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부터 달라졌다…금융지주 내 높아진 데이터시스템社 위상
입력 2016.04.01 07:00|수정 2016.04.01 07:00
    자본시장·기업금융 경력을 갖춘 CEO 잇따라 선임
    계열사간 통합·교류 중요해져…"디지털 금융으로 시대 바뀌었다"
    • 01금융지주 내 전산·IT 업무를 담당하는 데이터시스템사에 자본시장·기업금융 경력을 갖춘 최고경영자들이 잇따라 선임되고 있다.

      핀테크, 디지털 금융 등 금융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데다 계열사간 통합과 소통이 강조되며 영업력을 갖췄으면서도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리더가 필요해졌다는 설명이다. 이는 금융지주 내 데이터시스템사의 위상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 신한금융지주는 지난달 이사회에서 이동환 전 신한은행 부행장을 신한데이타시스템 사장 겸 대표이사로 선임하기로 결정했다. 이동환 대표는 신한은행 IR, 자금시장본부, CIB 총괄업무 등의 이력을 갖추고 있다.

      우리은행의 자회사인 우리에프아이에스도 자본시장 업무에 밝은 인물을 대표로 앉혔다. 권기현 대표는 우리은행에서 자금시장본부장을 역임했다. 하나금융지주 자회사 하나아이앤에스엔 박성호 대표가 있다. 박 대표는 하나은행의 경영관리본부장부터 최고전략책임자 겸 통합추진단장 등을 역임했다.

      KB금융지주의 자회사인 KB데이타시스템은 김윤태 대표가 2014년부터 맡고 있다. 당시 선임된 인사 중 유일한 외부인사로, 산업은행에서 기업 인수·합병(M&A) 및 기업금융 업무를 담당했던 이력이 있다. 이전 산업은행 회장 선정때 후보군 중 하나로 언급됐을 정도로 무게감있는 인사로 꼽힌다.

      이전까지 금융지주들은 데이터시스템사에 지주 내에서 갈 곳이 없는 임원을 낙하산으로 배치하거나, IT전문가 출신 실무통을 사장으로 앉히는 경우가 많았다. 지주 내에서 크게 튀지 않고 '관리'만 잘해주면 된다는 인식이 컸다. 자본시장 등 핵심 업무를 거친 인사들이 데이터시스템사에 포진하는 건 드문 일이다.

      이런 인사의 배경으로는 우선 각 회사가 처한 현실적 과제가 꼽힌다.  우리에프엔아이의 경우 우리은행이 올해부터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에 나서는 데다,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자인 케이뱅크의 추진단이 내부에 설치된 것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숫자에 밝고 네트워크가 좋은 권 대표가 적임이라는 것이다. KEB하나은행은 오는 6월 외환은행과의 전산 통합을 앞두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특히 하나금융은 은행의 M&A 마무리, KB금융은 금융 자회사 M&A 등 전산과 소통 체계를 통합해야하는 이슈가 있었다는 점에서 금융 산업 환경을 잘 알고, 지주사와 소통이 원활할 수 있는 수장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패러다임이 바뀌고 잇는 상황을 반영한 결과하는 분석도 있다. 핀테크 등 금융 개혁의 물결 속에서 데이터시스템사에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수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데이터시스템사 역할이 커지는 시점에서 자금조달과 집행, 회사 성장에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은 인물을 보내는 것이 소통하기 편하다는 계산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패러다임이 핀테크, 디지털 금융 등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어 시대 흐름에 맞춰 데이터시스템사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과거엔 비주력 계열사로서 자리를 챙겨주기 위한 수장직이었다면 최근엔 은행 중요 업무를 맡고 온 인물이 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