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카드 "축적해 온 각사 데이터 활용 시작에 의미"
"현재까지의 중금리 대출상품, 아직까진 '테스트베드' 역할"
-
은행은 물론, 보험사, 카드사 등 금융권에서 다양한 중금리 상품이 시중에 쏟아지고 있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무늬만' 중금리 대출인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 은행들이 취급하는 중금리 대출 규모는 미미하거나, 다른 금융기관의 중금리 상품을 판매해 주는 채널 역할에 그치고 있다.
시중 은행 중에선 우리은행이 내놓은 '위비 모바일 대출'이라는 중금리 대출 상품 취급고가 큰 편이다. 지난해 5월부터 이달 초까지 780억원의 대출을 실행했다. 신한은행의 '써니뱅크 스피드업 중금리 대출'은 지난해 6월 출시되어 총 950억원가량의 대출 신청을 받았다. 다만, 한달 이내 실행하지 않으면 신청이 취소되는 상품이라 실제 실행 규모는 이에 신청 규모와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상품 모두 보증보험사에 보험료를 내고 보증받는 식의 대출이다. 전통적인 신용평가모델을 그대로 사용한다. 핀테크나 빅데이터를 활용해 4~6등급의 중간 신용등급을 세세히 분석한 모델은 아니다.
보증보험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중금리 대출을 취급해야하기 때문에 취급고를 늘리기도 어렵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가파르게 높아지는 연체율을 이유로 최대 3000만원이었던 한도를 1000만원으로 낮추면서 취급고 성장세가 둔화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 중금리 상품을 만드려고 시도해 봤지만 카드, 저축은행 등 그동안 중고금리 대출에 대해선 업권이 확실히 분화해 온 시장이라 은행 자체적인 중금리 대출 출시는 어렵다"며 "은행이 중금리 대출 손실을 분담하도록 타 금융사와 협업하는 건 더 어려운 일로, 타사의 중금리 상품을 연계해 수수료를 받는 정도로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카드사와 보험사 등이 새롭게 중금리 대출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이들의 중금리 대출은 새로운 신용평가모델을 적용했다지만 기존의 평가모델에서 큰 변화가 없다.
KB국민카드는 지난달 카드사 최초로 중금리 대출 상품으로 '생활든든론'을 출시했다. 기존의 카드론은 1~6등급을 대상으로 최대 약 25%의 금리를 적용했다. 이 중 4~6등급만을 대상으로 신용정보를 세분화해 최대 14.5%까지 금리를 낮출 수 있게 됐다. 기존에 사용하던 신용평가모델에 활용하지 않았던 고객의 정보를 넣어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한화생명도 이달 2일 보험업계 최초로 빅데이터 업체인 ㈜핀테크와 함께 신용등급 1~7등급 대상의 중금리 상품을 출시했다. 최고 금리는 13.5%다. 빅데이터에 기반해 대출상품을 출시했다지만 보험업계에선 기존에 취급하던 보험사 신용대출 상품과 큰 차이가 없다고 평가한다. 신용등급이 높은 신청자를 대상으로 대출이 이뤄질 전망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저금리 때문에 새로운 수익원을 고민하다가 나온 상품으로 본다"며 "보험사 각각의 신용평가 스코어링 시스템이 있긴 하지만 저신용 고객까지 신용대출 상품을 넓히기엔 안전장치나 데이터 자체가 아직 미비하다"고 말했다.
업태가 다른 금융사간의 제휴, 금융사와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핀테크 회사와의 제휴 등은 아직까진 중금리 대출이나 새로운 신용평가모델을 모색하기 위한 물밑 작업이라는 평가다. 금융사별로 가진 정보가 다르지만 이를 통합하는 데이터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개별 회사들이 신용평가에 활용한 변인을 추가하기 위해 제휴를 맺고 테스트베드(test-bed)로서 상품이나 신용평가 모델을 시험하는 과정으로 본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신용정보에 대한 법률이 정비가 안 돼 있고, 신용정보원이 갈무리한다는 빅데이터 통합도 안 된 상황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모델은 없다고 보면 된다"며 "개별사간 제휴를 통해 사용할 데이터를 갈무리해 보는 등 축적만 하고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떤 데이터를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3월 14일 11:36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