 재일교포 2세대 경영인으로 신한금융 지분을 상당수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신한금융 2~3세 주주 모임인 '뉴리더'와 깊은 관련이 있는 인사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런 사외이사 선임이 신한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과 어긋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신한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은 사외이사의 '다양성 원칙'을 명문화하고 전문직군은 물론 추천경로 및 관점을 다양화해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서도 이를 고려해 여러 직군의 사외이사 후보군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고 기재했다.
동일한 인사를 3회나 사외이사에 추천한 건 이런 규범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금융권의 지적이다. 게다가 이정일 이사는 이미 지난 두 번의 사외이사 활동을 통해 4년이나 재임한 인사다. 모범규준상 사외이사는 같은 금융회사에 기본 5년까지 사외이사로 재직할 수 있다.
이번에 신한금융 사외이사로 새로 추천된 이흔야 이사는 제일스포츠센터 감사, 주식회사 마루신 대표를 역임한 인물이다. 이흔야 이사는 지난 2015년 신한금융 사외이사로 선임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히라카와 유키 사외이사가 추천했다.
금융권 일각에서 이흔야 이사의 개인파산설을 제기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이흔야 이사가 추천된 배경을 놓고서는 여전히 이런 저런 의견이 분분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흔야 이사 추천을 두고 재일교포 주주들 사이에 설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3번째로 추천된 이정일 이사와 더불어 추천 배경에 대해 관심이 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흔야 이사가 신한은행과 대출 등 거래 관계가 있다는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사외이사의 자격요건이 명시된 상법 제542조의8과 시행령 제34조5항은 회사와 1억원 이상 거래 관계가 있는 자의 사외이사 선임을 금지하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흔야 이사는 신한은행과 대출거래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추천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선 신임 사외이사들과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의 관계도 회자되고 있다. 지난 2013년 라 전 회장 불법자금 수사때 신임 사외이사와 라 전 회장 사이에 일부 금전관계가 있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는 것이다.
이흔야 이사가 주총을 통해 사외이사로 선임되면 신한금융 사외이사 9명 중 4명이 재일교포 계열 이사가 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의 사외이사진을 보면 특정 인사가 반복해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며 "남궁훈 이사회 의장의 우회적인 연임도 그렇고 사외이사풀이 한정적인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의 지배구조및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사내이사(한동우 회장) 1명과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된다. 현재 이사회 구성을 보면 내년 3월 신한금융의 차기 회장은 한 회장 및 남궁훈 이사회의장, 그리고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의 뜻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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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3월 06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