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집안 싸움에 상장시장도 결정도 눈치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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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거래소 기업공개(IPO) 관련 부서에 대한 상장 준비 기업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상장을 유치할 땐 최대한의 편의를 약속했다가, 막상 상장 절차에 들어가면 자존심이 상할 정도의 간섭을 해온다는 것이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상장 유치 경쟁도 국내 상장을 오히려 망설이게 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대형사 A는 상장을 결정하자 마자 거래소로부터 황당한 제안을 받았다. 공모규모와 공모가를 낮춰 '최대한 싸게 가자'고 제시했다는 것이다. 올해 조단위 딜이 물밀듯 몰리자 기관투자자가 분산될 것을 우려한 데 따른 것이다.
A사는 상장 결정하기 수년전부터 거래소가 상장을 수차례 권유했던 곳이다. 거래소는 공모규모 뿐 아니라 액면분할과 관련 계열사에 대한 지침도 내렸다. A사 관계자는 "상장유치할 당시엔 열과 성을 다해 설득하다가 막상 상장을 결정하니 기업가치를 줄이고, 액면분할을 최대한으로 하라고 해 황당했다"고 설명했다.
공모규모와 공모가는 발행사와 주관사가 조율해 결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IPO를 담당하는 증권사 관계자는 "3~4년전만해도 상장심사가 까다로워 공모 규모뿐 아니라 수요예측으로 결정된 공모확정가까지 거래소가 관여하기도 했다"며 "이런 모습이 사라져가는 추세였는데, 다시 부활하려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코스닥·코스피 상장유치부 간 경쟁이 심화된 것도 상장 준비 기업들을 불편하게 한다.
올해 상장을 준비하는 대형사 B사와 C사는 거래소의 상장 시장 유치경쟁에 휘말렸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유치팀이 방문한 기업에 곧이어 코스닥시장 상장유치팀이 방문해 영업을 펼친 것이다. 이에 B사 관계자는 "거래소 내부에서 조율이 전혀 되지 않았다는 인상을 줄 정도"라고 토로했다.
거래소의 내부 경쟁때문에 발행사와 주관사는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향후 계열사 상장 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하는 염려때문이다. 또다른 증권사 IPO부 관계자는 "직접적이진 않지만 '우리 쪽(시장)에서 상장하지 않으면 나중에 계열사 상장할 시 불리할 것'이란 뉘앙스로 설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는 국내 자본시장 시스템에 대한 기업의 회의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상장을 준비 중인 C사 관계자는 "상장시장은 발행사가 결정해야 할 사안인데도 주관사는 거래소 눈치만 보고 있다"며 "이런 대접을 받으면서 굳이 국내에 상장해야 하나 고민이 될 정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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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3월 27일 09:00 게재]