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KB '차기 리더' 틀 짜고 하나·우리'안정 중시' 인사
입력 2016.03.17 07:00|수정 2016.03.17 07:00
    정기주총 앞둔 금융지주·은행

    내년 회장 바꿔야 할 신한금융
    유임된 남궁훈 의장 '조율자'될듯
    KB금융, 사외이사 모두 연임키로
    회장 승계 규정 상반기에 확정
    하나·우리, 안정 경영에 중점
    • 4대 금융지주·은행이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술렁이고 있다. 지주회사 이사회와 계열사 사장단의 면모가 잇따라 발표되며 각 은행·지주가 그리는 지배구조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내년 3월 회장 교체라는 중대사를 앞두고 있다. 1948년생인 한동우 현 회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맞이한다. 신한금융 회추위 규정은 만 70세 이상의 회장 연임을 금지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올해 이사회에 남궁훈 이사회 의장을 유임시켰다. 사외이사 임기 5년을 모두 채웠지만, 신한금융은 남궁 의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선임하는 우회적 방식을 사용했다. 남궁 의장은 한 회장의 서울대 법학과 1년 선배이며, 한 회장이 신한생명 대표로 재직할 당시 생명보험협회장을 맡기도 했다.

      금융계에서는 남궁 의장이 새 회장 선출 과정에서 조율자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회장과 남궁 의장과의 각별한 관계를 고려하면 이는 지배구조 개편 시기에 '경거망동'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로도 읽힌다는 분석이다.

      신한금융은 이번 주총에서 사외이사도 3명 교체한다. 이중 재일교포 경영인인 이정일·이흔야 이사에 금융권의 관심이 모인다. 이정일 이사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 4년간 신한금융 사외이사를 역임했고, 이번이 세번째 추천이다. 이흔야 이사의 추천을 두고 재일교포 주주들 사이에 설전이 있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신한금융의 지배구조및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사내이사(회장) 1명과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된다. 현재 이사회 구성을 보면 내년 3월 신한금융의 차기 회장은 한 회장 및 남궁 의장, 그리고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의 뜻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KB금융은 올해 사외이사 7명을 모두 연임시키기로 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연임 혹은 후임 확정을 위해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장-행장 갈등 사태로 사외이사가 전원 사퇴한 후 2014년 새로 구성된 KB금융 이사회는 최고 경영자 승계 원칙을 담은 '경영승계규정' 제정을 올해로 미뤘다. 신규 선임된 이사진이 지배구조 및 내부 상황, 비즈니스 등에 대해 자세히 파악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1년간 KB금융 내부를 파악한 이사회는 올 상반기 중 승계 규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경영승계규정은 현직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 이를 우선 평가해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현직 우선' 내용을 담고 있다. 이전 이사회에서 ▲연임 평가 때 내외부 후보군을 함께 비교할지 ▲윤 회장부터 적용할지를 두고 이견이 있었던 만큼 새 이사회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김옥찬 KB금융지주 사장의 지주 사내이사 선임 배제는 의외의 일로 받아들여진다. 통상 그룹의 2인자로 받아들여지는 지주 사장에게 실권을 주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후계구도에서 김옥찬 사장이 밀린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KB금융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사내이사는 2명 이하로 제한해왔다"며 "현 지주 사내이사인 이홍 부행장의 임기만료(내년 3월) 후 논의해 보려고 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 하나금융은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김정태 회장의 임기 후반기를 위한 안정적 인사가 눈에 띄었다. 올해 주총에서 김병호 지주 부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을 지주 사내이사로 선임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지주와 계열사 간 원활한 업무 협조와 시너지를 위해서라는 설명이지만, 금융권에서는 김 회장의 이사회 내 발언권이 커지는 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외이사진도 안정을 중시했다.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를 대부분 연임했다. 이진국 사외이사가 하나금융투자 사장으로 선임되며 생긴 빈자리를 박원구 서울대 교수로 교체한 정도다. 계열사 사장단 인사도 지난해 12월 임기를 마친 권오훈·황종섭 부행장을 전진배치 하는 등 과거 인사를 중용하는 김 회장의 인사 스타일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올해 매각절차를 앞둔 우리은행도 안정적인 운영에 중점을 두고 이사회를 구성했다. 임기가 만료되는 오상근, 최강식 교수 후임으로 이호근, 김성용 교수를 추천했다. 김준기 이사 퇴임 이후 2개월간 공석이었던 예금보험공사 몫 이사로는 최광우 예보 홍보실장을 신규 선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