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국내시장 좁네' 코코본드 발행 '해외로'
입력 2016.03.18 07:00|수정 2016.03.18 14:09
    국내 기관투자자에게 인기 시들…낮은 금리·생소한 투자 이력
    "해외 기준금리·통화에 따른 발행조건 수요 생기기도"
    • 국내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올해 조건부상각증권(코코본드;Contingent Convertible Bond) 발행 계획을 밝히고 있다. 바젤III에 대비한 자본 확충 차원에서 올해에도 대규모 발행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은행들은 국내 기관투자가 관심이 시들한 상황에서 수요를 주시하는 한편, 주로 해외 발행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코코본드 발행을 준비 중인 은행은 신한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및 농협금융지주다. 신한은행은 5억달러 규모 후순위채 코코본드를 아시아 시장에서 발행하기로 결정했고, 추가로 국내에서도 3000억원 규모 발행을 타진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국내에서 3000억원 규모 후순위채 코코본드 발행을 결정했다. 농협은행은 이달 중 3000억원의 코코본드를 발행할 계획이다.

      올해 코코본드 발행 움직임의 특징은 '해외 발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발행을 위한 시장 수요조사 과정에서 국내 기관들의 코코본드 인수 수요가 크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에겐 저금리 상황이 코코본드 발행에 나쁘지 않지만, 기관들은 금리 인상 여부에 관심을 더 두고 있다"며 "국내는 코코본드 발행 이력이 짧고 수요 시장이 작다는 태생적 한계도 있다"고 말했다.

      기관 입장에서 국내은행 코코본드는 금리 매력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지난해 국내 코코본드 금리는 신종자본증권형 기준 3~4%대 초반,  후순위채형 기준 2~3%대 초반으로 정해졌다. 아시아 지역 해외은행의 경우 신종자본증권형이 6% 안팎에 발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금리가 높은 신종자본증권형은 기관들에게 인기가 없다. 현실적인 이자제한조건이 달려있어 자칫 이자를 못받을 위험이 있는데다, 올해 이자 지급 조건이 배당가능이익에서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더 까다롭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올초 천문학적 손실을 낸 도이치은행이 코코본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투자 리스크 대비 수익성이 좋지 못하다는 설명이다.

      회계적으로도 지분증권으로 취급돼 투자기관 내 편입 제한이 있을 수 있다. 보험사는 위험계수도 후순위채형보다 더 높게 적용해야 한다. 2014년 JB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 코코본드는 대거 청약미달이 벌어진 반면, 부산은행의 후순위채형 코코본드는 청약에 성공한 이후 이런 분위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렇다보니 국내 은행들은 코코본드 발행이 가능한 해외 틈새 시장을 찾아 발빠르게 움직일 수 밖에 없게 됐다. 해외 기준금리, 발행 통화 등을 고려해 발행시기를 맞추면 더 많은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해외에서 발행할 때 발행조건을 공개하면 오히려 국내 기관이 검토 후 일부 투자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코코본드 발행이 생각보다 여의치 않다보니 은행업계 일각에선 자사 은행이나 금융지주 계열사를 통해 코코본드 소매(리테일) 판매를 하게 해 달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기관뿐 아니라 개인까지 투자자 저변을 넓혀보자는 것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투자은행이 아닌 국내 우량한 시중은행은 사업 포트폴리오나 자본건전성이 뛰어난 편"이라며 "이러한 은행에 대한 코코본드 투자는 은행으로선 조달금리를 낮추는 동시에, 저금리로 투자처를 찾는 개인에게는 ELS 등의 고위험 상품보다 훨씬 안전한 상품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아직까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은행 연구원은 "JB금융지주때에도 리테일 판매를 허용하며 한바탕 홍역이 있었다"며 "복잡한 상품 구조상 불완전판매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고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에서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